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조원 빌린 신용개미…카카오·씨젠에 몰렸다

머니투데이 김영상 기자 2020.08.11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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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조원 빌린 신용개미…카카오·씨젠에 몰렸다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하는 이른바 '빚투'가 15조원을 넘어섰다. 사상 최고치다. 코스피 지수가 2400을 돌파하는 등 상승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개인투자자(개미)들이 꾸준히 돈을 빌려 추가 베팅에 나서는 모양새다.

개미들이 최근 한 달간 빌린 돈으로 가장 많이 사들인 주식은 카카오 (47,500원 ▼1,500 -3.06%)(코스피)와 씨젠 (22,100원 ▲200 +0.91%)(코스닥)으로 나타났다.



1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7일 기준 신용융자잔고는 15조538억원으로 집계됐다. 신용융자잔고가 15조원을 넘은 것은 사상 처음이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개인이 주식을 매수하기 위해 증권사로부터 빌린 돈을 의미한다. 일정 보증금 비율(40~45%)을 맞춘 뒤 증권사에서 나머지 돈을 빌려 주식 투자에 나서는 식이다.



주가가 상승하면 융자받은 돈을 지렛대 삼아 더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지만 주가가 하락해 돈을 갚지 못할 경우 '반대매매'를 통해 돈을 회수당할 우려도 있다.

지난 4월 초 코로나19 팬데믹 우려로 6조8780억원까지 떨어졌던 신용융자잔고는 4개개월 만에 2배가 넘는 118.9% 증가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달 10일 13조원, 24일 14조원을 넘어선 뒤 상승세를 이어간 끝에 15조원을 돌파했다. 투자자들이 앞으로도 주가 상승을 기대하면서 위험을 감수한 채 주식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는 뜻이다.


/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개인투자자들이 빌린 돈은 최근 카카오와 씨젠으로 향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 카카오는 576억원이 늘어 코스피에서 순증 1위를 차지했다.

기존 잔고의 1/3가량인 34.8%가 최근 한달에 집중됐다. 같은 기간 카카오 주가는 약 8% 상승했다가 최근 차익 매물이 나오며 제자리로 돌아왔다.

카카오의 뒤를 이어 SK하이닉스 (171,000원 ▼600 -0.35%)(529억원), 일양약품 (13,910원 ▲50 +0.36%)(486억원), 셀트리온 (179,700원 ▲1,000 +0.56%)(462억원), 녹십자 (112,000원 0.00%)(350억원), 엔씨소프트 (170,500원 ▲100 +0.06%)(326억원) 등이 코스피 '빚투' 선호 상위권을 차지했다.

코스닥에선 제약·바이오주 쏠림 현상이 더욱 뚜렷했다. 같은 기간 씨젠이 1402억원 늘어나며 코스피 종목을 포함해도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이 기간 씨젠 주가는 80% 이상 상승했다.

코스닥 상위 5개 종목 중 4위 콜마비앤에이치 (15,380원 ▼310 -1.98%)(262억원)를 제외하면 레고켐바이오 (67,800원 ▲4,600 +7.28%)(311억원), 제넥신 (7,270원 ▲10 +0.14%)(310억원), 셀트리온헬스케어 (75,900원 ▼4,500 -5.60%)(237억원) 등 모두 제약·바이오주였다.

한편 전체 신용융자잔고는 코스피에서 셀트리온(4013억원), 코스닥에서 씨젠(3436억원)이 가장 많았다.

강봉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주가가 계속 오르고 투자 심리가 좋아지면서 많은 개인투자자가 자신감을 얻어 신용거래에 나서고 있다"며 "주가가 많이 내릴 경우 반대매매가 발생하면서 예를 들어 20%만 빠질 것이 오히려 30~40% 이상 빠지면서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강 연구원은 "최근 주식을 하는 개인투자자의 경력이 그리 길지 않은 상황에서 상승장을 맞이하면서 과도한 자신감이 생길 수는 있다"며 "다만 신용거래는 이자를 포함해 여러 잠재적인 리스크를 안고 가는 만큼 경력이 길지 많으면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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