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삼성전자 주식 팔아 배당 늘릴까

머니투데이 정인지 기자 2020.08.13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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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 / 사진제공=삼성생명삼성생명 / 사진제공=삼성생명


삼성생명 (86,400원 ▲1,000 +1.17%)삼성화재 (299,500원 ▲2,000 +0.67%)가 주가가 뛴다. 이들이 들고 있는 삼성전자 (76,300원 ▼2,300 -2.93%) 지분을 팔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매각 대금을 활용해 배당금을 늘릴 수 있다는 게 호재로 작용한다.

다만 지분 매각과 관련 정해진 것은 없다. 삼성생명은 이날 오후 2분기 실적 발표에 나서는데, 이 자리에서 배당에 대해 언급할 지도 주목할 만한 점이다.



13일 오전 11시25분 현재 삼성생명은 전날보다 6.73% 오른 6만3400원을 기록 중이다. 삼성화재도 2.8% 상승하고 있다. 최근 4거래일간 주가 상승률은 각각 22.3%, 10.4%에 달한다.

주가 상승의 배경은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일명 삼성생명법)으로 풀이된다.



개정안의 핵심은 현재 보험업법에서 규제하고 있는 '3% 룰'의 기준을 '취득 원가'에서 '시가 평가'로 바꾸자는 것이다.

3%룰은 보험사의 타사 주식 보유 한도를 기준자산의 3% 이하로 정해놓은 것이다. 이 법안은 지난 국회에서도 논의됐지만 통과되지 못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 등이 다시 발의했는데 여당이 압도적 다수를 점한 만큼 국회 통과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삼성생명은 현재 삼성전자의 보통주 8.51%, 종류주식 0.01%를 가진 단일 주주 기준 최대주주다. 삼성화재는 삼성전자 보통주 1.49%를 갖고 있다. 삼성전자의 시가총액(352조2172억원)을 대입해보면 삼성생명은 현재 약 30조원어치, 삼성화재는 5조2500억원어치의 주식을 보유 중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자산의 3%인 약 9조원어치를 남기고 나머지 20조원을 팔고, 삼성화재는 2조원어치를 남기고 나머지 3조2500억원을 팔아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매각 대금 중 일부분만 배당이 되더라도 투자자 입장에서는 고배당을 노려볼 수 있다. 지난해 삼성생명의 배당금 총액은 약 4760억원, 삼성화재는 약 3610억원이었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생명의 시가총액이 삼성전자 지분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던 이유는 지배구조 이슈로 지분 매각 가능성이 낮았기 때문"이라며 시장이 지분 매각 후 배당 확대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법안 통과 여부는 아직 확실치 않다. 국회 정무위원회에 상정된 상태로 법안 심의에 시간이 걸릴 가능성도 높다. 삼성 그룹도 이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지 불분명하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한 뒤 이를 대체할 만한 좋은 투자자산을 찾는 것도 쉽지 않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배당이 늘어난다면 단기 투자 매력은 상승하겠지만, 삼성전자만큼 평가이익과 배당수익률이 꾸준히 상승하는 자산을 찾기 어렵다"며 "이를 어떻게 해결할 지가 향후 중요 과제"라고 말했다.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시장에서 매각하기보다 계열사에 넘길 가능성도 나온다. 삼성그룹은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다.

삼성생명이 이 고리에서 이탈하게 되면 삼성물산이 지주회사로 전환되는 구조로 변화하는 방안에 무게가 실린다. 삼성물산의 주가는 최근 4거래일간 15.8%, 삼성전자는 2.5% 상승했다. 삼성물산은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4공장 증설로 인한 사업 확대 기대감까지 겹쳐 급상승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기룡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삼성물산이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을 매각하고, 이 재원으로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을 매수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그는 "장기적으로는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투자 부문과 합병(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삼성생명은 이날 오후 4시 2분기 실적 발표를 위한 기업설명회(IR)를 여는데, 여기서 지분 매각과 관련해 언급이 나올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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