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글로벌 100대 ICT 기업 삼성 1곳뿐…美·中 비해 성장속도도 느려

머니투데이 박소연 기자 2020.08.10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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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조사… 韓 ICT 빅5 기업가치, 미국의 16분의1·중국의 4분의1

/사진제공=전경련/사진제공=전경련


시가총액 기준 세계 100대 ICT(정보통신기술) 기업 가운데 한국은 삼성전자 1곳만 포함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제조업이 성장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혁신을 가속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 10년간 한국·미국·중국 등 주요국 증권시장 시총 상위 5개 ICT 기업의 변화를 분석한 결과, 한국 주요 디지털기업들의 시총 증가세가 상대적으로 느리고 규모도 현저히 작은 것으로 조사됐다.

각국 증시에서 시총 상위 5개 ICT 기업의 차이는 극명했다.



애플·MS·아마존·알파벳·페이스북 등 미국의 5개 기업 시총 합은 약 8092조원으로, 우리 정부의 올해 본예산(512조 원)보다 16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알리바바·텐센트·평안보험·메이퇀 디엔핑·징둥닷컴 등을 앞세운 중국은 약 2211조원으로 뒤를 이었다. 반면 한국의 상위 5개 ICT 기업의 시총 합은 약 530조원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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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포털 및 전자상거래 기업 간 차이도 컸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2개사 시총은 약 83조원으로, 중국의 징둥닷컴 1개사의 시총(120조 원)에 못 미쳤다.

전경련 관계자는 "해외 매출 비중이 네이버 30%대, 카카오는 아직 공식통계가 없는 실정으로, 상대적으로 증가세가 느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시총 기준 상위 100개 ICT 기업으로 넓혀 보면 한국의 위상은 더 초라했다.

먼저 가장 많은 수의 기업을 보유한 국가는 애플·넷플릭스·테슬라 등 글로벌 스타기업을 보유한 미국으로 57개사였다. 중국 역시 대표 기업인 알리바바를 포함한 12개사, 일본과 유럽의 경우 각각 11개, 10개사가 순위에 꼽혔다. ICT 강국 인도 역시 3개사가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한국은 삼성전자만 홀로 11위에 이름을 올렸다. ICT 강국이라 불리는 한국의 글로벌 시장 지분율이 단 1%에 그치는 것이다.

주요 ICT 기업의 지난 10년간 시총 증가 속도도 한국이 미국, 중국보다 저조했다. 미국 5개사 시총 합계의 연평균 증가율이 29.4%, 중국 5개사가 70.4%의 증가율을 기록한 반면, 한국은 연평균 23.4% 증가에 그쳤다. 카카오가 폭발적인 성장(63.1%)을 기록했음에도 저조한 성장률을 보였다. 다른 한국 기업들은 연평균 7~18% 성장에 머물렀다.

전경련 관계자는 "한국 디지털 기업의 시총 또한 코로나19 국면을 맞아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으나, 시장 전체를 아우르는 본격적인 디지털 산업으로의 재편은 미국·중국 등에 비해 아직까지 미흡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불과 10년 전만 해도 석유회사 엑손모빌이 독보적인 시총 1위 기업이었지만 2012년 애플이 그 자리를 차지한 후 1~2위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유통 서비스 분야에서도 아마존(39.6%)과 월마트(7.1%)의 10년간 연평균 시총 성장세가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지난 4일 기준 미국 증시의 톱10 기업 중 5개가 IT 및 디지털 기업으로, 10년 전 2개사에서 큰 폭의 플랫폼 변화를 이뤘다.

앞으로 국내 제조업이 성장기회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디지털혁신을 가속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경련은 마이크로소프트(MS)·테슬라 등 기존산업에서 디지털 혁신과 융합에 성공한 모델을 참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MS는 1997년부터 2008년까지 20년간 시총 1~4위를 차지하다가 애플, 구글 등 후발 IT기업에 밀려 2009년에 시총 10위 밖으로 밀려났다. 그러나 클라우드 사업 확장, 구독 서비스 제공 등의 변화를 통해 2020년 현재 애플과 시총 1위를 다투며 디지털 혁신에 성공했다. 자동차를 디지털 디바이스 개념으로 개발함으로써 패러다임을 전환한 테슬라는 지난 10년간 시총 연평균 증가율 64.3%를 기록해 현재 시총 16위로 톱10 진입을 앞두고 있다. 세계 1위 자동차 기업 도요타의 시총 증가율은 연평균 4.5%에 불과하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시총은 실제 시장이 바라보는 향후 전망을 보여준다"며 "IT강국 코리아가 글로벌 디지털 경제에서 그 위상을 이어가려면 디지털 혁신과 기존 산업과의 결합을 위한 창의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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