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덕 대박난 증권株, 전망은 증권사도 '절레절레'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20.08.13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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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중개 수수료 급증, 2분기 역대급 실적 행진

개미 덕 대박난 증권株, 전망은 증권사도 '절레절레'


코로나19(COVID-19)로 위기를 맞았던 증권사들이 '동학개미' 덕분에 살아났다. 개인 투자자들의 주식투자 열풍이 이어지며 중개수수료(브로커리지) 수익이 크게 증가한 영향이다.

증시 급반등에 따른 운용 수익도 크게 개선되면서 2분기 증권사들의 역대급 실적이 예상된다.



1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2분기 실적을 발표한 10개 주요 증권사의 영업이익 합계는 총 1조7587억원, 당기순이익은 총 1조3112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각각 65.8%, 50.7% 급증했다.

총 매출액은 14조8688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3.2% 감소했지만 내실있는 영업으로 이익은 오히려 증가했다.



증권사들의 이익 개선은 일명 '동학개미'로 불리는 개인 투자자들 덕이다. 증권사의 주요 수익원인 중개수수료 수입이 급증한 것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코스피·코스닥 시장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18조2638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배(96.4%) 급증했다. 2분기 평균은 21조8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30% 많은 거래량이다.

주식 거래 수수료 마진은 0.05% 정도에 불과하지만 거래량이 폭증하면서 증권사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실제 개인 고객 비중이 높은 키움증권 (130,800원 ▼200 -0.15%)의 경우 역대 분기 최대 실적을 냈다. 2분기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은 각각 3140억원, 순이익이 2199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380.9%, 314%나 성장했다.

리테일 수익은 1655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8.6% 늘었는데 이 중 수탁수수료 수익이 2889억원으로 134.5% 급증했다. 고객 예탁자산은 45조원으로 올해 1분기보다 30% 늘었다. 해외주식 약정은 5조9000억원으로 같은 기간 84.4% 증가했다.

KB증권 역시 2분기 수탁수수료가 1466억원으로 지난 1분기보다 50% 가까이 늘었다. 올해 상반기 수탁수수료만 2447억원으로 이미 지난해 전체 수탁수수료(2450억원) 수준에 다다랐다.

NH투자증권 (11,670원 ▲50 +0.43%)의 2분기 수탁수수료는 146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41.5%, 전년 동기대비 121.9% 급증했다. 미래에셋대우 (7,410원 ▼80 -1.07%) 역시 수탁수수료가 전 분기대비 32.5% 늘어난 1899억원을 기록하며 역대급 실적을 이끌었다.

수수료뿐 아니라 증권사 자체 운용 수익도 크게 개선됐다. 지난 1분기엔 글로벌 증시가 폭락하며 ELS(주가연계증권) 등 파생상품 운용 과정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 실적 쇼크로 이어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은 지난 1분기에만 총 2조2760억원에 달하는 파생상품 거래 손실을 입었다. 이로인해 1분기 증권사들의 영업이익은 80% 가까이 급감했고 영업손실을 기록한 증권사도 속출했다.

그러나 증시가 급반등하며 평가 손실로 인식됐던 투자자산 대부분이 플러스로 전환됐다.

미래에셋대우는 2분기 운용 손익이 3198억원으로 지난 1분기보다 479.2% 급증했다. NH투자증권의 운용 손익은 1분기 1716억원 적자에서 2분기 2349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지난해보다는 5배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아직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대신증권 등 주요 증권사의 실적이 발표되지 않았지만 이들 역시 큰 폭의 실적 개선을 실현할 것이란 전망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증권의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전년 동기대비 32.5% 증가한 1776억원, 한국금융지주는 12.9% 늘어난 3069억원이 예상된다.



증권사도 고개 젓는 증권사 전망…"성장성 한계"

개미 덕 대박난 증권株, 전망은 증권사도 '절레절레'
증권사들이 바라보는 증권업종의 전망은 긍정보다 부정에 가깝다.

증시 호황 덕분에 역대급 실적 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외부 변수에 좌우되는 ‘천수답’ 같은 사업구조만으론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사모펀드 사태 등으로 대규모 일회성 비용을 반영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증권업종에 대한 비관적 전망을 키우는 요인이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1~11일 코스피 증권업 지수는 14.77% 급등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도 7.53% 상당했지만 증권 종목들의 상승세가 더 가팔랐다.

최근 증시 호황으로 2분기 역대급 실적을 발표하면서 증권산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주식 중개 수수료 비중이 높은 키움증권은 이달 들어 주가가 17.7% 상승했다. 미래에셋대우, 삼성증권, 현대차증권, KTB투자증권 등 증권사 상당수가 이달 들어서만 두자릿수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그 동안 증권 종목들은 펀더멘털(기초체력) 대비 주가가 낮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증시 침체와 경쟁 심화 등으로 성장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 때문이었다.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등 IB(투자은행) 비중을 늘리며 실적을 개선해왔지만 투자자들의 평가는 냉정했다.

현재 증권업종의 평균 PBR(주가순자산비율)는 0.58배에 불과하다. 주가가 증권사 순자산 가치의 0.58배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이익 대비 주가 수준을 나타내는 PER의 경우 삼성증권 7.6배, NH투자증권 6.29배, 키움증권 7.57배, 메리츠증권 5.87배 등이다. 코스피 평균인 12배를 한참 밑돈다.

시장뿐 아니라 증권사도 스스로의 전망을 좋게 보지 않는다. 무엇보다 ‘투자 대상’으로 고려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성장성에 대한 의구심이 크기 때문이다.

빗물에만 의존해 농사를 짓는 ‘천수답’(天水畓)처럼 주식 중개 수수료에만 의존한 사업 구조는 안정적인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2분기에는 주식 투자 열풍 덕에 수수료 수익도 크게 늘었지만 열풍이 사그라들면 비가 그친 논처럼 수익은 마르기 마련이다.

부동산 PF나 파생결합증권 등 자체 수익을 올리기 위한 노력도 최근 금융시장 건전성을 목표로 한 정부의 각종 규제로 높은 수익을 올리기 어려워졌다.

금융당국은 최근 급격히 늘어난 부동산 관련 채무보증을 적정 수준으로 관리하기 위해 2021년부터 증권사의 부동산 PF 채무보증 한도를 자기자본 대비 100% 이하로 규제하기로 했다.

지난달 발표한 파생결합증권 대책에서는 위험성이 높은 ELS(주가연계증권), DLS(파생결합증권) 등을 증권사 부채로 더 많이 반영하도록했다. 증권사가 자산건전성 기준을 맞추려면 파생결합증권 발행 규모를 줄여야하고 일정 정도의 수익 감소는 불가피하다.

대규모 일회성 비용도 리스크다. 신한금융투자와 미래에셋대우는 지난해 환매가 중단된 라임자산운용의 무역금융펀드에 대해 원금 100%를 고객에게 배상하라는 금감원 조정안을 받았다. 배상 규모는 신한금투 425억원, 미래에셋대우 91억원이다.

신한금투는 라임과 독일 헤리티지 DLS의 환매 중단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 2분기 1248억원의 충당금을 쌓았다. 중개 수수료 수익은 지난해보다 2배 가량 늘었지만 대규모 충당금으로 인해 영업이익은 20억원 적자였다.

옵티머스 펀드를 대거 판매한 NH투자증권도 하반기 일부 손실 인식 가능성이 있다. NH투자증권은 옵티머스 펀드 4327억원 어치를 팔았는데, 투자 사기 혐의로 대부분 환매가 중단되면서 투자금 일부를 고객들에게 선보상해야 할 상황이다.

홍콩계 헤지펀드인 젠투 파트너스의 펀드도 최근 연이은 환매 중단으로 증권사들이 속앓이 중이다. 미래에셋대우는 중국 안방보험과 7000억원 규모의 계약금 반환 소송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7조원 규모의 미국 호텔 인수 계약을 맺으면서 안방보험에 계약금 약 7000억원을 지급한 미래에셋대우는 이후 안방보험측의 귀책사유를 주장하며 해당 계약을 파기했다. 계약금을 돌려받지 못할 경우 이를 손실 처리할 수밖에 없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채무보증 규제와 실물·대체 투자자산에 대한 불확실성 확대로 IB 수익의 성장성이 둔화할 것”이라며 “사모펀드 불완전판매도 ROE(자기자본이익률) 하락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증권업종에 대한 투자의견으로 ‘중립’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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