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는 미국의 '중국IT 공격'…다음 타깃은 알리바바?

머니투데이 진경진 기자 2020.08.07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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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중국의 모바일 동영상 공유 앱 '틱톡'과 메신저 서비스 앱 '위챗'을 퇴출하기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화웨이와 틱톡에 이어 위챗까지 기습 제재를 단행하면서 중국 정보기술(IT) 기업들에 대한 무차별적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앞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중국의 신뢰할 수 없는 어플리케이션(앱)과 통신사, 클라우드서비스 등을 미국에서 퇴출시키겠다는 의사를 밝힌 만큼 중국의 인터넷 공룡 '알리바바'나 '바이두' 등에 대한 추가 제재가 나올 가능성도 점쳐진다.



틱톡 / 사진제공=로이터틱톡 / 사진제공=로이터


'틱톡'만 생각했는데… 행정명령에 '위챗'이
백악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45일 내 틱톡의 모기업 바이트댄스와의 모든 거래를 금지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고 발표했다. 여기에는 위챗의 모기업인 텐센트와의 거래를 금지하는 행정명령도 더해졌다.

이는 곧 틱톡과 위챗의 미국 사업부를 45일 내 미국 기업에 매각하라는 압박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의 국가안보를 지키기 위해 틱톡 소유주에 적극적인 조처를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들 기업이 중국 공산당의 영향권에 놓여있다는 판단에서 미국인 개인정보가 중국으로 유출될 수 있는 가능성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거래금지에 대한 구체적인 의미와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지만 애플이나 구글 앱스토어에서 틱톡과 위챗을 제외해야 한다는 의미일 수 있다고 AP통신은 설명했다.

이와 함께 이날 미국 상원도 연방정부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틱톡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위챗./AFP위챗./AFP
틱톡과 위챗, 왜 미국에 미운털이 박혔을까
틱톡은 최근 몇년 동안 10~20대 젊은층을 중심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급성장했다. 전 세계 월간 순이용자수(MAU)가 약 8억명에 달하고 미국에서만 8000만명에 이른다.

젊은층은 틱톡 앱을 이용해 립싱크나 재밌는 일상 등을 찍고 음악을 입혀 편집, 약 15초짜리 영상을 공유하며 즐긴다. 해당 앱은 사용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사용자의 개인정보나 행동 패턴, 친구·연락처 등을 활용한다. 특히 페이스북 등 다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달리 이용자의 말과 행동 등이 모두 담기는 동영상 데이터를 다룬다는 점에서 더 많은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한국의 카카오톡에 해당하는 위챗은 메신저 앱이지만 결제, 캘린더, 뉴스 수신 등 많은 기능을 제공한다. 영국 BBC는 위챗을 iOS나 안드로이드의 보조 운영 체제쯤으로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앱 사용자들은 이를 이용하기 위해 안면인식 패턴을 제공하고, 음성 등도 등록해야 한다.

미국 정부는 이렇게 모인 개인정보가 중국 공산당 선전을 위해 활용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위챗에 대해서는 중국 당국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과 관련해 사용자들이 주고받는 문서, 이미지 등을 수집하고 있다고도 했다.

호주전략정책연구소는 올해 초 개최한 세미나에서 "평소 명절 여행지나 식당을 추천하는 위챗 내 그룹(대화방)들이 민감한 이슈가 등장하면 중국 당국의 정치적 메시지를 주로 전파한다"고 밝혔다.

알리바바와 바이두알리바바와 바이두
틱톡, 위챗으로 끝나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이 화웨이에 이어 틱톡, 위챗에 칼을 뽑아들었지만 여기서 끝이 아닐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앞서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 5일 틱톡과 위챗 등 수많은 중국산 스마트폰 앱이 "중국 공산당에 정보를 직접 제공하고 있다"면서 신뢰할 수 없는 앱과 통신사, 클라우드서비스 등을 미국에서 퇴출시키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신뢰할 수 없는 기업으로는 중국 거대 기술기업인 알리바바와 바이두, 텐센트 등을 지목했다. 텐센트는 이번 위챗 제재로 현실화 된 만큼 알리바바와 바이두 등이 다음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컨트롤리스크의 파트너 컨설턴트인 벤 우트리프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이번 사태는 틱톡이나 바이트댄스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미국 시장에서 운영하는 모든 중국 기술기업들에 도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자신의 사업이 미국의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는 이유를 아주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며 "그러나 그렇게 한다 해도 미국을 설득하는 일은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알렉스 스타모스 전 페이스북 보안국장은 BBC에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예상했을때 트럼프 대통령의 반중 발언은 기술에만 국한된 것이 아닐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6월 미 오클라호마주 털사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유세 현장./사진=AFP지난 6월 미 오클라호마주 털사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유세 현장./사진=AFP
외국기업 매각 압력은 정당한가?
일각에서는 미국의 일방적인 중국 IT 기업 때리기가 정당한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틱톡 미국 사업부 매각을 압박한 것에 대해 비판적인 시선을 보였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중국 관영매체들은 틱톡 사태를 '절도'라고 표현하며 격한 반응을 보여왔는데 사실 미국의 주장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분명히 문제가 있다"며 "입증되지 않은 주장에 근거해 외국 자산을 강제로 폐쇄하거나 매각하는 것은 걱정스러운 선례를 남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런 태도가 세계 다른 곳에서 포착됐다면 그 결과는 새로운 기술 냉전이 증가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했다.

IT 매체 엔가젯을 비롯해 NBC뉴스, 마더존스 등은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앱 사용 금지 권한 등을 두고 '진짜 동기'에 의문이 든다고 했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이 지난 6월 오클라호마주 털사 유세 이후 불과 한 달여 만에 나온 것이라는데 주목했다.

당시 털사에서 열린 트럼프의 유세는 흥행 참패로 끝났는데, 온라인으로 참가하겠다고 신청한 이들이 대거 참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조직적인 '노쇼'는 틱톡에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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