기안84 혐오 논란, '여성·장애인·외국인' 왜 약자만?

머니투데이 정회인 기자 2020.08.15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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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좌측) 웹툰작가 기안84, (우측) 기안84 작품 '복학왕'/사진=(좌측) 웹툰작가 기안84, (우측) 기안84 작품 '복학왕'


웹툰 작가 기안84(35·본명 김희민)가 연재 중인 웹툰 '복학왕' 내용과 관련해 여혐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기안84의 작품 속 혐오적 인식이 처음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그동안 기안84의 웹툰 속에서 등장했던 여성혐오적 발언("누나는 늙어서 맛없어", "명품으로 날 꾸며보지만, 보세로 꾸민 20살이 훨씬 예쁘다"), 장애인 희화화(청각장애인 여성이 마음 속으로 하는 말까지 어눌한 발음으로 묘사), 인종 차별(더러운 숙소를 보고 한국 노동자들은 불평하는 반면 외국인 노동자는 좋은 방이라고 감탄하는 장면) 등의 표현들에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성은 '능력'이 아닌 외모와 나이로? '여성혐오' 논란
/사진=11일 네이버웹툰을 통해 공개된 '복학왕' 304회에서는 여자 주인공 봉지은이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학벌, 스펙, 노력 그런 레벨의 것이 아닌'이라는 대사와 함께 회식 자리에서 큰 조개를 배에 얹고 깨부수는 장면이 그려졌다. 오른쪽은 수정 후 장면./사진=네이버 웹툰/사진=11일 네이버웹툰을 통해 공개된 '복학왕' 304회에서는 여자 주인공 봉지은이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학벌, 스펙, 노력 그런 레벨의 것이 아닌'이라는 대사와 함께 회식 자리에서 큰 조개를 배에 얹고 깨부수는 장면이 그려졌다. 오른쪽은 수정 후 장면./사진=네이버 웹툰
기안84 혐오 논란, '여성·장애인·외국인' 왜 약자만?


지난 11일 네이버 웹툰을 통해 공개된 '복학왕' 304회에서는 여자 주인공 봉지은이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학벌, 스펙, 노력 그런 레벨의 것이 아닌'이라는 대사와 함께 회식 자리에서 큰 조개를 배에 얹고 깨부수는 장면이 연출됐다.

이를 본 40대 팀장은 "이제 오는가, 인재여"라며 봉지은을 정직원으로 채용하고, 웹툰 말미에는 두 사람이 사귀는 사이로 등장한다. 주인공 우기명은 팀장에게 "(봉지은과) 잤냐"고 질문하고 팀장은 "ㅋ"라는 짧은 웃음으로 답을 대신한다.

해당 장면을 본 독자들은 봉지은이 인턴에서 정사원이 된 이유가 40대 노총각 팀장과 성관계를 연상시킨다며 항의가 빗발쳤다.


취업난 속 성별과 무관하게 애쓰는 취업준비생들의 현실과 거리가 멀 뿐만 아니라, 젊은 여성 캐릭터에 능력이 부족한데도 부적절한 관계를 통해 일자리를 얻어낸다는 이른바 '꽃뱀' 서사를 암시했다는 비판이다. 여성 성기를 의미하는 '조개'를 등장시켰다는 점에서 '성적 함의'에 불쾌함을 표하는 반응도 이어졌다.

/사진=웹툰 '복학왕' 한 장면./사진=웹툰 '복학왕' 한 장면.
논란이 지속되자 문제가 된 내용은 일부 수정됐다. 그러나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기안84의 과거 웹툰 속에서도 여성의 나이를 '무기'로 활용해 20대 여성에 비해 30대 여성을 폄하하는 발언이 재차 등장했다.

그는 과거 웹툰에서 "누나는 늙어서 맛없다", "서른 살의 여자가 명품으로 치장해봤자 스무 살의 어린 여성에게 비할 수 없다", "아무리 화장을 해도, 아무리 좋은 걸 발라도 나이를 숨길 수가 없다" 등의 대사를 썼다.

결국 기안84는 "부적절한 묘사로 다시금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면서, 문제의 묘사에 대해 "깊게 고민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상사와 연애해서 취직한다는 내용도 독자분들의 지적을 살펴보고 대사와 그림도 추가 수정했다"며 "더 많이 고민하고 원고 작업을 했어야 했는데, 불쾌감을 드렸다"며 거듭 사과했다.

청각장애인 희화·외국인 노동자 비하?… "딘따 먹고 딥엤는데" "우리 회사 최고다"
/사진=웹툰 복학왕 284화 한 장면./사진=웹툰 복학왕 284화 한 장면.
기안84를 둘러싼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앞서 기안84는 웹툰에서 여성뿐만 아니라 청각장애인, 외국인 노동자 등을 부적절하게 묘사해 논란이 됐다.

복학왕 248화에서는 청각장애인 여성 캐릭터 주시은이 '하나마 머거야디', '마이 뿌뎌 야디' 등 생각조차 어눌한 것처럼 묘사했다. 당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에서 누리집에 “청각장애인을 지적으로도 문제가 있는 사람인 것처럼 희화화한 것은 명백한 차별행위”라고 지적했고, 기안84는 당시에도 사과했다.

/사진=복학왕 한 장면./사진=복학왕 한 장면.
이어진 복학왕 249화에서는 회사 세미나에 온 한 외국인 노동자가 한국인 직원들은 '좋은 방 좀 잡아주지'라며 불평하는 더러운 숙소를 보고 "근사하다 캅", "우리회사 최고다. 죽을 때까지 다닐 거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왔다. 우스꽝스러운 묘사로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편견을 키운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반복되는 문제→사과… '애플84' 별명까지
/사진=기안84./사진=기안84.
기안84가 자신의 작품으로 논란을 빚을 때마다 "앞으로 신중하겠다"고 사과했지만 문제는 반복되고 있다. 네티즌들은 이같은 사과가 반복되자 기안84에게 '애플84'(사과를 자주 한다는 의미)라는 별명까지 붙였다.

일부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기안84의 웹툰과 방송 출연을 더는 보고 싶지 않다"는 반응도 나온다. 네티즌들은 "'사회성이 부족한 순수 청년'처럼 묘사되는 기안84의 캐릭터를 참을 수 없다", "한 번은 실수지만 이쯤 되면 고의", "<나 혼자 산다>에 나와 주눅든 표정을 짓고 사과하고 적당히 또 넘어가겠지. 안 봐도 뻔하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복학왕'의 연재 중지를 요구하는 청원이 등장해 15일 오후 2시 기준 10만명이 넘는 동의를 얻었다. '나 혼자 산다'의 시청자 게시판에도 그의 하차를 요구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온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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