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주문도 '척척'…주식판 뛰어든 '실버개미'

머니투데이 김태현 기자, 강민수 기자 2020.08.16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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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주식 시장이 뜨겁다. ‘동학 개미’가 만든 열풍이다. 개미는 다양하다. 옆집 대학생부터 윗집 할아버지, 아랫집 새댁까지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주식 시장에 뛰어 들었다. 모두 주식을 말하고 관심을 쏟지만 투자 방식은 다르다. 특히 세대별로 차이가 난다. 종목을 찝어주는 ‘리딩방’으로 한방을 쫓는 2030대가 있는가 하면 증권사 PB(프라이빗뱅커)에게 추천 받은 해외 ETF(상장지수펀드)에 투자하는 4050대가 있다. 또 직접 스마트폰을 켜고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을 켜고 직접 주문을 넣는 6070대 투자자들도 있다. 국내 증권 계좌수 3300만 시대 세대별 투자전략을 살펴봤다.

"간접투자 못믿는다" 휴대폰 든 6070 "내손으로 직접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사진=게티이미지뱅크


“요새 어르신들이 스마트폰에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 설치하는 것은 일도 아니에요. 투자도 삼성전자 (76,300원 ▼2,300 -2.93%), 한전 등 전통주가 아닌 테마주에 공격적으로 투자합니다.”

4월부터 시작된 ‘동학개미’ 운동의 주체는 비단 2030대만이 아니다. 자산을 토대로 직접 투자에 뛰어든 6070대도 적잖다. 지난해 DLF(파생결합펀드)와 최근 사모펀드 환매 연기 등 간접투자의 쓴맛을 본 노년층들이 직접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스마트' 6070대 비대면계좌 개설…테마주에 관심

12일 KB증권에 따르면 지난 4~7월 동안 개설된 비대면계좌 45만여개 중 약 7만5000개가 60~70대로 나타났다. 비대면계좌 신규 고객 중 15% 이상이 노년층인 셈이다.



류재용 KB증권 프라임센터 부장은 “6070대라고 하면 과거 지점을 방문하거나 전화로 주문하던 걸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지금은 다르다”며 “카카오톡과 유튜브 등을 이용하며 스마트폰에 익숙해진 6070대의 비대면 계좌가 폭증했다”고 말했다.

류 부장은 “(6070대 투자자들은) 오프라인 지점을 방문하더라도 MTS 설치와 가입만 도움 받는다”며 “실제 주문은 MTS를 통해 직접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투자 성향도 기존 관념과 다르다. 안정적 종목 대신 코로나19(COVID-19) 트렌드에 맞는 주식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든다. 코로나19 국면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NAVER (182,700원 ▼1,000 -0.54%)카카오 (47,400원 ▼700 -1.46%) 등 언택트주와 진단키트 관련 제약주 등이다.


류 부장은 “월 1만원 ‘프라임클럽’을 통해 다양한 정보와 함께 PB 컨설팅을 제공하는데 6070대가 주요 가입자”라며 “무엇보다 테마주에 대한 관심이 크다”고 설명했다.

◇DLF·사모펀드에 덴 6070대…"내 손으로 직접 투자"

간접투자에 대한 불신과 수익률이 노년층을 직접투자로 이끌었다.

지난해 DLF 사태와 최근 사모펀드 환매 연기의 주요 피해자는 노년층이다. DLF의 경우 피해자 10명 중 4명이, 옵티머스펀드의 경우 피해자 2명 중 1명이 60세 이상이다.

은행과 증권사 직원의 말만 믿고 뛰어들었다가 낭패만 봤다. 한 증권사 직원은 “간접투자에 대한 불신은 어느 연령층보다 노년층에서 가장 클 것”이라며 “남은 자산이라도 자신의 손으로 굴리고 싶어하는 욕구가 강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부진한 간접투자 수익률도 직접투자를 부추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채권에만 투자하더라도 어느 정도 수익률이 나왔지만, 지금은 낮아진 금리로 1%도 채 안된다”며 “추천할 수 있는 상품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채권형 펀드 수익률은 지지부진하다. 12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채권형 펀드의 최근 3개월 수익률은 0.56%다. 하이일드 채권형을 제외한 해외 채권형 펀드의 경우에도 최근 3개월 수익률이 5.15%에 그친다.

김태현 기자

주식하면 패가망신? 용감해진 4050 "나만 안할 수 있나"
/그래픽=김지영 디자인기자/그래픽=김지영 디자인기자
4050대 중년층은 ‘주식하면 패가망신 한다’는 얘기를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다.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요동치는 주식시장에 무릎 꿇는 ‘개미’(개인투자자)들을 수없이 목격했다.

그런 중년층이 용감해졌다. 직접 투자에 나선다. 소중히 들고 있던 공모펀드를 환매한다. 주식 신규 계좌를 연다. 코로나19(COVID-19) 국면에서 나타난 ‘동학개미’ 운동 여파다. 특히 상승세가 가파른 해외 주식시장에 대한 관심이 크다.



◇두 자릿수 수익률 펀드 환매…신규계좌 개설

/그래픽=김지영 디자인기자/그래픽=김지영 디자인기자
45세의 A씨는 최근 3년 동안 투자한 코스닥 펀드를 환매했다. 10%대 수익률을 기록할 만큼 실적도 나쁘지 않았던 펀드다. 그러나 주변 2030대 후배들의 이른바 ‘성투’(성공한 투자) 사례에 마음이 흔들렸다. 그동안 생각도 안 했던 증권계좌까지 개설했다.

1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주식거래활동 계좌수는 3267만7288개(10일 기준)에 달한다. 올해 초(2936만2933개)보다 331만개가 늘었다. 주식거래활동 계좌수는 예탁자산이 10만원 이상이고 6개월 간 한 차례 이상 거래한 적이 있는 증권계좌를 뜻한다.

2030층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4050대 중년층의 비중도 만만찮다고 한다. 이지연 미래에셋대우 마포WM센터 부지점장은 “최근 중년층들은 간접투자에서 직접투자로의 전환 움직임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이 부지점장은 “환매 절차의 번거로움 등으로 펀드에 답답함을 느끼고 직접투자로 돌리는 중년층이 많다”며 “투자 수익률 측면에서도 펀드보다 직접투자가 월등히 앞서다 보니 직접투자로 눈이 돌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4050대, 안정성+환금성 '해외 ETF'에 푹 빠졌다

특히 중년층들이 가장 관심을 보이는 건 ETF(상장지수펀드)다. ETF는 다양한 종목을 한 바구니에 담아 주식처럼 거래하는 상품이다. 자산 분배 안정성이라는 측면에서는 펀드를, 환금성이 좋다는 측면에서는 일반 주식을 닮았다는 점이 특징이다.

그 중에서도 해외 ETF에 대한 관심이 크다. 이 부지점장은 “해외 펀드의 경우 환매까지 최소 8~9일은 걸리는데 시장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어렵다”며 “언제라도 손쉽게 환매할 수 있는 해외 ETF에 대한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선 유진투자증권 챔피언스라운지 PB(프라이빗뱅커)는 “처음부터 종목을 고르기 어렵다고 하는 분들에게 애플과 아마존 등 IT 공룡으로 구성된 나스닥지수 추종 ETF를 추천한다”며 “2배, 3배 레버리지 상품도 있어 공격적인 투자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찾아볼 수 없는 다양한 종류의 ETF가 있다는 점도 해외 ETF에 몰리는 이유다. 미국 ETF 종류는 약 2300여개다. 국내보다 5배 정도 종류가 더 많다.

◇내 입맛에 맞춘 포트폴리오 랩어카운트 인기

/그래픽=유정수 디자인기자/그래픽=유정수 디자인기자
랩어카운트도 중년층의 투자 대안으로 떠오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6월말 기준 랩어카운트 계약건수는 190만5967건으로 지난 1월말보다 2만761건 늘었다.

특히 개인별 투자성향에 맞춘 투자 포트폴리오 구성이 가능한 지점형 랩어카운트 계약건수가 같은 기간 2만7288건에서 3만149건으로 2861건이 늘었다.

랩어카운트는 개인별 자산관리 서비스다. 고객이 돈을 맡기면 증권사가 포트폴리오 구성·운용·투자 자문까지 통합적으로 해준다. 최소가입금액이라는 진입장벽 탓에 주로 여유자금이 있는 4050대 중년층 자산가들이 가입하는 상품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최소가입금액은 1000만원이지만, 실제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성과를 내려면 3000만원은 있어야 한다”며 “여기에 연 2%에 달하는 운용수수료 등을 감안하면 부담스럽지만, 그럼에도 꾸준히 가입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주식 안하면 '바보'…2030 '주린이'들 "유튜브로 배웠어요"
모바일 주문도 '척척'…주식판 뛰어든 '실버개미'
#대학생 A씨(25)는 수백만원대 펀드를 모두 환매했다. 3월 이후 주식시장이 본격적으로 상승세를 타면서 수익률이 한자릿수에 불과한 펀드로는 충분치 않다고 여긴 탓이다.

A씨는 구독자 수 70만명이 넘는 유튜브 ‘슈카월드’ 를 보며 종목 공부를 했다. 이전까지만 해도 펀드와 주식에 7대3으로 투자하던 그는 지금 주식에 ‘몰빵’한 상태다.

#30대 전업투자자 B씨는 몇 달 전 개인 블로그를 통해 ‘주식 스터디’ 회원을 모집하다 깜짝 놀랐다. 예상보다 많은 10명이 모집됐는데 모두 25~34세의 젊은층이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매주 특징주를 분석하고 유망 종목을 함께 선정하며 열정적으로 ‘주식 공부’에 임했다. B씨는 스터디 회원과 함께 현재 주식 관련 유튜브를 운영 중이다.

◇주식 안하면 ‘바보’…신규 입성 ‘주린이’ 56%는 2030

온 국민이 ‘주식 투자’에 뛰어드는 시대다. 특히 2030세대의 ‘주식 투자 열풍’이 거세다. 이들 세대는 기성세대와 달리 스스로 정보를 찾고 분석해 유망 업종 및 종목을 발굴한다.

1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주식 거래활동 계좌 수는 3267만7288개로, 올해 들어 331만4355개(11.29%)가 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증가 폭(183만828개)과 비교해 거의 두 배에 달한다.
모바일 주문도 '척척'…주식판 뛰어든 '실버개미'
특히 이중 20~30대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신규 유입 고객 가운데 20~30대 비중은 합산 52.5%를 차지했다. 특히 20대 신규 투자자의 비중은 26.0%로, 과거 2년 평균 비중(22.9%)에 비해 늘었다. KB증권 또한 상반기 신규 계좌 개설 고객의 56%가 20~30대였다.

주식 투자를 시작한 지 이제 6개월 됐다는 예비직장인 오모씨(26)는 “지인들끼리 모이면 틈만 나면 주식 이야기를 한다”며 “‘이 종목이 올랐다더라’, ‘이 종목이 뜰 것 같다’는 이야기가 모임의 중심 화제”라고 말했다.

◇'스스로 잘해요' 2030 주린이…서울부터 부산까지 '주터디' 꾸린다

/사진=인터넷 포털 캡쳐/사진=인터넷 포털 캡쳐
갓 주식에 입문한 2030 ‘주린이’(주식과 어린이의 합성어)의 특징은 ‘스스로 잘한다’는 점이다. 증권사나 은행 등 금융기관에 자문을 구하는 이전 세대와 달리, 인터넷 검색에 익숙한 2030세대는 유튜브, 오픈카톡방, 주식 커뮤니티 등을 통해 필요한 정보를 찾는다.

지인 또는 온라인을 통해 ‘스터디 모임’을 꾸려 주식 공부도 한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는 신촌, 강남 등 수도권뿐만 아니라 부산, 창원 등 전국 곳곳에서 ‘주식 스터디를 모집한다’는 글이 올라와 있다. 전문가에게 맡기느니 ‘내가 공부하고 만다’는 태도다.

2030을 대상으로 한 경제 머니레터 서비스도 인기를 끈다. 재테크 정보를 찾는 수요가 늘면서다. 경제미디어 스타트업 ‘어피티’는 사회초년생 직장인을 타깃으로 매일 아침 기초 금융 지식, 재테크 관련 뉴스레터를 제공한다.

이들의 뉴스레터는 아기자기한 디자인과 차근차근 설명하는 말투로 친근감을 더한다. 지난 5월 말 기준 어피티 뉴스레터 서비스의 구독자 수는 약 6만명에 이른다.

다만 이들은 주식 리딩방(유료 종목 추천방)유혹에도 쉽게 노출돼 있다. 유사투자자문업체가 유튜브 등을 통해 리딩방 회원을 모집하는 게 유행이다. 현재 유튜브에서 ‘주식’을 검색만 해도 ‘이번주 20배 이상 폭등할 종목’, ‘고수익 일생일대의 기회’ 등 자극적인 제목을 단 주식 유튜브 광고가 눈에 띈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개미가 늘면서 펀드보다 차라리 유사투자자문업체의 수요가 많아질 것”이라며 “정보가 부족한 개인 투자자들은 특히 이들 방에 유입되기 쉽다”고 전했다.

이들 광고는 강의 일부분만 보여주고 ‘비공개 유망 종목’을 공개한다며 유사투자자문업체의 휴대폰 번호로 문자 전송을 유도한다.

유료 리딩방을 운영하는 전업투자자 B씨는 “주식 유튜브 시청자는 거의 대부분이 20~30대라고 봐도 무방하다”며 “유튜브를 통해 유입되는 리딩방 참가자들도 젊은 연령대가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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