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계 미국인들, 위챗이 만리방화벽 출구인데…

머니투데이 김주동 기자 2020.08.11 0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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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의 유명 메신저 '위챗' 금지 타이머를 누르자 중국계 거주자들이 소송 준비까지 하며 불편해 하고 있다. '틱톡'에 비해 미국인들의 사용량은 적지만 이번 결정이 두 나라 사이 연결고리를 깨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AFP/사진=AFP


10일(이하 각 현지시간)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즈는 중국계 미국인 변호사들의 주도로 트럼프 대통령의 위챗을 겨냥한 행정명령에 대해 소송을 제기한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열흘 안에 소송장을 내 행정명령 무효화에 나선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로펌 잉차오는 이번 행정명령이 헌법과 행정절차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6일 트럼프 대통령은 틱톡뿐 아니라 위챗의 모기업 텐센트와 미국 측의 거래를 막는 행정명령을 내리고, 45일 안에 사실상 사업을 정리하라고 했다. 틱톡이 미국 내 1억명가량이 쓰는 반면, 위챗은 상대적으로 크게 적어(300만~1900만. 기관에 따라 수치가 다름) 의도가 주목됐다. 위챗은 한국의 카카오톡과 비슷한데 페이스북, 우버 등의 기능도 있다.

미국정부의 결정에 먼저 띄는 반응은 중국계 미국인과 미국거주 중국인들에게서 나왔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 내 중국인은 600만명 정도다.

소송 움직임과 별개로 CNN은 8일 중국계 이민자들의 목소리를 전했다. 이들은 본토 가족, 친구들과의 소통 창구가 사라지는 데 대한 걱정을 표시했다.


1989년 미국으로 이민한 70대 장 모씨는 "위챗이 없다면 우린 40년을 잃어버릴 것"이라며 본토 친구들과 대화가 어려워질 것을 우려했다. 60대 중국계 미국인 샤오 모씨 역시 위챗으로 본토 부모님과 통화를 못하게 되는 것에 대해 불편해 했다.

중국은 이전부터 '사이버 만리장성'(만리방화벽)을 쌓아 페이스북, 트위터 등 해외 소셜미디어가 정상 가동이 안돼, 중국 앱이 막히면 중국계 미국인들도 본토와 소통하기가 어려워진다.

이에 대해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짐 루이스 사이버보안 전문가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에 "이는(위챗 퇴출) 틱톡을 압박하고 미국과 중국 사이 연결고리를 깨려는 보다 큰 계획"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은 중국의 IT기업 제품을 통해 미국 내 정보가 중국 공산당으로 흘러들어가 악용될 수 있어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의심한다. 지금까지 화웨이, 틱톡(바이트댄스), 위챗(텐센트)에 대한 제재안이 나왔고 추가 움직임도 있다. 앞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중국의 신뢰할 수 없는 IT기업·서비스를 미국에서 내보내겠다면서 알리바바, 바이두 등도 언급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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