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법'의 숨은 뜻…"삼성에 세금 5조 내라는 것"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20.08.14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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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삼성생명법이 뭐길래

편집자주 삼성생명의 주가가 최근 급등했다. 시장은 여당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일명 삼성생명법)을 상승의 한 이유로 꼽았다. 이 법안의 핵심은 보험사가 보유한 주식을 취득원가가 아니라 시가로 평가하는 것이다. 국회를 통과하면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수십조원 어치를 팔아야 한다. 이는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도 흔들 수 있다.

'삼성생명법'의 숨은 뜻…"삼성에 세금 5조 내라는 것"


"'삼성생명법'은 사실 삼성에 조단위 세금을 내라는 법입니다."

삼성생명 (92,300원 ▼3,200 -3.35%)삼성화재 (306,000원 ▼3,000 -0.97%)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23조원어치(약 4억주)를 매각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일명 '삼성생명법 개정안'(보험업법 개정안)을 두고 재계에서 나오는 얘기다.



양사가 보유한 삼성전자 (82,400원 ▲1,600 +1.98%) 지분은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연결고리로 결국 그룹 내 다른 계열사가 다시 인수해야 하는 지분이기 때문이다. 계열사간 지분 매매지만 그 과정에서 매각차익에 대한 막대한 세금이 부과된다. 세법상 법인세 규모만 5조원을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뤄진다.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 지분(17.48%)을 지렛대로 삼성전자 경영권을 확보하는 구조다. 삼성물산 (158,500원 ▼1,600 -1.00%)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5.01%)과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8.51%)이 이 부회장과 삼성전자를 연결하는 핵심고리다.



'삼성생명법'의 숨은 뜻…"삼성에 세금 5조 내라는 것"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시장에 매각할 경우 삼성그룹의 지배구조가 흔들리게 된다. 개정안에 따라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면 다른 계열사가 인수해야만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삼성그룹이 어떻게든 지켜야 하는 지분.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의 의미다.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시나리오는 삼성물산이 인수하는 방안이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를 고려할 때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효과적인 시나리오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삼성물산이 인수하면 지배구조가 '이 부회장→삼성물산→삼성전자'로 단순해진다. 지분율도 달라지지 않기 때문에 이 부회장의 경영권도 그대로 유지된다.

인수자금은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43.44%를 삼성전자에 매각해 확보할 수 있다. 14일 종가 기준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가치(43.44%)는 23조원에 달한다. 삼성물산이 인수해야 하는 삼성전자 지분과 비슷한 규모다.


문제는 세금이다. 법인이 보유주식을 팔면 매각차익의 22%에 달하는 법인세를 포함해 각종 세금을 물어야 한다. 삼성생명은 1980년 삼성전자 지분을 1주당 1072원에 사들였다. 5만원대 후반인 삼성전자의 최근 주가를 고려하면 주당 1만2000원가량의 법인세를 내야 한다. 삼성화재가 1979년 삼성전자 지분을 매입할 때 취득원가는 900원에도 못 미쳤다.

'삼성생명법'의 숨은 뜻…"삼성에 세금 5조 내라는 것"
양사가 삼성물산에 삼성전자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법인세만 4조~5조원을 내야 하는 셈이다.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 매입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삼성바이오로직스 (831,000원 ▼2,000 -0.24%) 지분을 매각할 때 발생하는 세금까지 합하면 법인세만 5조원이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룹 전체로 보면 실제로 발생하는 시세차익은 없는데 시세차익 명목으로 조단위 세금만 부담하게 되는 상황이다. 삼성그룹이 이 부회장을 정점으로 한 지배구조를 포기할 수 없는 상황에서 '삼성생명법'은 말 그대로 삼성그룹에 천문학적인 세금을 부과하는 법안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보험업법 개정으로 영향을 받는 곳은 국내 기업 중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2곳뿐이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한때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문제 해법으로 삼성생명을 지주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하는 중간금융지주사 설립 방안을 제안했지만 삼성물산이 삼성생명 지주사를 지배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필요하다. 박근혜 정부 시절의 '삼성 특혜법' 논란이 재연될 공산이 크다.

삼성그룹 내부 상황에 정통한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처분 문제는 19대 국회 당시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4년 처음 발의하면서부터 6년 이상 논의를 거듭하면서도 해법을 찾기 어려웠던 문제"라며 "정부와 여당이 과반 의석을 내세워 밀어붙이기에는 삼성그룹은 물론, 국가경제에도 영향력이 큰 사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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