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별1호' 등 3년만에 R&D 결실…韓인공위성 역사 초석

머니투데이 대전=류준영 기자 2020.08.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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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도연구센터 30년, 대학연구 미래를 깨우다-①]KAIST 인공위성연구소…ERC 사업 30년간 '통큰지원' 항공우주 요람으로 떠올라

편집자주 2020년은 우리나라 대학의 기초연구를 책임져온 ‘선도연구센터’ 제도가 도입된 지 30년째 되는 해다. 지금은 100억 원대 대형 R&D(연구·개발) 프로젝트들이 많지만, 선도연구센터가 시작된 1990년 무렵 대학에선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원한 선도연구센터는 장기간 안정적으로 대학 내 기초연구를 지원한 우리나라 최초의 연구지원사업으로 우주·바이오·소재·부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경쟁력을 높이는 토대가 됐다. 선도연구센터의 현황과 미래를 점검해봤다

'우리별1호' 등 3년만에 R&D 결실…韓인공위성 역사 초석


1992년 8월11일 남미 기아나 쿠루 우주기지에서 대한민국 최초의 국적 위성이자 초소형 과학위성인 ‘우리별1호’가 발사됐다. 비록 영국 서리대학 기술진의 도움을 받긴 했지만 우리나라는 이를 통해 세계에서 22번째로 위성을 보유한 나라가 됐다. 우리나라 ‘항공우주의 요람’으로 불리는 카이스트(KAIST) 인공위성연구소가 설립 3년 만에 일군 성과다. 신성철 카이스트 총장은 “인공위성연구소가 설립될 당시만 해도 인공위성 개발은 시기상조라며 회의적 시각이 지배적이었다”고 회고했다.

카이스트에 따르면 인공위성연구소는 1989년 8월 인공위성연구센터로 문을 연 후 전기 및 전자·물리학·통신·제어·회로 분야 전공학생 5명을 인공위성기술 분야에서 가장 앞선 서리대학에 유학을 보냈고 이곳에서 공부한 학생들이 다시 센터로 돌아와 위성개발을 주도했다. 연구소의 대표적 성과로는 ‘우리별2호’(1993년)와 ‘우리별3호’(1999년), 국내 최초 천문관측위성 ‘과학기술위성1호’, ‘과학기술위성2A호’(2009년), ‘2B호’(2010년), ‘나로과학위성’(2013년), ‘과학기술위성3호’(2013년), ‘차세대소형위성1호’(2018년) 등을 꼽는다. 우리나라 우주개발 역사에 초석을 다진 위성들이다.



이처럼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끌어낸 배경엔 1990년 2월 과학기술처(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도입한 공학 분야 선도연구센터(ERC) 제도가 있다. 당시 인공위성연구센터는 ERC 사업 첫해인 1990년 선정돼 9년간 안정적으로 연구비를 지원받았다. 이를 통해 비행모델을 조립하고 지상에서 기능을 검증하는 위성종합조립시험실과 발사·궤도환경에서 내구성·안전성 검증을 위한 진동시험시설, 우주환경시험시설 등을 구축해 첨단 우주기술 연구에 매진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이주원 과기정통부 기초연구진흥과장은 “기초과학의 연구성과는 단기간 예측이 어려워 장기적 지원이 필수”라며 “대부분 정부지원사업이 몇 년 시행되다 종료되는 데 비해 선도연구센터 사업은 유일하게 30년이라는 긴 기간 동안 지속해왔다”고 말했다.

ERC 지원에 힘입어 ‘우리별1·2호’를 연이어 개발했고 그 경험을 토대로 100㎏급 ‘우리별3호’를 독자 설계했다. 3호는 우주환경 변화를 관측하는 고에너지 입자검출 및 전자온도 측정실험과 국산 반도체의 검증실험을 수행했다. 당시 세계시장의 동급 소형위성과 비교할 때 성능 측면에서 전혀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과학기술위성1호’는 탑재된 원자외선분광기로 우주를 정밀 관측하는 등 국산 소형위성의 효용성을 입증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난관과 시련도 많았다. ‘과학기술위성2A호’와 ‘과학기술위성2B호’는 각각 2009년 8월, 2010년 6월 2차례에 걸쳐 한국형 우주발사체 ‘나로호’에 실려 발사됐지만 페어링 분리 실패와 원인 모를 폭발로 우주궤도에 진입하는 데 실패했다. 이후 ‘나로호’ 3차 발사가 성공적으로 이뤄지며 나로과학위성도 성공적으로 궤도에 안착했다.

2018년 12월4일에는 차세대 ‘소형위성1호’도 쏘아올렸고 현재는 국내에서 만든 영상레이더 시스템을 탑재한 ‘차세대소형위성2호’를 개발하고 있다. 2022년 국내 독자 개발 중인 한국형발사체 ‘누리호’에 실려 발사할 계획이다. 이밖에 연구소는 소형위성을 통한 지구·우주관측, 우주 핵심기술 검증, 국가우주개발 전문인력 양성 등에 기여해왔다.

선도연구센터 지원을 통해 양성·배출된 인력은 민간연구소, 기업 등으로 진출, 연구생태계의 선순환구조를 만들고 있다. 이를테면 인공위성연구센터에서 기술력을 키운 연구자들은 한국 유일 위성제작 벤처기업 쎄트렉아이를 1999년 설립했다. 주로 소형위성시스템과 중소형 인공위성에 적합한 전자광학 탑재체와 부품을 개발·제조한다. 지난달 20일 아랍권 최초의 화성 탐사선인 아랍에미리트(UAE)의 ‘아말’이 발사될 때 이 회사 이름이 덩달아 주목받았는데 쎄트렉아이는 UAE의 첫 인공위성 ‘두바이샛1호’(2009년)와 ‘두바이샛2호’(2013년)를 제작, 국내 최초로 인공위성의 해외수출을 이뤄냈다.


권세진 카이스트 인공위성연구소장은 “ERC는 인공위성연구소가 세계적 연구집단으로 자리잡는 계기가 됐다”며 “지원 종료 후에도 자생력을 갖고 연구를 계속하고 있으며 이제 핵심 우주기술 국산화와 심우주 탐사에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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