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인 지정제' 장 열렸는데…시큰둥한 빅4

머니투데이 조준영 기자 2020.08.10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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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인 지정제' 장 열렸는데…시큰둥한 빅4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상장회사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이하 주기적 지정제)가 실시되는 가운데 대형회계법인인 '빅4(삼일·삼정·안진·한영)'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대형 제조회사나 인터넷 플랫폼, 금융지주 등 감사비용이 높은 '큰손'들이 빠지고 중소형 기업만 지정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은 탓이다.

다만 지정대상 회사 중 감리 등의 이유로 직권지정이 돼 후보군에서 제외될 경우 다음연도 자산규모 상위권 회사들이 포함될 수 있어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는 전망도 나온다.



◇1000억원대 싱거워진 '주기적지정'
금융감독원 / 사진=류승희 기자 grsh15@금융감독원 / 사진=류승희 기자 grsh15@
1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회계법인은 오는 8월31일까지 소속 회계사수 등 지정을 위한 기본적인 자료제출을 완료하고 △10월14일 예비통보 △11월12일 본통보 순으로 주기적 지정절차가 진행된다.

주기적 지정제는 민간기업이 외부감사인을 6년간 자율선임하면 이후 3년간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감사인을 지정받는 제도다.


업무는 금감원이 증선위로부터 위탁을 받아 수행한다.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건을 계기로 2017년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반영됐다.

당초 2020년 지정대상 상장사는 459사였지만 업계 혼란을 막기 위해 매년 220사(社)로 분산지정키로 했다. 지난해 지정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자산규모 상위권 220사를 제외한 나머지 220개사가 올해 지정된다.

앞서 지난해 수십조원 규모의 대형상장사 지정이 완료되면서 올해 나머지 대상회사들의 자산규모는 1000억원대에 불과하다.

회계업계에 따르면 올해 지정대상 중 잠정 1순위는 삼천당제약 (140,600원 ▲3,200 +2.33%)으로 2018년말 별도기준 자산규모는 1816억원이다. 이어 △SK바이오랜드 (8,880원 ▲10 +0.11%)(1823억) △우신시스템 (8,240원 ▼70 -0.84%)(1765억) △태양 (7,300원 0.00%)(1747억) 순이다.

최근 코로나19(COVID-19)의 직접적인 수혜주로 주가가 급상승한 씨젠 (24,050원 ▼550 -2.24%)(1518억)과 엔터테이먼트 회사 JYP Ent. (72,100원 ▲1,100 +1.55%)(1448억)도 포함돼있다.

◇변수는 '직권지정'
회계 / 사진제공=이미지투데이회계 / 사진제공=이미지투데이
변수는 직권지정이다. 직권지정은 금융당국의 감리결과 외부감사인 지정조치, 관리종목 등 투자자보호를 위해 외부감사인을 지정하는 제도를 말한다. 만약 주기적 지정대상 회사가 먼저 직권지정 대상이 될 경우 주기적 지정후보군에서 제외된다.

즉 이번 주기적 대상회사들 중 직권지정 회사들이 많아질수록 다음연도 자산규모 상위권 회사들이 올해 지정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실제 내년도 잠정 주기적 지정회사들을 살펴보면 자산규모 수십조원 이상의 회사들이 즐비하다. 회계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 (11,700원 ▼90 -0.76%)이 2019년 기준 자산규모 47조6011억원으로 1순위로 추정되며 △삼성증권 (40,100원 ▼600 -1.47%)(41조2277억) △기아차 (110,200원 ▼1,800 -1.61%)(38조8985억) △삼성물산 (158,500원 ▼1,600 -1.00%)(36조5618억) 등이 뒤를 잇는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기업들의 애로사항 해소를 위해 직권지정 기준을 완화키로 하면서 회계법인들의 기대는 실현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지난 6월22일 외감법과 시행령의 재무기준에 따른 직권지정 회사가 중복된다는 지적에 시행령상 사유를 삭제하는 등 기준을 완화키로 했다.

시행령이 개정될 경우 직권지정 대상에서 제외되는 회사는 40~50개로 추정된다. 이르면 오는 9월초 해당 시행령이 개정될 전망으로 올해 주기적 지정회사는 중·소형 상장사들이 대부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형회계법인 관계자는 "(올해 지정대상 회사들은) 자산규모가 작다보니 빅4로 오기보다 하향지정을 요청해 중견·중소형 회계법인으로 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이들 회사는 감사보수도 낮다보니 큰 관심을 두고 있지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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