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벌써 기술수출 약발 다했나, 장중 9% 하락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2020.08.10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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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주마감]

한미약품 본사 / 사진제공=한미약품한미약품 본사 / 사진제공=한미약품


최근 1조원 이상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성사시켜 이달 초 상한가를 찍었던 한미약품이 사흘 연속 약세를 이어가며 10% 가량 하락했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기술이전의 가치가 이미 한미약품 주가에 선반영돼 있다는 등 회의적인 평가도 나오고 있다.

10일 증시에서 한미약품은 전일 대비 8.2% 내린 32만45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장중 저점은 32만500원(전일 종가 대비 -9.34%)였다. 지난 5일 고점에 비해서는 약 10% 내린 수준이다. 이날까지 한미약품은 3거래일 연속 약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4일 한미약품은 장 마감 후 공시를 통해 미국 MSD(머크 샤프&돔)사와 8억7000만달러(약 1조300억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한미약품은 해당 기술이 NASH(비알코올성 지방간염) 치료를 위한 바이오신약과 관련한 것으로 반환의무 없는 계약금이 1000만달러(약 119억원)에 이르며 추후 임상개발, 허가, 상업화 등 단계별로 최대 8억6000만달러를 수령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 공시가 나온 다음 날인 5일 한미약품은 상한가(+29.91%)인 36만500원으로 치솟았다.



그러나 상승세는 곧 꺾였다. 이튿날인 6일 주가는 장중 한 때 43만원(+19.27%)까지 올랐으나 이내 하락세로 전환하며 마감 시간대에는 35만5500원(-1.39%)로 마감했다. 그리고 이틀 더 약세 흐름이 이어진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한미약품의 이번 기술이전 성과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하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이날 한미약품의 투자의견을 종전 '매수'에서 '보유'로 하향조정하고 목표가를 종전 29만원에서 32만원으로 상향조정했다. 목표가가 상향조정됐으나 현재 주가보다 낮은 수준이다. 어지간하면 부정적 평가가 나오지 않는 국내 증권가 현실을 감안할 때 이날 NH투자증권의 보고서는 사실상 '매도' 의견과 같은 의미로 풀이된다.

구완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존 (한미약품의) 거래에 비해 이번 MSD를 대상으로 한 기술이전 계약의 퀄리티(질, 質)이 좋지 않다고 보는 이유는 총 계약 규모 대비 업프론트(반환의무 없는 계약금)의 비율이 기존 대비 현저히 낮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번 MSD를 대상으로 한 HMI12525A의 기술이전 계약은 총 계약금액 대비 업프론트 비율이 1.1%에 불과하다. 이는 2015년 이후 한미약품이 일라이일리, 베링거잉겔하임, 사노피, 얀센, 제넨텍 등에 기술이전할 때의 업프론트 비율(최저 9.6%에서 최고 11.4%)에 비해 현저히 낮다는 지적이다.


구 연구원은 "이번 기술이전된 것은 2015년 11월 얀센을 대상으로 9억1500만달러(업프론트 1억500만달러)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가 2019년 7월 반환된 파이프라인이었다"고 했다.

그는 "2015년 얀센에 기술이전됐을 때만 해도 HMI12525A는 당뇨·비만 치료제였는데 미국 MSD가 NASH 파이프라인으로 (기존 한미약품의 파이프라인이던) HM15211이 아니라 HM12525A인 이유가 무엇인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며 "NASH 치료제 HM15211(Triple Agonist)의 기술이전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판단돼 투자의견을 보유로 하향한다"고 했다.

이달미 SK증권 연구원도 이날 보고서를 통해 "이번 계약으로 인한 선급금 1000만달러가 경쟁사가 기술수출했던 NASH 치료제 대비 적은 금액이어서 아쉽다"며 "목표가는 종전 26만원에서 38만원으로 상향했으나 주가상승여력이 적어 투자의견 보유를 유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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