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에 다 묻네"…대박났던 '견미리 팩트' 코로나에 흔들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2020.08.10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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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e 20's 부진에 애경산업 2분기 영업익 -13억 '적자 전환'

애경산업 AGE 20's의 모델 이나영씨/사진=애경산업 애경산업 AGE 20's의 모델 이나영씨/사진=애경산업


2013년 9월 출시된 일명 '견미리 팩트'는 생활용품기업이던 애경산업을 단숨에 '화장품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 20대의 젊음을 선사해준다는 뜻의 브랜드명 'AGE 20's'(에이지투웨니스)는 다소 길고 복잡한 이름에도 불구하고 블록버스터 제품으로 성장하며 애경산업에 엄청난 성장을 가져다줬다.

당시 국내 생활용품 업계는 '레드 오션'으로 꼽히며 성장성 없이 점유율 경쟁만 계속되고 있었다. 성장성이 제한된 상황에서 애경산업은 국내 화장품 기업이 다소 취약한 부문인 색조화장품으로 과감하게 화장품 시장에 승부를 던졌다.



AGE 20's의 주요 판매채널은 다른 화장품 기업과 달리 홈쇼핑이었는데 동안 연예인으로 알려진 견미리씨를 모델로 선정하면서 대박을 냈다. 견미리씨의 빛나는 피부를 본 주부들의 홈쇼핑 주문이 쇄도했고 AGE 20's의 에센스 커버팩트는 '견미리 팩트'라는 애칭을 얻으며 폭발적인 매출 성장을 나타냈다.

"마스크에 다 묻네"…대박났던 '견미리 팩트' 코로나에 흔들
2013년 3500억원대였던 매출은 2019년 7000억원을 돌파하며 두 배로 뛰었다. 국내 화장품 시장의 강자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에 이어 매출 3위의 화장품 기업으로 부상하며, 회사의 위상이 달라졌다.



하지만 에센스 커버팩트 '완판 신화'를 쓴 견미리씨가 2018년 12월 홈쇼핑에서 하차하고 쿠션 팩트 시장의 경쟁이 격화되면서 견고하던 AGE 20's의 아성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국내 화장품 시장에서 쿠션 팩트가 다소 건조한 느낌의 파운데이션과 파우더 팩트를 제치고 가장 중요한 베이스 메이크업 품목으로 부상하면서 화장품 시장 내에서 불꽃 튀는 경쟁이 벌어진 것이다.

쿠션 팩트가 메이크업의 중심 제품이 되자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은 물론 글로벌 명품 화장품 브랜드인 입생로랑, 에스티로더, 디올 등이 줄지어 다양한 쿠션 팩트를 출시하면서 쿠션 팩트 시장은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했다. 또 화장품 마켓이 유명 브랜드 중심에서 인스타그램 등 세포마켓을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신진 브랜드의 쿠션 팩트가 시장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화장품 소비자들은 기초 케어 제품은 잘 바꾸지 않는 반면 색조 제품은 쉽게 바꾸는 경향을 보유해, 색조 화장품에 대한 충성도가 높지 않았다. 잘 나가던 중국에서도 현지 소비자들의 선호가 K-뷰티 브랜드보다는 글로벌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로 돌아서면서 상황은 악화됐다.

치열한 마케팅 경쟁이 일며 2019년 애경산업의 매출액은 7013억원으로 2018년 대비 소폭 성장했으나 판관비 증가로 영업이익은 792억원에서 606억원으로 오히려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코로나19(COVID-19) 확산으로 애경산업의 매출액은 2823억원으로 16%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61.1% 줄어든 113억원을 기록했다. 생활용품 매출액이 증가하며 어느 정도 실적 방어를 했으나 화장품 부문 매출·이익 감소폭이 워낙 컸다. 2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2.5% 줄어든 1219억원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은 -13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AGE 20's의 에센스 커버팩트는 에센스를 함유해 촉촉하면서도 커버력이 좋다는 점에서 소비자에게 어필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마스크 착용이 일반화되자 촉촉한 느낌의 화장을 할 경우 마스크에 온통 묻어날 수밖에 없어, 판매 부진 타격이 더 컸다는 분석이다.

또 홈쇼핑 업계의 화장품 인기 브랜드 유행 사이클을 고려할 때, 2013년부터 7년 가까이 인기를 얻었던 AGE 20's의 사례가 오히려 이례적이란 평가도 나온다. 올 들어 홈쇼핑 유통채널은 코로나19 이후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AGE 20's의 인기가 줄어들면서 방송 횟수가 감소하는 걸 피할 수 없게 됐다.

배송이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코로나19 여파도 있지만 코로나19 우려 해소 이후에도 실적 가시성은 떨어진다"며 "화장품 수요가 기초 위주로 반등하고 있어 색조와 단일 아이템에 치중된 애경산업의 실적은 불확실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애경산업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해외 디지털 채널 강화에 투자하고 있다. 그 성과로 지난 중국 6.18 쇼핑축제에서 티몰 매출이 전년비 50% 성장했다. 또 6월에는 아마존에 AGE 20's 브랜드관을 오픈하며 미국 진출의 첫 발을 디뎠다.

애경산업 측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국내외 화장품 시장의 위축 및 색조 화장품 수요 감소로 주요 채널의 실적이 하락했다"며 "에경산업은 불확실한 시장 환경 속에서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한 준비를 지속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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