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이 年 순이익의 100배?…저 세상 주식, 사도 될까

머니투데이 뉴욕=이상배 특파원 2020.08.10 0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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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브리핑]

시총이 年 순이익의 100배?…저 세상 주식, 사도 될까


테슬라 206배, 아마존 124배, 넷플릭스 88배.

미국 대표 기술주들의 PER(주가순이익비율)이다. 현재 시가총액을 최근 12개월 간의 순이익으로 나눈 값이다.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경우 지난 1년 동안 번 순이익을 매년 200년 넘게 모아야 회사를 통째로 살 수 있다는 뜻이다. 미국 최대 자동차 업체 GM(제너럴모터스)은 PER이 14배에 불과하다. 테슬라가 '저 세상 주식'으로 불리는 이유다.



나스닥 투자 열풍이 꺼질 줄 모른다. 특정 기술주들을 중심으로 고공행진이 이어지다 보니 '거품 붕괴'에 대한 우려도 커진다.

미국 기술주 랠리는 언제까지 이어질까. 기술주들이 지나치게 비싼 건 사실이지만, '전세계 시장 독식' 등에 대한 기대로 더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FAANG 30배 vs HP·IBM 10배…"일부 기술주만 잘 나간다"
7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전날보다 97.09포인트(0.87%) 내린 1만1010.98로 마감했다. 7거래일 연속 오른 끝에 첫 하락이다.

최근 3개월 간 나스닥지수는 무려 20.7%나 뛰었다. S&P(스탠다드앤푸어스) 500 지수는 14.4%,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12.8% 오르는 동안 홀로 앞서간 셈이다.

이른바 FAANG으로 불리는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알파벳(구글의 모회사) 등이 기술주 랠리를 주도했다. 실적보다 주가가 더 빨리 뛰면서 이들 기업 모두 PER이 30배를 넘어섰다.


같은 기술주지만 HP(휴렛팩커드)와 IBM은 PER이 각각 9배, 11배에 불과하다. '성장주 프리미엄'만으론 설명이 안 되는 수준이다. 펜스자산운용의 드라이덴 펜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주식시장이 극단적으로 양분돼 있다"며 "일부 잘 나가는 분야가 있는 반면 많은 업종은 여전히 부진하다"고 지적했다.

네드데이비스 리서치의 팀 헤이예스 수석투자전략가는 "소수 기술주가 장세를 주도하는 분위기가 바뀌지 않는 한 지금과 같은 강세장은 이어질 수 없다며 "나스닥 시장이 몇 달 내 다시 한번 후퇴할 수 있는데, 이때 극소수의 기술주만 고환경 상태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막춤 추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최고경영자)/ 사진=뉴스1막춤 추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최고경영자)/ 사진=뉴스1
"숫자만 따지지 말고 '스토리'도 봐야"
그러나 기술주들의 적정주가를 PER이나 PBR(주가순자산배율), DCF(현금흐름할인법) 등 전통적 가치평가 기법 만으론 따질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애스워스 다모다란 뉴욕대 경영대학원(스턴스쿨) 교수는 "실적 등 숫자 뿐 아니라 이야기를 뜻하는 '내러티브' 또는 '스토리텔링'도 기업 가치평가에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테슬라 뿐 아니라 구글과 아마존, 페이스북, 넷플릭스가 각 분야에서 전 세계 시장을 제패하고 세계인의 일상 생활을 장악할 것이란 스토리에 공감한다면 현 주가도 그리 비싼 게 아니란 얘기다.

국내 한 자산운용사의 미국법인장은 "지금 실적만 놓고 보면 테슬라 등 인기 기술주들이 고평가된 건 사실"이라면서도 "앞으로 테슬라가 전세계의 지배적인 전기차 제조업체가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면 얘기가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FAANG의 실적 호조는 여가의 중심이 온라인으로 옮겨가는 현상이 코로나19(COVID-19) 사태를 맞아 가속화된 때문"이라며 "여기에 초저금리로 갈 곳 없이 풀린 돈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유망한 기술주로 몰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의 방송인 짐 크레이머는 "지금 기술주 주가는 말이 안 된다는 소리는 이제 그만 집어치우고 그냥 사라"고 했다.

그러나 11월 미 대선 이후 경기부양책의 공백이 주식시장의 조정을 몰고 올 수 있다는 우려도 없지 않다. 대럴 크롱크 웰스파고자산운용 회장은 "올해 증시를 떠받친 엄청난 경기부양책이 사라질 내년 증시에 큰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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