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당명' 없소?"…탄력받은 통합당 '고심' 깊어진다

머니투데이 서진욱 기자 2020.08.15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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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미래통합당의 당명 공모전 홍보에 활용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자필. /사진제공=통합당. 미래통합당의 당명 공모전 홍보에 활용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자필. /사진제공=통합당.


미래통합당이 새로운 당명 찾기에 나섰다. 폭넓은 지지를 얻으면서 쇄신 행보를 압축적으로 전하는 당명을 찾아야 한다. 당의 기틀을 마련하고 새출발을 알리는 상징인 만큼, 통합당의 고민이 깊어진다.



당명 '공모' 나선 통합당… 8월 31일 '새 당명' 발표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왼쪽)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지난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왼쪽)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지난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통합당은 지난 13일부터 대국민 당명 공모전을 진행하고 있다. 오는 21일까지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여러 개 당명 응모도 가능하다. 상금은 대상(1명) 200만원, 최우수상(2명) 50만원, 우수상(3명) 30만원이다.



새 당명 조건은 △부르기 쉽고 기억하기 좋은 이름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만한 이유가 있는 이름 △오래오래 불러도 처음 그 느낌 같은 이름 △당명을 줄여 불러도 예쁜 이름이다.

통합당은 심사를 거쳐 24일 3~4개 당명 후보를 선정한다. 이후 여론 수렴 절차를 거쳐 31일 최종 당명을 발표할 계획이다. 15일 기준 공모 건수 3000개를 돌파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당명은 당이 지향하는 정치적 가치를 압축적으로 표현하는 수단이다. 총선 참패 이후 환골탈태에 나선 통합당에 당명 변경은 쇄신 의지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최대 이벤트다. 기본소득, 국회의원 4연임 금지 등 파격적인 내용을 담은 정강정책 개정안을 뛰어넘는 당명을 선보여야 한다.


국민들의 이목을 사로잡는 새 당명으로 최근의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다. 통합당은 8월 2주차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을 제쳤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최초다. 새 당명으로 과거 모습과 완전한 결별을 선언, 민주당에 돌아선 민심을 지지층으로 흡수해야 한다.

당명 공모전 홍보 이미지. /사진제공=통합당.당명 공모전 홍보 이미지. /사진제공=통합당.
'안 썼던' 단어 찾기 어렵다… '대중성·파격' 모두 잡아야
새 당명 찾기는 상당한 난제다. 대중적인 정치 단어들은 대부분 당명으로 활용됐기 때문이다. 2015년 민주당이 당명으로는 생소한 '더불어'를 가져온 것 같은 파격이 필요하다.

통합당의 당명 의견수렴 결과, 선호 키워드로 '자유', '보수', '국민', '민주', '미래', '희망', '한국' 등이 꼽혔다. 새 당명으로 쓰이긴 애매한 단어들이다.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가운데) 등 지도부가 올해 2월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출범식에서 당명을 공개하고 있다. /사진=뉴스1.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가운데) 등 지도부가 올해 2월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출범식에서 당명을 공개하고 있다. /사진=뉴스1.
'자유'는 통합당의 전신 자유한국당에 쓰였을 뿐 아니라 이승만 정권의 자유당을 떠오르게 한다. 중도층뿐 아니라 진보층까지 아우르려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의중을 고려하면 '보수'를 당명에 넣기도 어렵다. 이념과 진영 논리에서 벗어난 새로운 정강정책 개정안과 배치되는 단어이기도 하다.

'국민'과 '민주'는 이미 국민의당과 민주당에서 쓰고 있다. '미래'와 '한국' 역시 통합당이 활용했다. '희망'은 당명으로 쓰기엔 다소 추상적인 느낌을 준다.

현재까지 공모된 당명에는 '새로움'을 의미하는 단어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이라는 단어를 넣은 당명도 많다. '당'이라는 단어에 구애받지 않은 자유로운 당명들도 포함됐다.

1987년 민주화 이후 보수 정당은 1990년 민주자유당-신한국당-한나라당-새누리당-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 순으로 당명을 바꿨다. 통합당은 지난 총선에서 비례위성정당으로 미래한국당을 내세운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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