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노조와해' 이상훈 전 의장, 2심 무죄 석방…"압수수색 위법"(종합)

뉴스1 제공 2020.08.10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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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훈 부사장 징역 1년4월…최평석·박상범·목장균도 실형
"검찰 압수수색 위법" 법원, CFO 보고문건 증거로 인정 안해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와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상훈 전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오른쪽부터)과 박상범 전 삼성전자서비스 대표이사,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삼성전자서비스 노조와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상훈 전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오른쪽부터)과 박상범 전 삼성전자서비스 대표이사,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이장호 기자,박승주 기자 =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조합 와해공작에 관여한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이상훈 전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이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다만 이 전 의장을 제외한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 등 임직원들은 일부 무죄가 나와 형량이 다소 줄었지만 전체적으로는 유죄가 인정됐다.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판사 배준현·표현덕·김규동)는 10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이 전 의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무죄 선고로 이 전 의장은 곧 석방된다.

1심에서 이 전 의장과 함께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강 부사장은 2심에서 혐의 일부가 무죄가 선고돼 형량이 2개월 줄었지만 실형은 유지됐다.



최평석 전 삼성전자서비스 전무와 박상범 전 삼성전자서비스 대표는 2심에서 2개월이 줄어 각각 징역 1년과 1년4개월을 선고받았다. 목장균 삼성전자 전무와 송모 삼성전자 자문위원은 1심과 같은 징역 1년, 징역 10개월을 선고받았다.

보석 상태였던 최 전 전무와 목 전무, 송 자문위원은 2심에서도 실형이 유지됐지만, 재판부는 "선고형의 대부분이 이미 도과(경과)된 상태"라며 보석 취소 결정은 하지 않아 법정구속되지 않았다.

삼성전자서비스 측으로부터 노조동향 정보를 건네고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전직 경찰청 간부 김모씨도 일부 무죄가 나와 2심에서 징역 2년으로 줄었다. 다만 재판부는 보석을 취소하고 다시 법정구속했다.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과 박용기 삼성전자 부사장, 정금용 삼성물산 대표는 2심에서도 집행유예형을 선고받았다.

이 전 의장의 무죄 선고는 검찰이 삼성전자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확보한 하드디스크들이 1심과 달리 2심에서는 위법수집증거라고 판단됐기 때문이다.

당초 검찰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횡령사건 수사를 하던 중 삼성전자 압수수색 과정에서 노조와해 전략 문건이 발견되면서 소강상태였던 노조와해 사건이 급물살을 탔다.

2018년 2월 검찰이 이 전 대통령의 다스 소송비 대납 의혹 조사를 위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려고 삼성전자에 찾아갔으나, 정문에서 가로막혀 30분 동안 진입하지 못했다.

이 와중에 삼성전자 직원들이 채팅방에서 관련 상황을 모두 공유하고, 외장하드, 하드디스크, USB메모리 등 저장매체 7개를 지하주차장에 있는 직원 심모씨 차에 은닉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저장매체를 분석한 결과, 삼성의 노조와해 혐의를 의심하게 하는 문건들을 발견했다. 이미 금속노조의 고발로 수사를 진행 중이던 검찰은 노조법 위반 혐의로 다시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을 받았다.

삼성 측은 해당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저장매체들이 위법수집 증거라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세부적인 문제점이 있지만 1,2차 압수수색 절차는 모두 절차적 위법이 아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항소심 판단은 달랐다.

2심 재판부는 "2차 압수수색 물건은 1차 압수수색 영장에 기재된 장소가 아닌 곳에서 영장이 제시되지 않은 상태로 압수된 것"이라며 "그 자체가 위법압수다. 법관에 의해 발부됐더라도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심씨 외장하드 부분은 원칙적으로 적법절차에 의하지 않아 증거능력이 없다"며 "1심과 달리 예외적으로 증거능력이 인정되는 경우에 해당된다고 보기 어렵다. 이 부분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어 증거에서 배제했다"고 밝혔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재판부는 "1심에서 근거로 들고 있는 CFO(경영지원실장) 보고 문건은 앞서 말한 위법수집 증거에 해당돼 보고용 문건과 출력물은 증거능력이 없어 유죄의 증거로 사용하지 못한다"며 "그럼 이를 제외하고 이 전 의장이 보고받았거나 관여했다고 볼 직접적인 증거 등은 발견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미래전략실-삼성전자-삼성전자서비스-협력업체로 이어지는 부당노동행위 공모관계는 인정하면서도 경영지원실장이던 이 전 의장으로까지의 보고 정황을 보여준 문건들은 위법수집 증거로 판단해, 이 전 의장의 공모 관계는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만 "보고문건의 증거능력이 인정됐다면 (원심 형량이) 유지됐을 것으로 판단한다"며 "최종적으로 피고인의 주장을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하지만, 피고인에게 공모에 가담한 사실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 명심하라"고 강조했다.

또 1심에서 유죄로 인정된 아산 협력업체의 기획폐업 혐의와, 노조원들에 대한 표적감사등 일부 혐의가 무죄로 판단됐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에 대해 "헌법상 권리인 단체교섭권을 무시했고 이로 인한 근로자들의 정신적 고통은 적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범행이) 다수 노동자에 대해 계획적으로 이뤄진 점을 보면 관여자들의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다"며 "향후 기업에서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을 막으려면 그에 상응하는 양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강 부사장에게는 "노사전략 수립이나 협력업체에 대한 각종 정보 수집 등 위법행위를 실행했고 책임이 가볍다고 보긴 어렵다"면서도 "초범인 점과 일부 무죄가 선고된 점을 고려해 형을 다시 정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삼성은 창업 초기부터 이어져 내려온 '무노조 경영' 방침을 관철하기 위해 그룹 미래전략실 인사지원팀 주도로 노조와해 공작을 총괄 기획했다. 이에 삼성전자와 삼성전자서비스에서 구체적인 마스터플랜(종합계획)을 마련, 그룹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실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미전실 인사지원팀은 매년 노조설립 저지, 세확산 방지, 고사화, 노조탈퇴 유도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그린화' 전략을 수립, 계열사별 대응 태세 점검·회의, 무노조 경영철학 '신념화'를 위한 임직원 교육을 시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삼성이 Δ협력업체 폐업 및 조합원 재취업 방해 Δ차별대우·개별면담 등 노조탈퇴 종용 Δ조합활동 이유로 한 임금삭감 Δ단체교섭 지연·불응 Δ채무 등 재산관계 및 임신 여부까지 사찰 Δ불법파견을 적법한 도급으로 위장 등 갖은 수단을 동원한 것으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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