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가 "줄여야" 9%만 "실제 감원"…기업 고용유지 안간힘

머니투데이 박소연 기자 2020.08.0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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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의 301개 국내기업 조사…고용유지 안간힘, 신규채용은 미루거나 포기

/사진제공=대한상의/사진제공=대한상의


국내기업 10곳 중 4곳이 코로나 사태로 일감이 줄어 고용조정 필요성을 느끼지만 실제 고용을 줄인 기업은 1곳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기업들이 고용유지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분석이다.

9일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최근 국내기업 301개사를 대상으로 '코로나 사태로 인한 고용 및 임금에 대한 기업인식'을 조사한 결과, 조사 참여 기업의 40.5%가 코로나19로 매출이 감소하고 업무량이 줄어 고용조정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응답했다.



하지만 실제로 인원을 감축한 기업은 9.0%로, 다수 기업들은 근로시간 조정이나 휴업․휴직 등(18.6%)을 통해 고용을 유지하고 있었다. 상황이 좋지 않음에도 별다른 조정 조치를 취하지 않고 고용유지 부담을 기업이 모두 떠안은 경우도 12.9%나 됐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일감이 줄어들면서 회사 상황이 악화됐지만 직원을 해고하지 않은 기업들이 많았다"며 "기업은 상황이 좋아졌을 때 숙련인력이 부족하면 업무처리나 경쟁력에 문제가 생긴다는 사실을 알고 있고, 직원들은 회사 사정을 이해해 일시휴업 등에 기꺼이 동참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기업의 고용유지 노력은 고용지표에도 드러났다. 선진국들과 비교해보니, 한국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실업률 4%대를 유지하고 있지만(6월 기준 4.3%) 미국은 당초 4%대 수준이었던 실업률이 4월부터 10%이상을 지속 중이다. 5월 기준으로 프랑스(8.1%), 이탈리아(7.8%) 등도 높은 수치를 기록 중이다.

인원 감축은 최대한 미루는 가운데 신규채용은 위축될 전망이다. 올해 채용 일정을 묻는 질문에 응답기업의 절반 이상이 '신규채용을 포기'(19.3%) 하거나 '채용일정을 미뤘다'(31.2%)고 답했다.

'신규채용 규모'를 기업에 물었더니 '당초 계획보다 축소했거나 축소를 고민 중'이라는 응답이 40.7%에 달했다. '축소 채용'이 11.9%, '축소 고민중'이란 응답이 28.8%로 나타났다.


채용방식의 경우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되면서 수시채용과 비대면방식 채용이 확대됐다. '코로나19 이후 채용방식에 어떤 변화 있었는지' 묻는 질문에 '수시채용을 확대했다'고 답한 기업이 38.7%에 달했고, '비대면 방식을 활용했다'는 응답도 7.0%로 나타났다. '기존 방식 유지'는 52.3%로 나타났다.

코로나19는 기업의 임금결정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기업의 55.5%가 ‘올해 임금결정을 '상반기에 마무리했다'고 응답해 예년에 비해 다소 늦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하반기의 경우 '당초 계획대로 진행할 것'이라는 응답은 24.3%였고, '일정이 지연되고 있거나 아직 정하지도 못했다'는 응답이 17.0%에 달해 임금결정 과정에 어려움이 예상됐다.

하반기에 임금협상을 진행하는 기업들 가운데 '임금을 인상할 예정'이라고 답한 기업은 36.3%에 그쳤고, '동결 예정'이라는 응답이 54.8%로 절반을 넘었다.

기업들은 하반기에도 고용유지를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 상황이 하반기에도 계속된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62.8%의 기업이 '추가 고용조정 없이 현재 상황을 유지하겠다'고 응답했다. '인원감축이 불가피하다'는 응답은 6.0%에 그쳤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기업의 의지만으로는 고용유지가 쉽지 않다. 당장 기업 내 유동성이 줄어 운영자금을 걱정하는 기업도 많고, 코로나19의 2차 충격도 언제 현실화될지 모른다.

상의는 지난달 합의를 이룬 '노사정 협약사항'을 조속히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협약에는 기업의 고용유지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고용유지지원금의 지원기간 연장이나 지원요건 완화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전인식 대한상의 고용노동정책팀장은 "기업이 하반기에도 고용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것은 정부가 그간 추진해 온 정책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정부도 고용유지 기업을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정책으로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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