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 개발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선…제2·제3의 인공위성연구소 나와야"

머니투데이 대전=류준영 기자 2020.08.18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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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카이스트(KAIST) 인공위성연구소 권세진 소장, 탑재체 일부 핵심기술 먼길…심우주 탐사 선행연구 계획

카이스트(KAIST) 인공위성연구소 권세진 소장/사진=류준영 기자카이스트(KAIST) 인공위성연구소 권세진 소장/사진=류준영 기자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의 제트추진연구소(JPL), 일본 도쿄대의 우주과학연구소(ISAS)는 모두 대학 내 연구소로 시작했죠. 로켓을 만드는 작은 동아리로 시작한 JPL의 현재 직원 수는 5000명이 넘어요. 더 놀라운 건 나사에 이런 식으로 만들어진 비슷한 규모의 리서치센터가 미 전역에 10곳 정도 된다는 겁니다.”

JPL은 미국 캘리포니아공대(칼텍)가 운영하는 연구기관으로 태양계 및 외계행성 탐사, 우주로봇 개발 등을 한다. 2012년 화성 착륙에 성공한 로버(무인 탐사차량) ‘오퍼튜니티’와 2018년 화성지질구조 탐사임무를 맡은 로버 ‘인사이트’ 등은 모두 JPL의 작품이다. 도쿄대 우주과학연구소(ISAS)는 현재 일본의 우주개발을 책임지는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를 탄생시킨 전신이다. ISAS는 로켓과 인공위성, 행성 탐사선 등의 연구개발을 맡았다. 소행성 탐사에 성공한 ‘하야부사2’가 대표적 성과다.



권세진 카이스트(KAIST) 인공위성연구소장은 “나사와 민간우주개발기업이 협력해 ‘우주택시’를 보내고 달·화성 탐사가 본격화하는 현재 시점에 우리나라에도 대학의 인재·연구시설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우주연구센터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권 소장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인공위성 개발이 약 30년 이상 늦었지만 지금의 위성체 체계기술은 선진국과 비교해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다. 상용 인공위성을 기준으로 선진국 대비 세계 5~7위권의 기술력을 보유했다. 하지만 아직 인공위성 탑재체의 일부 핵심기술은 부족한 부분이 있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멀죠. 위성의 일부 핵심부품·장치들은 여전히 해외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니까요. 국내 수요만 가지고 고도의 기술을 요구하는 핵심부품 상당수를 자체 제작·생산하면 단가가 맞지 않죠. 이런 문제를 앞으로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노력으로 풀어나가야 합니다.”

보다 효율적인 위성개발체계를 갖추기 위해 제2, 제3의 인공위성연구소가 나와야 한다는 견해도 밝혔다. “ERC(공학분야) 선도연구센터지원사업 제1호 연구소로 출발해 독립된 연구조직으로 30년간 자생하며 우주 분야에서 꾸준히 실적을 내는 곳은 아마 우리가 유일할 겁니다. 미국처럼 더 많은 우주연구소가 대학에서 생겨났으면 좋겠어요.”

권 소장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이 명확하다며 ‘심우주 탐사’를 위한 선행연구를 수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근 국내에 주로 통신·환경 분야로 소형위성 수요가 부쩍 늘었는데 연구소가 국내 민간 우주기업과 경쟁하며 위성을 만드는 건 명분도 약하고 정부도 바라지 않을 거예요.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지구궤도는 민간에 맡기고 우리는 아직 가보지 않은 심우주에 가보려 합니다. 카이스트 인공위성연구소가 문을 연 1989년 당시만 해도 우리가 우주를 간다는 건 진짜 황당한 생각이었죠. 그런데 지금은 그 미래가 현실화했잖아요. 그때 그 정신이 지금 다시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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