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웹툰도 잘 키우면 한류의 꽃

머니투데이 이종우 경제평론가 2020.08.14 0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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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시평]웹툰도 잘 키우면 한류의 꽃


세계 인쇄만화 시장의 1등은 일본이다. 시장규모가 3조2000억원 정도로 미국의 2.5배에 달한다. 일본 사람들이 전통적으로 시각적 매개물을 통해 상황을 간단히 설명하는 능력을 지닌 데다 1960년대 학생운동에 참여한 사람들이 만화에 뛰어들면서 산업으로 발전했다. 이런 바탕이 있었기 때문에 '재패니메이션'이란 만화영화 장르가 탄생할 수 있었다. 1960년대 '타이거마스크'와 '우주소년 아톰' 이후 일본이 세계 만화영화 시장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는데 2001년에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란 작품이 일본 영화사상 최고의 흥행작이 됐다.
 
최근 우리나라 만화시장은 웹툰을 통해 발전하고 있다. 인터넷조사업체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국내에서만 하루평균 900만명이 웹툰 모바일앱을 이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용시간도 동영상의 73% 가까이 된다. 저연령층 위주였던 이용자 구성도 바뀌었는데 2015년 46%였던 20대 이하 비중이 지난해 30%로 낮아진 반면 구매력이 높은 30~40대의 이용은 늘었다. 이렇게 이용자가 증가하다 보니 웹툰 관련 회사와 작가가 적절한 수익을 올리게 됐고 그 힘이 콘텐츠 생산 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계속된다. 누적 웹툰 수가 2015년 3490편에서 지난해 1만편을 넘었을 정도다.
 
최근에는 국내 웹툰의 해외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 현재 글로벌 웹툰시장 규모는 2조5000억원으로 인쇄만화 시장의 25%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규모 면에서는 인쇄만화에 밀리지만 2013년 전체 만화시장에서 웹툰이 차지하는 비중이 13%인 데 비하면 6년 만에 해당 비중이 2배가 될 정도로 빠르게 성장한 것이다.
 
만화는 만화로만 끝나지 않고 관련 상품의 생산으로 이어진다. 2017년 한해 일본의 만화제작 스튜디오 수익이 2400억엔에 그친 반면 이를 이용한 애니메이션 시장은 2조1000억엔을 기록했다. 만화 한 편이 만들어지면 이런저런 형태로 만화 매출의 9배 가까운 시장이 만들어진다는 의미가 된다. 이중에는 게임도 포함된다. 게임사가 직접 만든 캐릭터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만화를 통해 친숙한 인물을 게임 캐릭터로 사용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 '포켓몬스터'다. 몇 년 전 증강현실 게임 '포켓몬 고'의 캐릭터 역시 만화영화 '포켓몬스터'에 나온 인물들이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사례가 많이 있다. 1200만명 넘는 관객을 모은 '신과 함께'나 '강철비' 같은 영화는 웹툰을 기반으로 만들어졌고 올해 방영된 드라마 '이태원클라쓰'도 웹툰의 각색물이다.
 
앞으로 우리 웹툰산업은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규모가 올해 5000억원을 넘은 데 이어 내년에 7000억원으로 늘어나 매년 20% 가까운 성장이 예상된다. 해외시장 진출도 더 늘어 올해 30% 정도인 해외매출 비중이 내년에는 40%로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일본 만화시장에서 웹툰이 차지하는 비중은 17%에 불과하다. 미국은 12%로 더 낮다. 아직 인쇄물에 비해 비중이 낮지만 스마트폰 보급 이후 디지털을 통한 정보취득이 보편화해 해외 웹툰시장은 계속 커질 수밖에 없다. 그만큼 우리 웹툰 관련 회사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넓어진다는 의미가 된다.
 
한류가 시간이 지나면서 소규모로 집중화한다. 한류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산업적인 형태로 발전해야 하는데 웹툰이 적당한 대상이다. 1970년대 세상을 뒤흔든 일류(日流)가 마지막에 만화로 모인 것처럼 웹툰도 잘 키우면 한류의 꽃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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