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경영진이 모인 자리에서 이 얘기가 나올 때마다 '과연?'이라는 의문문이 따라붙었다. 한때 삼성전자 (77,600원 ▼2,000 -2.51%) 최고 경영진을 지냈던 전직 삼성맨들도 일단 지켜보자는 쪽에 섰다.
물음표 따라붙었지만 2년만에 '초과 달성' 초읽기
미중 무역갈등과 일본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수출규제는 현재진행형 난제다. 경영 구심점 역할을 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주요 전·현직 경영진마저 3년 반 이상 이어지는 사법 리스크에 여전히 온전한 행보를 보이기 힘든 상황이다.
이런 대내외 악재에도 불구하고 삼성이 약속을 지켜가는 것을 두고 "과연 삼성"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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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 여건에서도 불확실성 돌파…4대 성장축 선제투자
이런 과감한 투자는 실적 성과로도 이어지고 있다. 올 상반기 시스템LSI(반도체 설계)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 매출이 총 8조1200억원을 기록, 반기 기준으로 처음 8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같은 기간(6조7900억원)보다 20% 증가한 수치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11일 1조7400억원을 투자해 세계 최대 규모(25만6000L)의 바이오 의약품 생산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수주 실적이 공시 기준 1조7887억원으로 지난해 전체 실적(3083억원)의 6배에 달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10월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꼽히는 QD(퀀텀닷) 개발에 13조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이 2년 전 인공지능(AI), 5G(5세대 이동통신), 바이오와 함께 4대 미래성장사업으로 꼽은 자동차 전장(전자장비) 부문에서는 이 부회장이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을 3개월 사이 2차례 만나 협력방안을 논의하는 등 경쟁력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업 본분은 고용·투자"…삼성 위기극복 DNA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16일 삼성전기 부산사업장의 전장용 MLCC 생산 공장을 찾아 MLCC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은 국내 중소기업들의 역량강화를 돕는 스마트팩토리 지원 사업으로도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1070개사를 지원했다. 2022년까지 1000억원을 투입해 2500개사 지원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협력사와의 상생을 위해 2018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반도체 부문 우수 기업에 누적 기준으로 인센티브 1927억원을 지급한 것도 눈에 띈다.
전세계 경제가 올해 코로나19 사태로 마이너스 성장하는 상황에서도 삼성이 대내외 악재를 딛고 투자·고용 계획을 실행에 옮긴 배경은 이 부회장의 강한 의지라는 게 재계의 평가다. 이 부회장은 지난 2월에도 "기업의 본분은 고용 창출과 혁신 투자"라며 "2년 전 약속을 꼭 지키겠다"고 밝혔다.
재계 한 관계자는 "위기 국면에서 더 선제적으로 투자하고 결실을 맺어온 삼성 특유의 경영 DNA가 다시 한번 발휘되고 있다"며 "여러 논란이 있지만 우리 경제에 삼성이 든든한 버팀목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