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 찾아간 정용진 부회장… "많이 배웠습니다"

머니투데이 장시복 기자 2020.08.14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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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인스타그램에 '적진' 롯데마트 방문 사진 잇따라 올려..."유통업계 선의의 경쟁 의지" 해석도

/사진제공=정용진 부회장 인스타그램/사진제공=정용진 부회장 인스타그램


"롯데마트 방문, 많이 배우고 나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아닌 정용진 신세계 (161,200원 ▲400 +0.25%) 부회장의 멘트다.



14일 밤 11시쯤 정 부회장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잇따라 롯데마트 방문 사진을 올렸다. 자신이 경영하는 이마트 (61,200원 ▼500 -0.81%)의 최대 라이벌 대형마트에서다.

그룹 내에서도 정 부회장은 대형마트(이마트) 위주 사업을, 여동생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은 백화점·면세점 영역을 주로 맡고 있다.



정 부회장이 SNS에 직접 경쟁사 방문지 이름을 특정하며, "많이 배우고 나왔다"고 칭찬 메시지를 남긴 것도 이례적이다. 현장에서 롯데마트 직원과 사진을 찍기도 했다.

특히 최근 실적 악화와 '롯데 2인자' 황각규 롯데그룹 부회장의 전격 퇴진 등으로 유통 업계가 어느때보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적진'으로 직접 찾아 들어간 것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재계 관계자는 "오너가 경쟁사의 국내 현장을 참고하기 위해 직접 둘러보고 이를 대외에 공개한 건 극히 이례적"이라며 "양사를 비롯한 홈플러스까지 대형마트 업계 전반이 의무휴업 등 강력한 규제로 고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함께 선의의 경쟁을 하며 성장해 나가자는 의지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더욱이 대형마트 업계는 e커머스의 공세에 코로나 19 사태까지 겹치며 극한의 위기 상황을 보이고 있다.

실제 롯데마트와 이마트는 올 2분기 각각 578억원, 474억원의 영업적자를 나타냈다. 이미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는 대대적인 오프라인 점포 구조조정에 돌입한 상태다.

한편 앞서 정 부회장은 지난 13일에는 롯데쇼핑이 서울 강서구 방화동 롯데몰 김포공항점에서 열고 있는 '쥬라기 월드 특별전' 관람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롯데자산개발이 운영 중인 롯데몰은 신세계프라퍼티의 스타필드와 국내 복합쇼핑몰 맞수여서 눈길을 끌었다.

더욱이 이마트가 김포공항 내 동일 상권에서 상당한 규모로 롯데몰(롯데마트)과 경쟁해오다 공항공사와의 계약 종료로 2014년 폐점한 사연도 있다.

대신 이마트는 김포공항 인근 마곡지구에서 스타필드를 추진해오다 최근 부지를 매각하고, 창고형 할인점 이마트 트레이더스 신설로 선회했다.

재계 대표 인플루언서로 꼽히는 정 부회장은 자택 인근의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물론 그룹 호텔 경쟁사인 '롯데호텔 시그니엘 부산' 등을 잇따라 방문하고 인스타그램에 남겨왔다. 하지만 경쟁사에 대해 '평가' 멘트를 남긴 사례는 극히 드물다.
/사진제공=정용진 부회장 인스타그램/사진제공=정용진 부회장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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