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삼성 준법감시위, 계열사들 '인수·합병' 모두 사전 검토한다

머니투데이 이정혁 기자 2020.08.11 05:30
글자크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5월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5월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삼성준법감시위원회가 삼성 주요 계열사의 인수·합병을 사전에 직접 검토한다. 삼성물산 (140,400원 ▲1,600 +1.15%)-제일모직 합병 의혹 같은 사태가 두 번 다시 발생하지 않게 하려는 목적이다. 특히 인수·합병 과정에서 위법 논란이 불거질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외부 전문가들이 주축이 된 준법감시위원회에서 원천 차단할 방침이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79,900원 ▲1,000 +1.27%) 부회장이 지난 5월 대국민 사과 당시 "준법이 삼성의 문화로 확고하게 뿌리내리도록 하겠다"고 공언한 것을 구체적으로 이행하는 차원이다.

준법위, 삼성 7개 계열사 인수·합병 사전 검토
10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준법감시위원회는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삼성생명 (78,800원 ▲800 +1.03%) 등 7개 계열사의 인수·합병을 감시 대상에 포함한 것으로 파악됐다.



종전까지 준법감시위가 대외 후원금 지출과 내부거래만 따져보는 것에서 더 나아가 주요 계열사들의 인수·합병까지 검토 대상에 포함시킨 것이다. 준법감시위는 이 과정에서 논란이 불거질 수 있는 각종 위법성 여부를 직접 점검할 방침이다. 이 같은 준법감시위의 업무 확대는 이 부회장은 물론 삼성전자 등 7개 계열사 모두의 동의 없인 불가능한 결정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준법감시위와 계약한 7개 삼성 계열사들은 각각 기업 이사회에 인수·합병 안건을 올리기 전 준법감시위에 먼저 보고해야 한다. 일부 계열사는 이미 이를 적용해 준법감시위에 인수·합병 내용을 전달해 검토를 요청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삼성 소식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이슈와 비슷한 일이 더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차원에서 준법감시위가 인수·합병을 투명하게 들여다본다는 취지"라며 "이를 수용한 것은 삼성이 이 문제를 정면으로 바꾸겠다는 의지가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재용 부회장 '준법 경영' 의지 반영 조치
삼성은 준법감시위 출범을 계기로 그동안 그룹의 리스크로 작용했던 무노조 경영과 경영권 승계 문제도 완전 일임했다. 특히 이번 인수·합병 사전 검토를 골자로 한 준법감시위 권한 강화는 이재용 부회장의 '준법 경영' 약속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5월 대국민 사과를 통해 "준법은 결코 타협할 수 없는 가치"라며 "외부(준법위)의 질책과 조언을 열린 자세로 경청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단 준법감시위의 권한이 이처럼 강화된 것이 특정 계열사의 경영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들린다. 인수·합병과 내부거래는 극도의 보안이 절실한데 회사의 이같은 중대 정보를 준법감시위가 이사회보다 먼저 검토하는 것은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준법감시위의 권고는 강제성이 없지만 삼성 입장에서는 사안에 따라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주요 계열사마다 경영환경이 제각각인데 준법감시위에게 모두 이런 권한을 준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김지형 삼성준법감시위원장(전 대법관)은 최근 준법감시위 워크숍에서 "삼성 준법·윤리경영의 과거와 미래를 보는 시각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준법감시위는 이런 시각들을 서로 소통하면서 새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삼성준법감시위는 오는 13일 정기회의를 연다. 이 회의에서는 내부거래와 그룹 내 준법의무 위반 신규 신고 건 등을 논의할 방침이다.
김지형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사진 왼쪽 두번째)이 지난 2월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사옥에서 열린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1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김휘선 기자김지형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사진 왼쪽 두번째)이 지난 2월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사옥에서 열린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1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김휘선 기자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