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안바꾸면 '월세→내집마련' 절대 못한다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2020.08.08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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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다가온 월세 시대, 빛과 그늘(下)-③

편집자주 임대차3법이 월세시대를 앞당겼다. 월세전환을 피할 수 없다면 살고 싶은 월세, 착한 월세를 만들어야 한다. 젊은층의 월세 부담을 대폭 낮추고 싼 월세를 공급 하는 집주인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향으로 월세제도를 구조조정해야 한다. 현장은 우려가 앞선다. 월세 제도 설계가 제대로 될지, 당장 월세 전환 압박이 시작되지 않을지, 걱정과 불만이 분출한다. 다가온 월세 시대의 빛과 그늘을 2회로 나눠 진단한다.

주담대 안바꾸면 '월세→내집마련' 절대 못한다


그동안 '월세' 하면 빌라나 다세대, 원룸 등을 떠올렸지만 앞으로는 아파트도 '월세시대'가 본격 도래한다. 임대차3법 시행을 계기로 전세보증금 일부를 월세로 돌리는 집주인들이 더 늘고 있다.

전세 품귀 현상이 벌어지면서 서울 아파트값은 57주 연속 상승했다. 아파트가 월세의 주류로 전환하는 시대, 생애 첫 주택을 마련하려는 청년층, 신혼부부의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국토교통부의 2019년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41%가 '내집'이 아닌 '임차가구'였다. 임차가구는 △전세 △보증금이 있는 월세 △보증금이 없는 월세 △무상 등으로 세분화된다. 통계청이 2015년 실시한 인구주택총조사 결과가 가장 최신 자료인데 임차가구 중 전세와 월세(보증금 있는 월세 포함)의 비중은 대략 4대6 수준으로 추정된다.

전세는 그동안 무주택자들이 내집을 마련하는 사다리로서 역할을 했다. 월세로 시작해 전세대출을 받아 전세를 살고, 대출을 갚아 목돈을 마련하면 집을 구매하는 패턴이다. '월세→전세→자가' 순서다. 그동안 정부 정책은 '전세 장려, 월세 억제' 일변도였다.



하지만 '제로금리' 시대에 임대차3법까지 시행되면서 전세 감소, 월세 증가의 속도는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전망이다. 당장 전세 자체가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전세의 종말은 시간 문제라는 의미다. 한 세대 정도가 지나면 월세가 대세가 되고 거부감도 사라질 수 있다고 전망하는 주택 전문가들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 때문에 월세시대에 적합한 '주거사다리'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전세를 건너뛰고 곧바로 내집을 마련할 수 있는 다양한 통로가 있어야 한다는 제언이다.

주담대 안바꾸면 '월세→내집마련' 절대 못한다

최근 서울시가 새롭게 시도 중인 '지분적립형' 주택도 이같은 사다리로 볼 수 있다. 정부와 서울시는 지난 4일 서울 도심에 13만 가구 공급 대책을 내놓으면서 지분적립형 주택' 개념을 선보였다.

초기 목돈이 없는 청년과 신혼부부가 주택 지분의 40%만 보유하고 이후 20~30년 이상 장기 거주하면서 나머지 지분을 사들이는 방식이다. 내집 마련 진입 문턱이 높지 않은 데다 장기 실거주를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시도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해외처럼 30년 이상의 장기 모기지 상품을 활성화해 주택대출로 집을 산 뒤 장기적으로 조금씩 나눠 갚는 대출도 정착돼야 한다.

이를 위해선 LTV(주택담보인정비율) 일변도의 주택대출 제도 변화도 필요하다. 지금의 LTV 제도로는 청년의 내집 마련이 요원하다. 서울 아파트 중위값이 9억원을 넘어섰는데 LTV 40%를 적용하면 대출 한도를 꽉 채워도 3억6000만원에 불과하다. 나머지 5억4000만원은 현금으로 조달해야 하는데 다달이 월세를 내야 하는 청년들에게 여유자금 마련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LTV를 기계적으로 적용할 게 아니라 대출자의 연소득(미래 소득 추산도 필요)과 전체 금융부채 현황 등을 따져 상환능력에 따라 대출을 해 주는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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