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시대 막을 수 없다면…"돌려 받을 수 있는 월세 만들자"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2020.08.08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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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다가온 월세 시대, 빛과 그늘(下)-①

편집자주 임대차3법이 월세시대를 앞당겼다. 월세전환을 피할 수 없다면 살고 싶은 월세, 착한 월세를 만들어야 한다. 젊은층의 월세 부담을 대폭 낮추고 싼 월세를 공급 하는 집주인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향으로 월세제도를 구조조정해야 한다. 현장은 우려가 앞선다. 월세 제도 설계가 제대로 될지, 당장 월세 전환 압박이 시작되지 않을지, 걱정과 불만이 분출한다. 다가온 월세 시대의 빛과 그늘을 2회로 나눠 진단한다.

월세시대 막을 수 없다면…"돌려 받을 수 있는 월세 만들자"


임대차3법을 계기로 전세, 월세를 둘러싸고 뜨거운 논쟁이 붙었다. 금리가 낮은 현 시점에선 세입자에게 전세가 유리한 것은 사실이지만, 전세제도가 집값 거품의 요인 중 하나라는 것 또한 부인하기 어렵다. 향후 월세전환이 가속화 할 것이란 전망에는 대부분 이견이 없다. 임대차3법 시행과 저금리로 '월세시대'를 피할 수 없다면 '착한 월세'를 만들기 위한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월세 471만 가구인데 세액공제는 고작 7%..돌려받는 돈 31만원
월세가 '나쁜' 이유는 '사라지는 돈'이기 때문이다. 전세대출을 받아 전세살이를 하더라도 빚을 갚아 나가면 보증금은 언젠가 '내돈'이다. 하지만 월세는 집주인에게 주고 나면 끝이다. 소득 대비 과도한 월세를 내는 것도 부담이지만, 월세는 사라지는 돈이라는 인식 때문에 '나쁜 월세'라는 오명을 피할 길이 없다.



전문가들은 '월세시대'를 피할 수 없다면 월세가 '사라지는 돈'이 아니라 '돌려 받는 돈'이 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물론 지금도 월세를 내고 돌려 받는 방법이 있다. 대상자가 적고 돌려받는 돈도 쥐꼬리라는게 문제다.

정부는 월세전환이 가속화 한 2014년 월세 세액공제를 도입했다. 연소득 7000만원 이하(연소득 중에서 종합소득액 6000만원 이하) 무주택자가 전용 85㎡ 이하 주택에서 월세를 살 경우 10%를 돌려받는다. 공제한도는 750만. 월세 62만5000원, 연간 총 750만원의 월세를 냈다면 10%인 75만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 2018년부터는 연소득 5500만원 이하인 경우 공제율이 12%로 올랐다.



월세 세액공제를 받은 사람은 2018년 기준 총 33만9762명, 공제 금액은 1056억원이었다. 1인당 평균 31만원 가량이다. 다달이 내는 한달 월세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마저도 2014년엔 16만2484명, 414억원에 불과했다. 4년 사이 공제받은 사람이 2배 늘어난 것은 월세 전환의 가속화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우리나라 총 가구수는 2018년 기준 2050만가구로 이 중 월세(보증금 있는 월세도 포함) 가구는 23%인 471만 가구다. 같은 해 약 34만 가구가 월세 세액공제 혜택을 받았는데, 전체 월세 가구 중 고작 7%에 해당한다. 전체 월세 세입자의 93%는 세금 혜택을 받지 못했다.

지난해 기준 임차가구의 월소득 대비 월임대료 비율(RIR)은 전국 16.1%, 수도권은 20.0%에 달한다. 월급의 20%를 주거비에 쓸 정도로 주거비 부담이 크지만 이에 비해 공제혜택을 받는 비율은 미미한 셈이다.


착한 월세 만들려면, 착한 집주인에 인센티브 필요
월세시대 막을 수 없다면…"돌려 받을 수 있는 월세 만들자"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장은 "월세 세액공제 혜택이 저소득층 위주로 적용되는데 부부합산 연소득 5000만원이라면 월세 세액공제가 아니더라도 다른 공제를 받아 이미 한도가 다 찬다"고 지적했다. 저소득층만을 대상으로 하다보니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착한 월세'를 만들려면 월세 세액공제의 연소득 기준을 높여 대다수 월세 세입자가 돈을 돌려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이미 공제 한도가 다 찬 저소득층이라면 '바우처' 제도를 도입해 집주인에게 월세 대신 바우처로 정산하고 집주인은 바우처로 세제혜택을 적용받는 대안도 거론된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전월세전환률 4%를 대출금리 수준으로 낮춰, 월세 전환시 월세 부담을 낮추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전월세전환율이 2%대로 낮아지면 집주인은 월세를 많이 올려 받을 수 없게 된다.
다만 '패널티' 위주의 정책으론 '착한 월세'를 만들 수 없다.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는 "월세 임대인에게는 종합부동산세와 일부 양도세 혜택 정도는 줘야 정부도 월세시장에 개입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강제로 임대료를 낮추라 하기는 어렵고, 착한 월세가 자발적으로 만들어지지도 않는다"며 "좋은 임대인 프로그램과 연결된 임대면허제와 함께 장기 임대의 경우 재산세 면제, 주택대출이자 소득공제 등 인센티브를 주면서 낮은 임대료를 유지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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