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물들어올 때 노젓자

머니투데이 김창훈 KRG 부사장 2020.08.17 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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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시평]물들어올 때 노젓자


바야흐로 21세기가 시작된 지 어언 20여년이 흘렀다. 지난 2000년은 인터넷으로 상징되는 ‘닷컴붐’이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산업계 지형을 흔들어 놓은 시기다. 비록 ‘닷컴버블’로 큰 홍역을 치르긴 했지만, 패러다임 전환기였음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다시 20여년이 흐른 지금, 세계는 4차 산업혁명으로 대변되는 ‘디지털붐’이 또다시 세상의 판을 뒤집어 놓고 있다. 게다가 코로나19라는 예기치 못한 사태까지 발생하면서 ‘디지털세상’은 한층 속도가 가팔라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비즈니스 모델이 검증된 지금의 ‘디지털붐’은 과거처럼 ‘디지털버블’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코로나19 이후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 차지하는 위상도 달라지고 있다. 올 2분기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3.3%로 중국 다음으로 높았다. OECD는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3월 –1.2%에서 최근에는 –0.8%로 상향 조정, 선진국 중에서는 가장 높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로나19의 역설’이라지만 한국의 GDP(국내총생산) 순위 역시 2019년 12위에서 올해는 9위가 예상된다.

IT(정보기술) 분야 역시 국내 기업들의 선전으로 세계에서 한국 기업들이 차지하는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전 세계 시가총액 순위를 발표하는 미스터캡에 따르면 IT, 인터넷 분야에 한정해 살펴본 결과, 글로벌 시가총액 40위권에 한국 IT 기업은 7개가 포진, 미국(19개) 다음으로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은 6개 기업이 포함돼 3위를 차지했으며, 아시아권에서는 대만 2개, 일본은 1개 기업이 포함돼 있다. 순위에 포함된 한국 기업들의 업종도 다양하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전통의 강자를 비롯해 네이버, 카카오 등 인터넷 기업과 넷마블, 넥슨 등과 같은 게임 기업들도 순위권에 포함돼 있다. 다방면의 디지털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중이다.



2000년 이후 20여년간 전 세계 기업들의 시가총액 변화도 무쌍하다. 2000년 당시 시총 10대 기업의 전체 총액은 2조7600억달러였다. 2020년 현재 세계 10대 기업의 시가총액은 20년 전보다 214% 증가한 8조6000억달러에 달한다. 앞으로 20년 후인 2040년에는 20조달러에 육박할 것이다. 2000년 당시 10위권이던 기업 중에서 2020년 현재 기준으로 순위에 포함된 기업은 마이크로소프트만이 유일하다. 시가총액 10위권 기업 중에 디지털 플랫폼 기업은 7개에 달한다. 2000년 기준으로 GE, 엑손모빌, 화이자 등의 자리를 디지털 플랫폼 기업인 애플, 아마존, 구글, 텐센트, 알리바바 등이 차지하고 있다. 바야흐로 제조업의 시대가 가고 디지털 시대가 열린 것이다.

그렇다면 20년 후에는 어떻게 달라질까? 무엇보다 디지털 플랫폼의 위세는 더욱 커질 것이다. 디지털 기업들은 유통, 금융, 제조 분야까지 아우르면서 시장에서 마켓파워를 더욱 업그레이드할 것이다. 코로나19로 주목받은 바이오와 스마트 헬스케어 업종도 세계시장에서 중요도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이외에 에듀테크, 스마트팩토리, 스마트시티 등도 판이 커질 것이다. 미래가 어떨지는 오직 신(God)만이 알겠지만 우리 앞에 놓인 명확한 사실은 ‘위기이지만 기회’인 지금이야말로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할 시기’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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