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 'BBIG 대장주'들, 물고 물리는 '시총 3위' 다툼

머니투데이 김영상 기자, 강민수 기자, 정인지 기자 2020.08.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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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총 3파전, 이기면 2위]

LG화학·네이버·삼바…뜨거운 '시총 3위' 전쟁

대세 'BBIG 대장주'들, 물고 물리는 '시총 3위' 다툼


네이버(7월31일)→삼성바이오로직스(8월5일)→네이버(8월6일)→LG화학(8월7일)→네이버(8월10일)

최근 10년간 큰 변화가 없었던 코스피 시가총액 순위가 꿈틀댄다. 특히 코스피 시총 3위 경쟁이 치열하다.



올해 증시를 이끈 ‘BBIG’(바이오·배터리·인터넷·게임) 각 분야의 대장주들이 3위 자리를 두고 치열한 각축을 벌인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시총 3위는 최근 10년간 포스코, 현대차의 몫이었다. 2010~2011년 시총 3위였던 현대차는 미국시장 점유율 상승 바람을 타고 2012~2015년까지 시총 2위로 올라섰다.



이후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경쟁 심화와 성장률 둔화 등으로 현대차는 다시 시총 3위로 내려왔다가 2018년 들어 네이버와 셀트리온, 2019년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시총 3위를 내줬다.

올해는 코로나19(COVID-19) 사태 이후 바이오 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3위에 안착하는 듯 싶었다. 하지만 ‘언택트(비대면)’ 바람이 바이오를 밀어냈다. 지난달말 이후 네이버가 3위로 뛰어오른 것. 여기에 2차 전지 세계 1위 LG화학이 최근 급등하며 시총 3위에 도전장을 냈다.

LG화학은 전기차 시장 성장 기대감과 2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로 지난달 말 53만원이던 주가가 일주일 만에 40% 가까이 오르면서 시총 순위가 훌쩍 뛰었다. 단기간에 급등해 가격 부담이 있지만 LG화학은 정부가 추진하는 그린뉴딜의 수혜를 받으며 안정세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다만 이날 기준으로 LG화학 주가가 하락하면서 3위는 다시 네이버의 몫이 됐다. 이들의 시가총액 차이가 1조원도 채 나지 않아 언제든 순위 변동이 가능한 상황이다.

최근 벌어지는 코스피 3위 경쟁은 국내 증시를 이끄는 업종인 BBIG의 성장 추세를 반영하고 있다. 바이오(삼성바이오로직스)·배터리(LG화학)·인터넷(네이버) 등 각 업종이 시장의 주목을 받을 때마다 대장주가 시가총액 3위로 올라서며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증권업계에서 시총 3위를 주목하는 이유는 ‘상징성’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수십년 간 시총 1위를, SK하이닉스가 최근 4년간 시총 2위를 굳건하게 지켜온 데 반해 3위는 후순위 기업들과 시총 격차가 크지 않았다. 현대차가 자리에서 물러난 후 당대를 대표하는 ‘성장주’들이 엎치락뒤치락했다는 얘기다.

현대차가 시총 3위에 머무르다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 붐에 2위로 뛰어올랐던 것처럼 시총 3위 자리를 두고 ‘3파전’을 벌이는 기업중 2인자가 탄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시총 3~5위인 세 기업(삼성바이오로직스·네이버·LG화학)의 시총은 각각 50조원을 웃돈다. 2위인 SK하이닉스(59조2594억원)와 격차가 크지 않다. 올 초만 해도 시총 50조원을 넘는 기업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곳뿐이었다.

현재로선 3파전의 승자를 가늠하기 힘들다. 세 종목 모두 2분기에 호실적을 기록했고 미래 성장성도 큰 상황이다. 투자자들의 기대하는 비약적 성과도 장기간에 걸친 과제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이 전체적으로 레벨업 하는 과정에서 3위를 두고 활발한 시소게임이 벌어지고 있다”며 “바이오, 언택트, 배터리 등 주도주에 자동차(현대차)까지 붙은 상황에서 향후 상승 여력이 어느 정도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23만원→72만원…LG화학, 시총 2위 넘본다

대세 'BBIG 대장주'들, 물고 물리는 '시총 3위' 다툼
‘종횡무진’ LG화학 (381,500원 ▲9,500 +2.55%)이 시가총액 2위까지 넘본다. 전기차 산업 성장 기대감과 깜짝 실적으로 단숨에 시총 50조원을 돌파하면서다. 최근 주가 급등에 따른 부담이 적잖지만 주가 그래프의 우상향에 대한 기대가 더 크다.

10일 코스피시장에서 LG화학 (381,500원 ▲9,500 +2.55%)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2만6000원(3.49%) 내린 72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현 주가 기준 시가총액은 50조8265억원이다. 이는 삼성전자 (78,600원 ▲3,100 +4.11%), SK하이닉스 (179,800원 ▲8,800 +5.15%), NAVER (183,700원 ▲3,600 +2.00%), 삼성바이오로직스 (790,000원 ▼1,000 -0.13%)에 이은 코스피 시총 5위다.

지난 7일까지 LG화학은 한 주간 31.3% 오르며 네이버와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제치고 시총 3위까지 올라섰으나 이날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지며 5위로 내려왔다.

이날 약세를 고려해도 현 주가는 지난 3월 저점(23만원)보다 3배 넘게 오른 것이다. 코로나19(COVID-19) 여파로 주춤했던 주가는 EV(전기차),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시장 성장에 따른 수혜 기대감 등이 반영되며 급등했다. 지난 6월 말 주가 50만원을 돌파한 데 이어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70만원을 넘어섰다.

특히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전기차 배터리 사업이 흑자를 기록, ‘어닝 서프라이즈’를 달성한 점이 상승세에 불을 지폈다.

LG화학의 올해 2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대비 2.3% 늘어난 6조9352억원, 영업이익은 131.5% 늘어난 5716억원이다. 이는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의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4103억원)을 39.3% 웃돈다.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린 부문은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전지(배터리) 사업 부문이다. 매출액은 2조8230억원, 영업이익은 1555억원을 기록했다. 전기차용 파우치형 배터리를 만드는 자동차 전지 사업부는 2018년 4분기에 반짝 흑자를 낸 후 6개 분기 만에 흑자를 달성했다.

증권가에서는 LG화학의 ‘시총 2위 등극’ 가능성까지 말한다. 깜짝 실적 발표 이후 상당수 증권가는 목표주가를 75만원~80만원선으로 높였다. 가장 높은 목표가는 이베스트증권이 제시한 84만3000원이다.

이 주가 기준 시총은 59조5093억원으로 2위인 SK하이닉스 시총(59조2594억원)을 넘는다. 이달 안에 LG화학이 시총 2위에 오른다면 2017년 3월 SK하이닉스가 현대차 (252,500원 ▲3,000 +1.20%)를 제친 이후 3년 5개월 만에 코스피 시총 2위 종목 교체가 이뤄진다.

박연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전기차 산업의 성장 동력은 하반기에도 테슬라, 유럽을 중심으로 강화될 전망”이라며 “전기차 수요는 예상보다 빠르게 증가하는 데 비해 배터리 공급 업체는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도전했던 삼성바이오로직스 (790,000원 ▼1,000 -0.13%), NAVER (183,700원 ▲3,600 +2.00%)처럼 시총 2위를 눈앞에 두고 주가 조정을 받을 가능성도 적잖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네이버는 SK하이닉스 시총 비율 90%를 정점으로 주가 조정이 시작됐다”며 “LG화학이 90%의 경계선을 넘는지 여부가 성장 주도주의 또 다른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지난 7일 LG화학 시총은 종가 기준 52조6619억원으로, SK하이닉스(58조6770억원·7일 기준) 시총의 89.75%였다.



전기차 배터리 낙수효과…소재株도 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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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전기차 배터리 기업들의 주가가 질주하면서 소재주들도 덩달아 뛰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주로 배터리에 들어가는 양극재 또는 음극재를 생산하고 있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배터리 소재 기업들인 에코프로비엠 (245,500원 ▲12,000 +5.14%), 포스코케미칼 (297,000원 ▲22,000 +8.00%), 엘앤에프, 대주전자재료, 한솔케미칼, 천보 등은 올해 주가가 60% 이상 급등했다.

에코프로비엠은 이날 16만2400원으로 장을 마쳐 지난해 말 5만3000원 대비 3배가 넘게 뛰었다. 시가총액 순위도 코스닥 5위로 급등했다. 대주전자재료도 3배, 엘앤에프와 포스코케미칼, 천보는 약 2배가 뛰었다. 한솔케미칼은 67%가 급등했다.

현재 국내 증시에서 배터리 소재 대장주는 에코프로비엠과 포스코케미칼이다.

에코프로비엠은 삼성SDI 차세대 2차전지인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에 양극재를 독점 공급하고 있다. 내년 삼성SDI의 NCA 배터리 본격 양산에 따라 매출이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올 2분기 실적에도 니켈 비중이 높은 양극재 출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전체 매출에서 전기차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도 41%까지 올랐다. 지난해 2분기 비중은 25%였다. 에코프로비엠은 최근 2분기 실적 발표에서 2024년까지 매출 4조원을 달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포스코케미칼은 LG화학과 손잡고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양극재를 공급하고 있다. NCMA 양극재란 니켈 비중을 85~90%까지 높이고, 코발트 비중을 10% 미만으로 낮추는 대신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알루미늄(AI)을 추가한 양극 소재다. 포스코케미칼의 양극재 설비는 연초 4만톤에서 2023년 10만톤으로 확장될 계획이다.

국내 양극재 업체들은 국내 배터리 기업 매출 비중이 대부분 90~100% 수준으로 압도적이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성장에 동반 성장할 수밖에 없다. 또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전기차의 대형시장인 유럽에서 발생하는 매출 비중이 높다. 코로나19(COVID-19)로 인한 중국 전기차 시장 감소의 영향이 적다. 삼성SDI의 유럽 수출 비중은 90% 이상, LG화학은 55%로 평가된다.

김현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전기차 배터리용 양극재 시장 규모는 올해 약 7조원 규모에서 2023년 18조원으로 3년간 연 평균 매출액 성장률(CAGR)이 43%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SDI의 상반기 전기차 누적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4% 성장했고 하반기에도 비슷한 수준의 성장이 예상돼 관련 주들의 실적 성장이 전망된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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