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실형'인데…손혜원은 나오고, 김경수는 법정구속

머니투데이 유동주 기자 2020.08.12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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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허경 기자 = 전남 목포 부동산 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손혜원 전 국회의원이 12일 오후 서울 양천구 남부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을 마친 뒤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손 전 의원은 이날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2020.8.12/뉴스1(서울=뉴스1) 허경 기자 = 전남 목포 부동산 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손혜원 전 국회의원이 12일 오후 서울 양천구 남부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을 마친 뒤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손 전 의원은 이날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2020.8.12/뉴스1


전남 목포 부동산 투기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형을 선고받은 손혜원 전 의원이 '법정구속'을 면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하급심에서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은 경우에 재판부가 실형 선고시에 '법정구속'을 하지 않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서울남부지법 형사4단독 박성규 부장판사는 12일 부패방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손 전 의원에 대해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하면서 '방어권 보장' 등을 이유로 법정구속을 하지 않았다.



법률전문가들도 특별한 사유없이 '방어권 보장'만을 들어 법정구속을 하지 않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특혜성'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방어권 보장'을 이유로 법정구속을 하지 않으려면 법원이 다른 일반 피고인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1심 실형'이면 '법정구속'…기계적으로 적용하는 판사들
하급심에서 실제로 실형이 선고되는 경우엔 판사들이 '매뉴얼'처럼 '법정구속'을 하고 있다.

김운용 변호사(다솔 법률사무소)는 "법정구속 여부는 판사 재량이고 판사 맘대로지만 하급심 유죄선고에서 실형이 나오면 법정구속이 관행화 돼 있다"고 했다. 예외적으로 법정구속을 면하는 경우는 보통 피고인이 중한 질병이 있거나 불구속 상태에서 피해자와 합의를 하거나 피해보상을 해줘야 하는 경우 등으로 제한적이란 게 김 변호사의 설명이다.


김 변호사는 "법원에서 실형 선고시에 관행적으로 '도주우려가 있다'고 법정구속해왔으면서도 정치인이나 거물급 피고인 등 특정인에게는 '방어권보장'을 내세우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실제로 도주할 사람도 있겠지만 상당수는 가족이나 직장관계로 도주할 수도 없는데 신변정리할 시간도 주지않고 법정구속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하급심에서 법정구속을 하지 말아야한다는 주장도 법조계 일각에선 제기되고 있다. '유죄'를 확신해 수사를 하고 기소한 검찰도 구속필요성을 못 느껴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않고 불구속 상태에서 1심 공판에 임했는데, 재판부가 스스로 유죄로 결론냈단 이유로 법정에서 바로 구속시키는 것은 타당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1심 재판을 불구속 상태에서 성실히 받고 있던 피고인이 유죄가 선고됐다고 갑자기 도주하리란 우려는 지나치다는 것이다. 피고인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도주할 경우 법원에 책임이 돌아갈 것을 회피하려는 법원의 행정편의주의란 지적도 있다.

법원은 부인하고 있지만, 연차가 낮은 판사들이 도제식 교육을 받을 때 하급심에서 실형 선고시엔 법정구속을 동시에 하라는 매뉴얼식 교육을 받는다는 주장도 일부 법조인들 사이에서 나온다.

"하급심 선고시 법정구속 없애고 불구속 재판 기조로 가야"
(서울=뉴스1) 허경 기자 = '드루킹' 김모씨 일당에게 포털사이트 댓글 조작을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경수 경남지사가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을 마친뒤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재판부는 김 지사에 대해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 등 혐의는 징역 2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019.1.30/뉴스1(서울=뉴스1) 허경 기자 = '드루킹' 김모씨 일당에게 포털사이트 댓글 조작을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경수 경남지사가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을 마친뒤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재판부는 김 지사에 대해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 등 혐의는 징역 2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019.1.30/뉴스1
곰탕집 성추행 사건도 '무죄'나 '집행유예'를 기대하고 법정에 출석한 피고인에게 판사가 징역 6개월의 실형과 동시에 법정구속을 하면서 충격을 받은 피고인의 부인이 "남편의 억울함을 풀어 달라"고며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려 수십만명이 동의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1심에서 제대로 된 증거도 없으면서 피해자의 일방적 주장만으로 유죄를 선고하고선 법정구속까지 해, 사업을 하던 피고인의 사회생활을 불가능하게 했고 피해자와의 합의나 피고인 스스로의 방어권 보장도 불가능하게 했다는 비판이 있었다.

주요 정치인 중에서도 손 전 의원과 달리 김경수 경남지사는 지난해 1월 말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돼 여파가 컸다. 당시 1심에서 김 지사에 대해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 등 혐의는 징역 2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김 지사를 법정구속시켰던 성창호 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이른바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돼 지난해 3월부터 6개월간 재판업무에서 배제되기도 했다.

이필우 변호사(법무법인 강남)는 "손 전 의원과 김 지사에 대한 1심 재판부의 법정구속 여부가 다른 결과로 나타났듯 재판부가 재량으로 판단하는 현재의 법원 시스템으로는 앞으로도 정치인 사건에서 법정구속 여부를 두고 계속 논란이 될 수 밖에 없다"며 "하급심은 불구속 재판으로 해야한다는 법원의 전향적인 변화가 있지않으면 법정구속은 매번 판사의 자의적 판단이란 비판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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