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도 남는게 없어요"…은행, 이자수익 '비상'

머니투데이 양성희 기자, 이학렬 기자 2020.08.13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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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현금 마른 은행, 유동성 잔치 끝 (下)

편집자주 코로나19 발발 이후 은행대출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상반기에 연간 대출목표를 채울 정도였다. 그런 만큼 은행들의 현금사정도 빠듯해졌다. 은행채와 CD를 발행해 현금 확보전에 나서고 있다. 은행들의 대출태도도 변했다. ‘수익’보다 ‘위험’을 더 따진다.

대출 둔화 불가피, 순이자마진 더 준다
4대 은행 NIM 하락 추이/그래픽=김지영 디자인기자4대 은행 NIM 하락 추이/그래픽=김지영 디자인기자


은행의 현금사정이 빠듯해지면서 상반기와 같은 코로나19(COVID-19)발 대출폭증과 속도는 점차 둔화될 수 밖에 없다. 상반기에 연간 대출 목표치도 넘어섰다. 기준 금리인하에도 대출의 양을 늘리면서 순이자마진(NIM)축소에 따른 이익 감소를 방어해오던 환경이 근본적으로 바뀌는 것이다.



12일 은행권에 따르면 2분기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NIM 평균은 1.4%다. 이들 은행은 연말까지 NIM 관리 목표를 ‘유지’로 잡았다. NIM 확대가 불가능하다는 것에 이견은 없다. 국민은행은 1.5%대, 신한은행은 1.3%대의 NIM을 지키는 게 목표다. 이마저도 기준금리가 더 떨어지지 않는다는 전제에서다.

이렇게 된 건 더 이상 대출양을 늘리기 어려워서다. 은행의 이자 장사가 쏠쏠하려면 대출이 증가해야 하는데 상반기와 달리 사정이 여의치 않다. 유동성커버리지비율이 4대 은행 모두 100 밑으로 내려간 것은 일정 정도 대출축소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게다가 상반기 코로나19 영향으로 대출이 크게 늘면서 은행들은 연간 대출 성장 목표치를 이미 달성했다. 국민은행의 6월말 기준 원화대출은 지난해 말보다 6.8% 늘었다. 당초 연간 성장률 목표는 4~5% 수준이었는데 훌쩍 넘어섰다. 같은 기간 하나은행도 원화대출이 3.8% 늘면서 연간 목표치(3~4%)를 조기에 달성했다.



서울 중구 소재 하나은행 영업점 대출 창구/사진=뉴시스서울 중구 소재 하나은행 영업점 대출 창구/사진=뉴시스
대출 성장 목표를 이미 갈아치우면서 은행들의 태도도 달라졌다. 수익성과 건전성을 모두 사수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어서다. 상반기엔 대출의 양이 절대적으로 늘어 수익성 악화를 막았다. 즉 기준금리가 0.5%로 떨어지는 등 초저금리 기조 속에서 NIM 하락은 피할 수 없었지만 4대 은행의 2분기 NIM은 1분기 대비 2~6bp(1bp=0.01%포인트) 떨어지는 데 그쳤다.

그렇지만 금융당국이 최근 들어 수익성보다 건전성 관리를 강조하면서 은행들의 하반기 전략도 180도 달라졌다. 은행 CFO(최고재무관리자)들은 하나 같이 “건전성 관리가 최우선”이라고 말한다. 대출에 대한 ‘속도 조절’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예컨대 국민은행은 경기 민감 업종을 세세하게 분류해 좀더 촘촘하게 리스크를 관리하기로 했다. 신한은행도 세분화한 ‘핀셋 점검’을 강조했다.


이렇게 되면 3분기 은행권의 NIM은 2분기보다 아래로 갈 수 밖에 없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7월 들어 은행 대출 성장률이 둔화한 사정 등을 고려하면 은행 NIM은 3분기에 바닥을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무조건적인 여신 성장은 단기적으로는 양적인 성과를 낼 수 있지만 건전성 이슈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수익성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이 때문에 은행마다 ‘우량 여신’을 찾느라 바빠졌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도 “자산총액 120억원 이상인 외감법인 대출, 전문직에 종사하는 고소득 직장인 신용대출 등 위주로 질적인 여신 성장을 추구한다”고 했다.

양성희 기자

금융당국, 서민지원과 건전성 사이서 딜레마
LCR 등 유연화한 규제, 연말까지 연장 유력…건전성 관리도 중요

"저희도 남는게 없어요"…은행, 이자수익 '비상'
은행을 비롯한 금융회사들이 자금 조달에 열을 올리면서 금융당국도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등 한시적으로 완화한 규제를 정상화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 적지 않다. 코로나19로 인한 위기상황이 지속되면서 완화했던 규제를 다시 조일 단계가 아니라는 컨센서스가 있긴 하지만 금융회사의 건전성 관리도 소홀히 할 수 없어서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한시적으로 완화된 은행 외환 LCR 규제와 통합 LCR 규제가 오는 9월말 끝난다. 증권사의 기업 대출채권에 대한 NCR(순자본비율) 규제 완화도 같은 시점에 종료된다.

금융위원회는 연장 여부를 검토해 9월 중 금융위 안건으로 상정할 예정이다. 확정하진 않았지만 최소한 올해 말까지는 연장될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도 코로나19 위기가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은행 LCR 규제를 기존대로 돌리면 은행들은 국채 등 고유동성 자산을 사들여야 한다. 이 과정에서 시장금리가 상승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대출금리 상승은 부담요인이다.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으면 대출을 덜하거나 최악의 경우 기존 대출 일부를 회수해야 한다. 대출 회수는 금리가 올라가는 것 하고는 차원이 다르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치명타가 될 수 있다.

다른 규제를 올해말이나 내년 6월말까지 완화하기로 한 것도 하나의 이유로 꼽힌다. LCR 규제와 함께 완화된 은행 예대율 규제는 내년 6월 말까지 적용을 유예하기로 했다.

금융위가 LCR 규제 완화 기간을 6개월로 한 이유는 감독규정 때문이다. 은행업 감독규정에 따르면 금융위는 급격한 경제 여건의 변화나 국민생활 안정 목적 등 불가피한 사유가 있는 경우 6개월 이내의 기간을 정해 LCR 규제비율을 변경할 수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단계적인 상향 조정 등을 포함해 이해관계자가 충분히 적응할 수 있는 기간을 부여해 금융회사의 경영안정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금융당국이 금융규제 유연화 방안을 한도 끝도 없이 지속할 수 없다는 딜레마는 존재한다.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팽개칠 수 없어서다. 당초 금융당국이 금융규제 유연화 방안을 내놓을 때도 실물경제 지원과 함께 ‘금융회사 건전성 관리’를 기본 원칙으로 제시하고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다행인 건 금융회사의 건전성이 나쁘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 6월말 기준 국내 4대 은행의 BIS(국제결제은행) 총자본비율은 지난해말보다 하락했지만 14% 이상으로 규제비율 10.5%를 웃돈다.

은행 수익도 안정적이다. 올해 상반기 4대 은행의 순이익 합계는 지난해보다 15% 가량 줄었지만 그럼에도 4조원이 넘는 수준이다. 지난 6월말 기준 국내 4대 은행의 BIS(국제결제은행) 총자본비율은 지난해말보다 하락했지만 14% 이상으로 규제비율 10.5%를 웃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회사가 실물경제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것도 안정적인 건전성 때문”이라며 “금융회사의 건전성에는 여력이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학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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