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산도 "만나자" 하지만…여전한 아시아나 '노딜' 먹구름

머니투데이 주명호 기자, 유엄식 기자 2020.08.09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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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본사 대회의실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본사 대회의실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HDC현대산업개발 (17,690원 ▼100 -0.56%)금호산업 (4,135원 ▼60 -1.43%)의 대면협상 요구를 전격 수락했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 (10,680원 0.00%) 재실사를 전제조건으로 요구해 협상이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채권단과 금호산업이 오는 12일 계약 해지 통보를 할 예정인 가운데 협상에 변수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HDC현산의 입장변화에도 불구하고 업계는 여전히 M&A(인수협상) 딜 무산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실사를 중심에 놓고 입장이 평행선을 그리고 있어서다. 딜 무산 이후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채권단의 '플랜B' 시나리오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된다.



HDC현산은 9일 "양사 대표이사 간 재실사를 위한 대면협상을 제안한다"며 "금호산업에 원만한 거래종결을 위한 재실사 협의에 적극 나설 것을 다시한번 요청한다"고 밝혔다. 금호산업은 이에 앞선 7일 "만나서 협의하자"며 먼저 대면협의를 요구한 바 있다.

"만나자"면서 채권단·금호산업 거절한 재실사 요구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2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넥스트라이즈2020' 글로벌 스타트업 페어에 참석해 개회사를 하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2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넥스트라이즈2020' 글로벌 스타트업 페어에 참석해 개회사를 하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HDC현산은 금호산업이 "인수대금을 납부하지 않아 계약 해제를 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매도인의 선행조건 충족의무가 여전히 이행되지 않았으므로 인수종결을 위해 인수상황 재점검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지금부터라도 인수인과 매도인이 서로 만나 협의를 조속히 진행하자"며 양사 대표이사 간 재실사를 위한 대면협상을 제안했다.

재실사 관련 협상 일정과 장소 등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선 앞서 이뤄진 금호산업의 제안을 최대한 받아들인다는 게 HDC현산의 입장이다.

HDC현산은 지난달 24일 아시아나항공과 자회사에 대한 부채 규모 등에 대해 12주간 재실사를 요청하자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채권단을 대표하는 KDB산업은행과 매도자인 금호산업은 HDC현산의 재실사 요청을 공식적으로 거부했다.


HDC현산의 입장변화에도 업계는 여전히 '노딜'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HDC현산이 대면협상의 목적을 '재실사'로 규정한 만큼 직접 만나더라도 합의에 도달하기 쉽지 않은 까닭이다. 채권단의 '플랜B' 시나리오가 여전히 유력한 셈이다.

노딜 현실화시…재매각·계약금 소송 뒤따를듯
3일 서울 강서구 국립항공박물관에서 열린 개관식에서 아시아나항공의 기내 청소 등을 담당하는 재하청 업체 아시아나케이오 정리해고 노동자들이 해고 철회를 호소하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3일 서울 강서구 국립항공박물관에서 열린 개관식에서 아시아나항공의 기내 청소 등을 담당하는 재하청 업체 아시아나케이오 정리해고 노동자들이 해고 철회를 호소하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향후 최대 관심사는 재매각 시점, 그리고 HDC현산이 선지급한 계약금(이행보증금) 2500억원의 향방이다.

계약 해지가 현실화되면 아시아나항공이 밟게 될 수순은 대주주 채권단 관리체제 하의 경영정상화다. 이 경우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보유 중인 아시아나항공의 영구채 8000억원을 주식으로 전환 후 관리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재매각 시점은 아직 전망하기 쉽지 않다. 경영악화의 최대 요인인 '코로나19(COVID-19)' 변수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은 2분기 깜짝 흑자를 기록했지만 이는 화물사업 호조와 임직원 휴직 및 임금 반납 등 비용 절감을 위한 비상경영체제를 지속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어느 항공사든 여객사업이 되살아나기 전까지는 제대로된 정상화는 어렵다"며 "내년 이후로 넘어가야 어느정도 윤곽이 보일 것"이라고 관측했다.

인수가 무산되면 양측은 계약금 반환 여부를 두고 곧바로 소송전을 펼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HDC현산은 컨소시엄을 구성한 미래에셋대우와 함께 지난해 12월 전체 인수대금의 10%인 2500억원을 계약금 명목으로 지불했다.

계약금 반환 여부의 핵심은 인수 무산의 귀책사유가 누구에게 있는가다. 이번 HDC현산의 대면협상 수용 역시 소송을 염두에 둔 '선행조건 준수'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한화는 2008년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나섰다 무산되자 계약금 3150억원을 반환 받기 위한 소송을 냈다. 한화는 9년간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8년 계약금의 일부인 1951억원을 돌려받았다.

금호산업과 HDC현산간의 소송도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지만, 한화그룹처럼 HDC현산이 계약금을 반환받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크다. 재계 한 관계자는 "당시 한화는 노조의 반대로 실사 시도조차 못했다"며 "아시아나 내부에 인수위를 상주시킨 HDC현산과는 상황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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