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폭발 책임' 정권퇴진 시위 유혈사태…복수의 토요일

머니투데이 임소연 기자 2020.08.09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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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현지시간)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일어난 시위/사진=로이터8일(현지시간)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일어난 시위/사진=로이터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8일(현지시간) 폭발 참사와 관련해 정부를 규탄하는 대규모 시위가 일어나 경찰 1명이 숨지고 230여 명이 다친 가운데 총리가 조기 총선을 제안했다.

하산 디아브 레바논 총리는 이날 TV 연설에서 "10일 의회 선거를 조기에 치르자고 정부에 제안하겠다"고 했다.



레바논에서는 2018년 5월 총선이 9년 만에 실시됐다. 이슬람 시아파 무장정파인 헤즈볼라와 그 동맹이 전체 128석 중 과반의석을 차지했다. 총선이 다시 실시되면 경제 위기로 인기가 떨어진 헤즈볼라의 운명이 달라질 수 있다.

디아브 총리 내각은 올 1월 헤즈볼라의 지지를 받아 출범했으나 경제 회복과 개혁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해 비판 받아왔다.



레바논 시위대 수천 명은 이날 베이루트 도심 순교자 광장 등에 모여 정권 퇴진을 촉구했다. 시위대는 이날을 '복수의 토요일'로 정하고 폭발 피해자들을 위해 정의를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시위대는 미셸 아운 대통령 사진도 불태웠다.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의 초상화에 올가미를 거는 시위대도 있었다.

시위대는 외무부, 에너지부, 경제부, 환경부 등 여러 부처 건물을 점거했다. 경찰을 향해 돌을 던졌고 일부는 의회 건물로 접근하려 했다.


이에 경찰이 시위대를 해산하겠다며 최루가스와 고무탄을 쏘면서 물리적 충돌이 빚어졌다. 이 과정에서 경찰 1명이 시위대의 공격을 받아 한 호텔에서 떨어져 숨졌다고 보도했다.

레바논 적십자에 따르면 시위대와 경찰을 합쳐 최소 238명 다쳤다.

앞서 6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베이루트를 방문했을 때도 수백 명이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

베이루트 폭발 참사는 대규모 질산암모늄을 방치한 인재라는 지적이 나온다. 레바논 당국은 항구 창고에 6년간 보관한 인화성 물질 질산암모늄 약 2750톤이 폭발한 것으로 보고 있다.

베이루트 폭발 참사의 사망자 수는 계속 늘고 있다. 레바논 보건부는 폭발로 인한 사망자가 최소 158명이고 부상자가 6000명 이상이라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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