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차·순수전기차, 정의선式 그린뉴딜 양날개 펼쳤다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2020.08.10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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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머니투데이DB/사진=머니투데이DB


"(친환경 미래 모빌리티 사업은) 현대차 그룹의 생존과도 직결되는 문제이며 국가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 반드시 잘 해내겠다"

지난달 14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그린뉴딜 대국민 보고대회'에 화상으로 출연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유독 미래 모빌리티를 강조했다.

그가 특히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라고 표현한 것은 친환경 모빌리티 사업 의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정 수석부회장은 올초 신년사만 하더라도 "올해를 미래 모빌리티 시장 리더십을 갖추는 원년으로 삼을 것"이라며 여유 있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불과 6개월 후 그린뉴딜 보고대회에선 그룹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라는 점을 강조하며 반드시 해내겠다고 공언했다. 그만큼 현대차그룹이 당면한 미래 모빌리티 사업의 중요성을 잘 보여주는 것은 이런 의지가 통합 전기차 브랜드인 '아이오닉' 출범으로 이어졌다.



현대차그룹의 미래 모빌리티는 크게 '전기차'와 '수소전기차'로 나뉜다. 정 수석부회장은 2025년까지 100만대 전기차 판매로 시장 점유율 10%를 넘는 글로벌 리더가 되겠다고 밝힌데 이어, 2025년까지 전기차와 수소전기차의 연간 글로벌 판매량을 각각 56만대, 11만대로 키운다고 강조했다.

전기차 전문 매체 EV세일즈에 따르면 현대·기아차의 올 상반기 글로벌 순수전기차(BEV) 판매량은 4만3689대로 이미 시장점유율 7%를 차지한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판매대수(4만2605대)보다 2.5% 늘어난 것이다. 올 상반기 코로나19로 자동차 업체들이 유난히 고전했음을 감안하면 선방한 실적이다.



미래 모빌리티의 또 다른 축인 수소전기차 부문에서도 가시적 성과들이 나오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전 세계 수소전기차 중 가장 많은 5000대의 넥쏘를 판매했고, 지난 7월에는 세계 최초로 대량 생산 체제가 구축되는 수소 전기트럭 10대를 스위스로 수출했다. 니콜라와 토요타가 아직 콘셉트카 수준에 그쳤다면 실제로 고객을 위해 완성차를 만들어 인도한 것은 현대차가 처음이다. 수소전기차에서 현대차가 얼마나 앞서 있는지 잘 보여준다.

이는 현대차그룹이 지난 20년간 130여개 협력사와 함께 수소 연료전지 시스템을 개발해온 노하우 축적 효과다. 현대차는 앞으로 수명을 2배 이상 늘리고, 원가는 절반 이하로 낮춘 차세대 연료전지 시스템도 개발할 계획이다.

현대차의 미래 모빌리티 경쟁력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앞으로 수소전기차 분야에서 수전해(생산)-수소운송 및 저장(유통)-수소발전(발전)-활용(모빌리티)까지 아우르는 수소 에너지 활용 종합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다.


정 수석부회장이 지난 5월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잇따라 만난 것도 전기차의 심장 격인 배터리 협업 방안을 폭넓게 논의하려는 목적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최근 모빌리티 데이터 업체들과 협업도 직접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 수석부회장이 미래 모빌리티 시장 공략의 청사진을 머릿속에 분명히 그려놓은 상태"라며 "아이오닉 전기차 통합브랜드 론칭처럼 이런 구상을 실천하는 과감한 행보가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기아차의 전기차 사업은 설계완성도와 효율성 측면에서 테슬라 다음으로 경쟁력이 높다"며 "현대차그룹이 차세대 E-GMP 기반의 전기차 모델을 양산하게 되는 2021년부터 테슬라와의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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