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언유착 수사 사법참사"…검찰 떠나는 문찬석 지검장 '직격탄'

뉴스1 제공 2020.08.08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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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강요미수 사건…수사팀 스스로 문제·의혹 생산"
추미애 지휘권 발동에 "위법하다…참사 누가 책임지냐"

문찬석 광주지검장이 8일 오후 대전고등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 사법위원회의 대전·광주 고검 등 11개 기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2019.10.8./뉴스1 © News1 주기철 기자문찬석 광주지검장이 8일 오후 대전고등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 사법위원회의 대전·광주 고검 등 11개 기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2019.10.8./뉴스1 © News1 주기철 기자


(서울=뉴스1) 윤수희 기자 = 지난 7일 검찰 인사에서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으로 좌천성 발령을 받아 사직 의사를 밝힌 문찬석 광주지검장(59·24기)이 검찰을 떠나기 전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 수사를 "사법참사"라고 비판하며 '장관 책임론'을 제기했다.



문 지검장은 8일 오후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사직 인사를 남기고 "중앙지검 수사팀은 치명적인 잘못을 범했다"고 공개 비판했다. 또 "전국시대 조나라가 인재가 없어서 장평전투에서 대패한 것이 아니다. 옹졸하고 무능한 군주가 무능한 장수를 등용한 그릇된 용인술 때문이었다"고도 했다.

문 지검장은 "검사 26년째이지만, 강요미수죄라는 사건이 이렇듯 어려운 사건인지 처음 알게 됐다"며 "기소된 범죄사실을 보면 단순하기만 한데, 온 나라를 시끄럽게 하면서 수사팀 스스로 문제를 만들고 의혹을 생산해내는 이런 수사는 처음 봤다"고 비판했다.



이어 "급기야 '서초동 댕기열 사건'이라는 조롱까지 받는 천박한 지경에 이르렀으니, 창피해서 얼굴을 들 수 없다는 것이 저를 비롯한 동료 겸사들의 심정"이라고 밝혔다.

문 지검장은 또 "이 사건은 검찰청법에 규정된 총장의 지휘감독권을 박탈하는 위법한 법무부장관의 지휘권까지 발동된 사건이다. '차고 넘친다는 증거'는 어디 있냐"며 "그 증거들이 확보됐다면 한동훈 검사장은 감옥에 있어야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검사는 참과 거짓을 가려 진실을 밝히는 것이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소명"이라며 "참과 거짓을 바꾸려하는 것은 이미 검사가 아니다. 참과 거짓을 밝힐 역량을 갖추지 못헀다면 검사의 자리에 있을 이유가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20일 오후 광주 동구 산수동 광주지방·고등검찰청을 찾아 문찬석 광주지방검찰청장과 악수하고 있다.2020.2.20/뉴스1 © News1 황희규 기자윤석열 검찰총장이 20일 오후 광주 동구 산수동 광주지방·고등검찰청을 찾아 문찬석 광주지방검찰청장과 악수하고 있다.2020.2.20/뉴스1 © News1 황희규 기자
문 지검장은 검언유착 의혹 수사와 관련해 검찰청법에서 규정된 총장의 지휘감독권을 박탈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지휘권 발동을 "위법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 대상 사건의 실체가 없는 것 같다. 이 정도면 사법참사라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그는 추 장관에 대해 "5선 의원과 여당 대표까지 역임하신 비중 있는 정치인이다. 이 참사는 누가 책임져야 하냐"고 했다. 다만 윤 총장에 대해선 "좀 더 남아 있어줄 수 없느냐고 만류하신 총장께 미안하다. 새로운 검찰의 역할과 방향성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 달라"고 요청했다.

문 지검장은 지난 2월 대검찰청에서 열린 전국지검장회의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58·23기)의 '항명'을 공개 비판한 이유도 밝혔다.

그는 "검찰의 지휘체계가 무너져갈 것을 우려해 공개적으로 지적한 것"이라며 "국민들과 검찰 구성원 모두가 우려하는데 그래도 검사장씩이나 하고 있으면서 아무도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는다면 검찰은 이미 죽은 조직일 것"이라고 했다.

앞서 대검 기획조정부장이었던 문 지검장은 김웅 미래통합당 의원과 검경수사권 조정 업무를 함께 했던 시절을 거론하며 "힘으로 밀어 붙이던 여당이나 조국의 민정수석실을 의식하고 인사 불이익이 두려워 딴 마음을 먹었다면 굳이 소란스럽게 패스트트랙이라는 방법을 동원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또 이번 인사를 둘러싼 논란을 의식한 듯 "그 많은 인재들을 밀쳐두고 언론으로부터 '친정권 인사들'이니 '추미애의 검사들'이니 하는 편향된 평가를 받는 검사들을 노골적으로 전면에 내세우는 이런 행태에 대해 우려스럽고 부끄럽다"고 말했다.

아울러 "마음 한편으로는 이런식의 인사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마음을 정리하고 있었다"며 "사전에 물어 봤으면 알아서 사직서를 냈을텐데 굳이 이렇게까지 하는지, 이런 행태의 인사가 언제까지 반복돼야 하는지 답답하고 안타깝다"고 소회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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