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HDC현산, 여전한 '노딜' 우려…현실화시 수순은?

머니투데이 주명호 기자 2020.08.09 14:26
글자크기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금호산업 이사회를 열어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결정지은 가운데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금호아시아나 본사 건물의 모습.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금호아시아나그룹이 금호산업 이사회를 열어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결정지은 가운데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금호아시아나 본사 건물의 모습.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HDC현대산업개발 (15,940원 ▲40 +0.25%)금호산업 (4,170원 ▲5 +0.12%) 및 채권단과의 대면협상에 나서기로 했지만 '노딜' 우려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HDC현산이 대면협상의 목적을 '재실사'로 규정한 만큼 직접 만나더라도 합의에 도달하기 쉽지 않은 까닭이다. 채권단의 '플랜B' 시나리오가 여전히 유력한 셈이다.



인수가 최종 무산될 시 향후 관심사는 아시아나항공 (10,620원 ▼190 -1.76%)의 재매각 시점과 HDC현산이 선지급한 계약금(이행보증금) 2500억원의 향방이다. 재매각 시점은 향후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지속 가능성에 달렸다. 계약금 반환의 경우 책임소지에 대한 양측의 입장이 맞서는 만큼 소송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아시아나, 대주주 채권단 관리하 경영정상화…재매각 시점은 코로나 등 변수 봐야
계약 해지가 현실화되면 아시아나항공이 밟게 될 수순은 대주주 채권단 관리체제 하의 경영정상화다. 이 경우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보유 중인 아시아나항공의 영구채 8000억원을 주식으로 전환 후 관리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영구채 전환시 산은과 수출입은행의 아시아나 지분율은 약 36.9%로 금호산업의 30.8%를 웃돈다. 추가로 차등감자를 실시할 경우 양측의 지분격차는 더 벌어질 수 있다.

재매각 시점은 아직 전망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경영악화의 최대 요인인 '코로나19(COVID-19)' 변수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은 2분기 깜짝 흑자를 기록했지만 이는 화물사업 호조와 임직원 휴직 및 임금 반납 등 비용 절감을 위한 비상경영체제를 지속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어느 항공사든 여객사업이 되살아나기 전까지는 제대로된 정상화는 어렵다"며 "내년 이후로 넘어가야 어느정도 윤곽이 보일 것"이라고 관측했다.


저비용항공사(LCC)인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산하 계열사의 상황도 관건이다. 아시아나의 경영상황이 나아진다고 해도 이들의 상황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사모펀드 라임자산운용의 환매중단로 발생한 에어부산의 투자 손실 약 170억원은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2500억원 계약금, 반환여부 두고 소송전 돌입할 듯…"한화 전례와는 달라"
인수가 무산되면 양측은 계약금 반환 여부를 두고 곧바로 소송전을 펼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HDC현산은 컨소시엄을 구성한 미래에셋대우와 함께 지난해 12월 전체 인수대금의 10%인 2500억원을 계약금 명목으로 지불했다.

계약금 반환 여부의 핵심은 인수 무산의 귀책사유가 누구에게 있는가다. 금호산업 및 채권단과 HDC현산은 인수계약상 선행조건을 서로가 준수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전례는 과거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 나섰다가 발을 뺀 한화그룹과 채권단 간 계약금 반환 소송전이다. 한화는 2008년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나섰다 무산되자 계약금 3150억원을 반환 받기 위한 소송을 냈다. 한화는 9년간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8년 계약금의 일부인 1951억원을 돌려받았다.

금호산업과 HDC현산간의 소송도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지만, 한화그룹처럼 HDC현산이 계약금을 반환받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크다. 재계 한 관계자는 "당시 한화는 노조의 반대로 실사 시도조차 못했다"며 "아시아나 내부에 인수위를 상주시킨 HDC현산과는 상황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