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개발 코로나 백신…푸틴 딸도 맞았다는데 당신이라면?

머니투데이 박수현 기자 2020.08.12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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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르치 AFP=뉴스1)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20일(현지시간) 크림반도의 케르치에서 미하일 데그티아레프 의원과 화상 통화를 하고 있다.   ⓒ AFP=뉴스1(케르치 AFP=뉴스1)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20일(현지시간) 크림반도의 케르치에서 미하일 데그티아레프 의원과 화상 통화를 하고 있다. ⓒ AFP=뉴스1


러시아 정부가 코로나19 백신의 사용을 승인하며 '세계 최초'라는 의미를 달았으나 국제 사회 반응이 싸늘하다. 러시아 백신은 약물 개발에 대한 국제적 지침을 따르지 않아 안전성 논란과 함께 국제 공인도 받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11일(현지시간) BBC 등 외신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날 화상 내각회의에서 "오늘 아침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백신이 공식 등록됐다"고 밝혔다.



이 백신은 러시아 보건부 산하 가말레야 국립 전염병 미생물학 센터가 개발한 것으로, 아직 3상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런 우려를 의식한 듯 "내 딸 중 한 명도 백신 접종을 받았다"라며 "백신은 꽤 효과적이고 강한 면역력을 형성하며 필요한 모든 검증절차를 통과했다"고 강조했다.



깜깜이 개발된 러시아 백신…3상시험은 어디로?
러시아의 승인은 코로나19 백신 안전성 입증보다는 백신 개발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BBC는 이에 대해 러시아가 백신 개발을 냉전 시기 미국과 벌인 우주 경쟁과 비슷한 것으로 여겼다고 분석했다.

통상 신약은 1~3상 임상시험을 모두 통과한 뒤 규제당국의 승인 절차를 밟는다. 그러나 러시아의 백신은 수천명에서 수만명을 상대로 이뤄지는 마지막 3상 임상시험을 건너뛴 채 승인을 받았다.

아울러 해당 백신은 인체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시작한 지 2개월이 채 되지 않았으며, 2차 임상시험 결과 또한 자세한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러시아 내에서도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러시아 내 제약회사 협의체인 러시아임상시험연합(ACTO)은 보건부에 서한을 보내 최종 임상시험이 통과하기 전까지 백신 승인을 미룰 것을 촉구했다.

세계 각국서 이어지는 우려…WHO "지침 지켜라"
러시아 코로나19 백신. © AFP=뉴스1러시아 코로나19 백신. © AFP=뉴스1
러시아의 백신은 러시아 백신은 조만간 대량생산돼 '스푸트니크 V'라는 이름으로 해외에 판매될 예정이다. 그러나 3상시험을 거치지 않고 정보 공개도 되지 않은 러시아 백신이 국제사회에서 인정을 받을지는 미지수다.

이에 세계 각국에서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크리스티안 린드마이어 WHO 대변인은 지난 4일 러시아의 백신 승인 예고에 "백신 생산 지침을 따르라"면서 "모든 백신 후보물질에는 정립된 관행과 지침이 있으며, 개발 전 모든 시험 단계를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과 독일에서도 백신을 신뢰할 수 없다는 주장이 나왔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 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 소장은 "테스트 전인데도 백신을 배포할 준비가 돼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러시아의 백신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엘릭스 에이자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 또한 ABC와의 인터뷰에서 "중요한 것은 최초 개발이 아니라 안전하고 효과적인 백신을 갖는 것"이라며 이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3상시험에 대한 '투명한 자료'가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일 보건부 대변인 또한 현지 매체 RND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 백신은 품질이나 효능, 안전에 대해 알려진 자료가 없다"라며 유럽연합(EU)에서 약물 승인은 오직 완전한 임상시험 절차가 끝난 뒤에야 나온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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