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공 정신으로 '소부장' 침략 막았다

머니투데이 세종=안재용 기자 2020.08.1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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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후 전남 무안의 전남도청에서 열린 '전남 블루 이코노미 경제 비전 선포식'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2019.7.12/뉴스1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후 전남 무안의 전남도청에서 열린 '전남 블루 이코노미 경제 비전 선포식'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2019.7.12/뉴스1


#150여년전 일본은 군사력을 동원해 강압적으로 강화도조약을 체결했다. 제국주의 열강을 흉내낸 불평등 조약인 강화도조약 체결 이후 조선 경제는 급속도로 외세에 종속됐다. 흉년이 들었지만 곡식은 급속도로 해외로 반출됐고, 함경도관찰사 조병식은 방곡령을 내려 식량 반출을 막아야 했다. 그마저도 일본에 큰 배상금을 물어주고 해제됐다. 일본 경제침략에 완패한 것이다.

광복 75주년을 맞은 2020년 한국은 150여년전과는 크게 달라졌다. 일본 경제침략을 훌륭하게 방어했다. 무기력하게 배상금을 내야 했던 과거와는 달리 국제무대에서도 반격에 나서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7월 한국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을 겨냥한 일방적 수출규제 조치를 내렸다. 1년이 지난 지금 "경제의 급소를 찔렸다"던 우려와는 달리 액화 불화수소, 포토레지스트, 불화 폴리이미드 등 3대 수출규제 품목은 실질적 공급 안정화를 달성했다.



지난해 7월 일본이 수출규제 조치를 발표할 때만 해도 위기감이 팽배했다. 경제를 위해 전범기업 자산압류 조치를 해제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그러나 한국 정부와 기업은 포기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7월12일 전남 무안 전남도청에서 열린 블루 이코로미 비전 선포식에서 "전남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호국정신이 서린 곳"이라며 "전남의 주민들이 이순신 장군과 함께 불과 열두 척의 배로 나라를 지켜냈다"고 말했다. 일본 수출규제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이순신 장군처럼 포기하지 않겠단 의지였다.



이후 정부는 소재·부품·장비 산업 경쟁력 강화 대책을 내놓는 등 행동에 나섰다. 소부장 등 제조업 국산화 기업에 투자하는 필승코리아 펀드를 만들었고, 공급 안정화가 필요한 핵심품목 100개를 선정해 관리했다. 지난달 8일에는 극일을 넘어 소재·부품·장비 분야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관리품목을 338개로 확장했다.

또 정부는 국내기업이 핵심 소재부품장비를 외풍에 흔들리지 않고 제때 공급받을 수 있도록 7년 동안 '7조8000억원+α' 규모 재정을 투입하기로 했다. 세제와 금융, 통관, 인허가 단축 등도 총력 지원했다.

1년여가 지난 지금 액화 불화수소와 포토레지스트, 불화 폴리이미드 등 3대 수출규제 품목은 실질적 공급 안정화를 달성했다. 한국을 궁지에 몰려던 일본의 수출규제가 오히려 자국 소재·부품·장비 기업만 어렵게 하는 자충수가 된 셈이다. 코로나 위기에서 보여준 실책과 맞물려 아베 일본 총리는 자국에서도 비판을 받고 있다.


액화불화수소는 국내 화학기업 솔브레인이 기존보다 2배 이상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증설했다. 포토레지스트는 유럽산 제품으로 수입 다변화에 성공했다. 불화 폴리이미드는 코오롱인더스트리와 SKC에서 자체기술을 확보했다.

중요도가 높은 20대 품목 국산화도 차질없이 진행 중이다. 기술개발을 위한 41개 과제에 올해에만 1165억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지난해에는 추경예산 650억원을 지원했다. 국내 생산설비에 대한 총 7340억원 규모의 신·증설 투자가 이뤄졌다. 주요 80대 품목은 재고량을 2배 이상 확보해 안정성을 강화했다. 지난해 7월 1.3개월 불과했던 재고량은 올해 1분기 기준 2.6개월까지 늘었다.

일본은 외교적으로도 수세에 몰렸다. 산업부에 따르면 WTO(세계무역기구)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분쟁해결기구(DSB) 정례회의에서 일본 수출제한조치 분쟁(DS590) 관련 패널을 설치했다. 일본 정부는 "한국 측의 일방적 대응으로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으나 규정에 따른 패널설치를 막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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