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단지의 변신과 뉴딜[MT시평]

머니투데이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2020.08.10 0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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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단지의 변신과 뉴딜[MT시평]


대한민국의 제조업과 산업화를 상징하는 존재를 꼽는다면 아마도 ‘산업단지’일 것이다. 별도 구역을 설정하고 산업활동에 필요한 각종 기반시설을 설치한 산업단지는 산업시설의 집적화를 통한 효율화와 더불어 기존 도시에 산재한 공장들로 인한 환경오염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존재였다. 국가와 지자체 등이 나서서 전국적으로 조성한 산업단지들은 우리나라의 제조업 발전에 핵심 역할을 해왔으며, 고용창출과 지역발전 측면에서도 크게 기여했다.
 
언제부터인가 이러한 산업단지들은 과거와 같은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항상 꽉 차있을 것만 같던 산업단지들이었지만 기존 업체들은 산업단지를 떠나 해외로 이전하고 있으며 새롭게 입주를 희망하는 기업들은 감소하면서 산업단지들이 비어가고 있다. 우리나라의 청년들이 아닌 외국인들이 생산현장의 핵심인력으로 자리잡고 있다. 제조와 생산에서 핵심이 되는 부문은 언제부터인가 산업단지 현장을 떠나 서울과 수도권으로 옮겨가는 분리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산업단지가 가진 이러한 문제들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제조업의 해외이전, 제조업 기피현상 심화 및 인구의 수도권 집중현상 강화와 맞물리면서 가속화하고 있다. 산업단지가 활력을 잃어가면서 해당 산업단지뿐만 아니라 산업단지가 위치한 지역 자체의 침체와 쇠퇴가 더 빨라졌다. 산업단지의 위기는 단지 산업부문의 위기에 그치지 않고 지방의 침체와 소멸로 이어지는 계기가 된다.
 
우리나라 산업단지들은 다수의 업체를 한 공간에 집적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이들 간의 상호협력을 통한 시너지 효과 창출에는 한계를 보여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산업은 점차 융합하고 복합화하지만 정작 산업단지들은 입주업체의 업종에 따른 구분을 고수함으로서 변화의 추세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또한 교육 및 연구 등의 기능이 부재해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해결을 외부에 전적으로 의존함으로써 고부가가치화에 한계를 드러내왔다. 또한 산업현장만 집중된 삭막한 환경으로 인해 청년층의 외면을 받으면서 인력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를 비롯한 지자체 등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10여년간 나름대로 많은 노력을 해왔다. 노후 산업단지를 시대의 변화에 맞게 개선하는 고도화 작업을 진행해 왔으며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등과 결합한 스마트 팩토리와 스마트 산업단지로의 전환, 그리고 지역 내 산단간 상호 역할분담 및 주변 지역과의 연계 강화를 추구하는 산업단지 대개조 사업 등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최근 발표된 한국판 뉴딜의 양대 축인 디지털뉴딜과 그린뉴딜 사업 가운데 상당수는 산업단지의 문제해결에 초점을 맞춰 근본적인 변화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20년 대한민국의 산업단지는 과거 단순 제조현장에서 탈피해 R&D(연구·개발)와 연계한 고부가가치 생산현장으로 전환돼야 한다. 고립된 지역에 공장들만 모여있는 수용소가 아닌 지역과 연계된 생산과 고용의 중심지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변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개별 요소의 변화와 더불어 산업단지 개념 자체의 변화도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특정한 지역에 공장을 모아놓는 방식에서 벗어나 주거와 생산, 연구와 산업이 연계되는 복합적인 공간으로 변화해야만 산업단지는 활력을 잃지 않고 미래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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