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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나도 대출 받더니…"은행에 돈이 없어요"

머니투데이 김지산 기자, 김평화 기자 2020.08.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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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현금 마른 은행, 유동성 잔치 끝 (上)

편집자주 코로나19 발발 이후 은행대출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상반기에 연간 대출목표를 채울 정도였다. 그런 만큼 은행들의 현금사정도 빠듯해졌다. 은행채와 CD를 발행해 현금 확보전에 나서고 있다. 은행들의 대출태도도 변했다. ‘수익’보다 ‘위험’을 더 따진다.
은행돈 빌리기 쉽다고? 이젠 빡빡해진다
너도나도 대출 받더니…"은행에 돈이 없어요"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시중은행 ‘빅4’의 유동성이 급격히 마르고 있다. 은행들의 대출태도가 보수적으로 돌아설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출받기도 그만큼 어려워 진 것이다. 지난 5월 한 은행이 아파트 외 전세자금대출을 중단하겠다고 나선 것처럼 대출을 빡빡하게 할 개연성이 높아졌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빅4 은행의 2분기 말 유동성 커버리지 비율(LCR: Liquidity Coverage Ratio)이 일제히 100% 아래로 내려 갔다. 4곳 중 한 곳이 100% 밑으로 떨어지는 경우는 가끔 있었다. 하지만 ‘빅4’가 모두 100% 미만이 된 건 제도가 도입된 2015년 이후 처음이다.

LCR은 금융위기 같은 상황에서 ‘뱅크런’처럼 일시적으로 은행에서 뭉칫돈이 이탈할 때 대응할 수 있도록 한 규제다. 30일 내 빠져나갈 것으로 보이는 순현금 유출액을 은행이 당장 들고 있는 현금이나 국공채 같은 고유동성 자산으로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100%를 기준으로 비율이 높을수록 우량하고 낮을수록 위기에 취약하다는 뜻이 된다.



1분기까지 국내 은행들의 LCR은 100%를 웃돌았다. 그러다 2분기 중 소상공인 대출만기 연장과 이자 상환유예, 집중적인 중소기업 대출 등을 단행하면서 LCR이 악화됐다. 예·적금과 자기자본 등을 대출하는 데 썼다. 은행들은 금융당국에 LCR 100%를 규제를 완화해줄 것을 호소했고 당국은 지난 4월 이를 받아들여 오는 9월 말까지 6개월간 한시적으로 기준을 85%로 완화하기로 했다.

LCR비율이 낮다는 건 대출 여력이 축소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은행 입장에선 무너진 LCR 저지선(100%)을 회복하기 위해 신규로 유입된 돈을 대출에 쓰지 않고 국공채에 투자해 고유동성 자산을 늘리는 식으로 대처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은행들은 대출을 깐깐하게 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대출 동향과 전망을 가늠하는 대출태도지수는 2분기에 △대기업 -10 △중소기업 7 △가계주택 -7에서 3분기에 △대기업 -13 △중소기업 -10 △주택담보 -17로 떨어졌다.

물론 은행들은 실적관리를 위해서라도 대출을 마냥 줄일 수만은 없다. 이 때문에 양도성예금증서(CD)를 유치하거나 은행채를 발행해 고유동성 자산을 늘리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대출 여력을 유지하기 위해 예금이 아닌 별도 자금 조달에 나설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렇게 되면 은행간 금리 경쟁으로 자본조달비용이 높아질 수 있다. 대출금리가 높아질 수 있고, 대출금리에 반영하지 않으면 은행의 손익에 악영향을 준다.

정희수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코로나19 위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LCR 규제가 정상화될 경우 시장자금 공급이 위축될 소지가 있다”며 “다른 규제들과 연계해 일정을 조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지산 기자
은행, 은행채·CD 발행 늘려 현금 확보
은행들이 하반기 들어 은행채와 CD(양도성 예금증서) 발행량을 대폭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인출요구 등에 대응하기 위한 유동성이 필요해서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들은 7월부터 은행채 총 4조6976억원을 발행했다. 4대 은행이 앞선 6개월(1~6월)에 발행한 은행채 총 11조294억원의 43%에 상당하는 수준이다. 특히 하나은행이 올해 발행한 총 3조6700억원 은행채 중 71%(2조6000억원)가 7월에 몰렸다.

4대 은행의 CD발행량은 지난 7월 이후 총 1조6700억원이다. 상반기 6개월 동안 총 5조2400억원치의 32%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너도나도 대출 받더니…"은행에 돈이 없어요"
은행이 은행채와 CD발행을 늘린 이유는 10월이 되기 전 LCR을 100% 이상으로 높여야 해서다. LCR은 향후 1개월간 순현금유출액에 대한 고유동성자산의 비율(LCR=현금성 자산/향후 1개월간 순현금유출액)이다. 정부는 코로나19(COVID-19) 대응을 위해 LCR 최저준수비율을 100%에서 85%로 낮춰줬다. 4월부터 9월까지 6개월 동안 한시적 조치다.

현재 4대 은행 모두 LCR이 100% 미만이다. 코로나19 관련 대출과 요구불 예금이탈이 급증하면서 현금이 빠져나간 탓이다. 게다가 금리 기조로 정기예금잔액도 감소세다. LCR의 ‘분모’ 줄이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결국 ‘분자’를 늘려야 하는데 은행이 CD나 은행채를 발행해 팔면 곧장 현금이 들어온다. CD가 은행채보다 3bp정도 금리가 낮은데 이자를 만기 때 주는 거라 바로 나가는 현금이 없다. 만기가 도래하면 다른 CD를 찍어 차환하면 된다.


LCR 규제 원상복구는 특히 대출 원리금 상환 유예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문제다. 정부가 대출 원리금 상환 유예를 연장하려면 LCR 85% 적용기간도 늘려야 한다는 게 은행들의 입장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에 들어와야 할 대출 이자가 안 들어오는 것이라 LCR이 낮아지는 측면이 있다”며 “당국이 정책목표를 달성하려면 85%의 적용기간도 연장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 관련 지원대출은 늘고 금리는 점점 낮아지다보니 LCR이 100% 밑으로 간 것”이라며 “적정한 수준에서 은행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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