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광글라스 3사 합병 재추진, 여전히 남는 의문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2020.08.18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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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계열사 군장에너지 가치, 이테크건설 평가시엔 미래가치 반영 vs 삼광글라스 평가시엔 장부가로만 반영... 삼광 소액주주 불만 여전

삼광글라스 본사 전경 / 사진제공=삼광글라스삼광글라스 본사 전경 / 사진제공=삼광글라스


삼광글라스 (22,550원 ▲150 +0.67%), 이테크건설 (15,300원 0.00%), 군장에너지 등 삼광 3형제의 합병이 두 달만에 다시 추진된다.

회사 측은 지난 3월 최초 합병계획을 내놓은 이후 합병비율을 문제삼았던 소액주주들의 의견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소액주주 일부의 불만이 여전해 과연 회사 측 의도대로 합병이 순탄하게 진행될지는 아직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삼광글라스는 지난 13일 장 마감 후 공시를 통해 지난 3월과 5월에 내놨던 이테크건설 투자부문 및 군장에너지와의 합병계획 수정안을 내놨다. 지난 6월에 합병을 연기한다고 공시한 지 약 2개월만이다.


삼광글라스 상대가치 상향조정이 핵심
삼광글라스와 이테크건설 투자부문, 군장에너지의 합병비율은 최초(3월)에는 1대 3.88대 2.54로 제시됐다가 지난 5월에 1대 3.22대 2.14로 조정이 됐고 이번에는 1대 2.57대 1.70으로 재차 정정됐다. 삼광글라스의 상대적인 가치가 조금 더 높게 책정된 반면 이테크건설 투자부문 및 군장에너지 가치는 상대적으로 낮아진 것이다.



이들 3사의 합병비율은 3월에 처음 발표됐다가 금융감독원의 정정신고서 제출요구로 5월에 한 차례 수정이 됐다. 수정안에 대해서도 금감원이 재차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하자 삼광글라스는 지난 6월 합병기한을 명시하지 않은 채 3사간 합병을 아예 연기하기로 했었다. 그러다 이번에 다시 합병비율이 제시됐다.

삼광글라스 측은 "소액주주들로부터 합병비율 재검토를 요청받았다"며 "(합병가액을 종전 시장주가에서) 자산가치로 변경하는 것이 소액주주의 이익을 최대한 도모하고자 하는 의사결정에 적합한 방안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왜 두 차례나 수정이 됐을까
삼광글라스와 이테크건설, 군장에너지 등 3사는 OCI 그룹 계열로 묶여 있다. OCI그룹 창업주 고 이회림 회장의 차남인 이복영 회장이 삼광글라스 등 3사를 지배하고 있다. 이 회장 일가가 삼광글라스의 대주주이며 이 삼광글라스가 다시 이테크건설, 군장에너지를 지배하고 있다. 이 중 삼광글라스와 이테크건설만 상장사이고 군장에너지는 비상장사다. 고 이회림 회장의 장남 고 이수영 회장은 OCI 계열을 물려받았다.


삼광글라스 계열 3사의 합병안은 △삼광글라스가 비상장사 군장에너지를 통째로 합병하고 △종전 토목·건축, 플랜트 등 사업을 영위하는 이테크건설에서 투자부문만을 인적분할 형태로 분리해 이 투자부문을 삼광글라스와 합병시키며 △군장에너지 및 이테크건설 투자부문을 떠안은 통합 삼광글라스에서 지주사 부문만을 분리하고 나머지 사업부문은 물적분할 형태로 지주사의 100% 자회사로 둔다는 내용이다.

문제는 합병비율이었다. 최초 삼광글라스 합병가액은 코로나19(COVID-19) 확산으로 코스피가 1400대까지 고꾸라졌을 무렵의 삼광글라스 주가(2만6460원)를 기준으로 삼았다. 삼광글라스가 이테크건설 지분 30.7%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데다 손자회사 격인 군장에너지 지분을 직접 25%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합병가액 산정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삼광글라스가 상장사이니 시장주가를 합병가액으로 삼아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반면 상장사 이테크건설에서 건설부문을 제외한 투자부문만의 합병가액은 이테크건설의 최초 기준시점 주가(3만9400원)의 6배에 이르는 23만5859원으로 책정됐다. 이테크건설은 건설부문과 투자부문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 중 투자부문 가치만을 떼낸 가치가 전체 사업부문을 아우른 기업가치의 6배라는 게 당초 회사 측의 판단이었다. 투자부문만 떼낸 후 비상장 상태로 존속시킬 예정인 만큼 시장주가를 합병가액으로 삼아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군장에너지의 합병가액은 관련 법령에 따라 수익가치와 자산가치를 정해진 공식에 따라 6만7137원으로 정해졌다.


삼광글라스 소액주주 "지속 문제제기할 것"
합병비율에 대한 문제제기는 삼광글라스 소액주주들로부터 제기돼 왔다. 삼광글라스 가치를 상향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이테크건설 투자부문 가치가 높게 평가된 것은 군장에너지의 가치가 높게 평가된 덕분이었는데 정작 이테크건설의 최대주주이자 이테크건설에 이어 군장에너지 2대주주인 삼광글라스는 자회사·손자회사 지분가치가 전혀 반영되지 않은 시장주가, 그것도 폭락장세에서의 주가를 기준으로 합병비율을 산정하는 게 말이 안된다는 취지다.

이달에 나온 새 합병비율은 삼광글라스의 합병가액을 종전처럼 시장주가가 아닌 자산가치를 기준으로 해 3만6451원으로 제시됐다는 점이 종전과 가장 큰 차이다. 그러나 소액주주들의 불만은 여전하다.

삼광글라스 가치산정에 반영된 자회사들의 가치는 장부가로 반영돼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문 반면 군장에너지 및 군장에너지를 자회사로 둔 이테크건설의 가치는 2046년까지 수익가치를 추정·반영해 상대적으로 더 높게 책정이 됐다는 얘기다. 종전 대비 삼광글라스 합병가액이 높아진 것은 긍정적이지만 여전히 실제 가치와 괴리가 크다는 게 소액주주들의 주장이다.

디앤에이치투자자문 등 소액주주들은 향후에도 합병비율의 부당성을 계속 문제삼겠다는 입장이다. 이들을 대리하는 김광중 변호사(법무법인 한결)는 "폭락장세의 시장주가가 아닌 자산가치를 반영하겠다는 회사 측의 입장은 환영할 만하지만 아직 미흡한 부분이 많다"며 "삼광글라스의 자회사 및 손자회사 가치가 제대로 반영되도록 합병비율이 재조정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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