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6일 현대차 주가는 14만원대로 급등하며 연고점과 52주 신고가를 동시에 경신했다. 정부의 ‘그린 뉴딜’로 현대차의 전기수소차가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주가는 7월 중순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올 여름 현대차 임원들이 신바람이 났다. 출근하면서 입가에 연신 미소를 짓고 속으론 즐거운 비명을 지를 게 틀림없다. 일부는 표정관리 하느라 애를 먹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현대차 주가가 넉 달 만에 180도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50일 이동평균선이 200일 이동평균선을 아래에서 위로 뚫고 올라가는 골든크로스(Golden cross)가 곧 만들어질 참이다. 현재의 상승 추세대로라면 빠르면 8월 둘째 주에 가능하다. 가장 최근에 골든크로스가 만들어진 때는 2019년 3월 초로 이후 현대차 주가는 약 3개월 가량 상승세를 이어나갔다.
그렇다면 현대차 주가 급반등으로 누가 가장 큰 이득을 얻었을까? 현대차 주가는 3월 중순부터 한 달가량 반등했고 다시 7월 중순부터 현재까지 2차 반등을 보이고 있는데 이득을 본 주체가 각기 다르다.
우선 3~4월 주가 반등 때는 이른바 ‘동학개미’가 이득을 봤다. 3월과 4월 개인은 7813억원과 3812억원을 순매수하며 주가를 11년 최저치 수준에서 끌어올렸다. 기관은 3월 순매도, 4월 순매수로 왔다 갔다 했고, 외국인은 시종일관 순매도를 유지했다.
7~8월 2차 반등 때는 기관이 이득을 크게 얻는 주인공이 되고 있다. 7월과 8월엔 기관은 1738억원과 840억원(7일 누적)을 순매수했다. 개인은 7~8월 연속 순매도이고 외국인은 7월 순매수에서 8월 순매도로 돌아섰다.
여기서 흥미로운 사실은 3월 초부터 자사주를 대거 매입한 현대차 임원들이 현대차 주가 급반등에서 가장 큰 이득을 얻었다는 점이다. 정의선 수석부회장 등을 비롯해 투자수익률이 100%가 넘는 임원들이 수두룩하다.
3월 초부터 총 126명의 임원들이 총 437억8000만원의 보통주와 2억500만원의 우선주를 매입했는데 7일 현재 평가수익률은 보통주 109%, 우선주 64%에 달한다.
예컨대 정 수석부회장은 3월 23일부터 5일간 총 405억7300만원을 투자해서 8월 7일 현재 448억8300만원의 투자수익을 기록하고 있다. 수익률은 111%로 투자수익이 이미 원금을 넘었다. 정 수석부회장은 현대모비스 투자에서도 약 268억원, 65%의 수익률을 얻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 다음으로 가장 많은 자사주를 매입한 임원은 서보신 사장으로 총 3억3000만원을 투자해 7일 현재 약 87%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용우 부사장은 총 5900만원을 투자해 121%의 수익률을 얻고 있고, 김언수 전무는 9700만원을 투자해 약 95%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최윤종 상무는 보통주에 6900만원을 투자하고 우선주에 8000만원을 투자해 각각 115%와 87%의 수익률을 보고 있다.
현대차 임원 가운데 최고 수익률의 주인공은 편수범 상무로 123%에 달한다.
정 수석부회장은 현대차 주가가 3월 중순 코로나19 충격으로 11년 최저치 수준까지 급락하자 개인 돈 406억원을 들여 현대차 주식을 매입했다. 현대모비스 주식도 총 411억원 어치 사들였다.
당시 전대미문의 코로나19 사태로 시장에서는 현대차 미래에 대한 극도의 불안감이 팽배했고 정 수석부회장은 자사주 매입을 통해 시장을 안심시키려 했다. 주가 방어를 위해 오너가 직접 수백억원에 달하는 개인 돈을 투자하는 책임경영의 모습은 시장에 매우 강력한 신뢰를 전달하기에 충분했다.
정 수석부회장과 함께 총 125명의 현대차 임원들도 대거 자사주 매입에 동참했다. 이들도 수백만원에서 수억원에 달하는 개인 돈을 들여서 확고한 주가 부양 의지를 보였다.
4개월 동안 주가가 나락에서 천국으로 급반등할 때 자사주를 매입한 현대차 임원들이 평균 100%가 넘는 투자수익률을 얻으며 최대 이익을 본 주인공이 된 이유는 지극히 단순하다. 하루하루 주가 변동에 따라 단기 매매를 하지 않고 4개월 이상 꾸준히 보유했기 때문이다.
3월 초 이후 자사주를 매입한 현대차 126명의 임원 가운데 아직까지 단 한 명도 주식을 처분해 차익을 실현한 임원은 없다.
만약 개미가 3월에 주가가 6~7만원대까지 떨어진 현대차 주식을 사서 여태까지 처분하지 않고 계속 보유하고 있다면 현대차 임원들처럼 100%가 넘는 투자수익률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개미가 몇 명이나 될지는 미지수다. 그 많은 동학개미들 가운데 현대차 임원들처럼 높은 수익을 거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복잡한 매매기법이나 뛰어난 분석력이 필요한 게 아니고 그저 투자한 뒤 장기간 보유하기만 하면 되는데, 상당수의 개미들은 그것을 못한다. 하루하루의 주가 변동에 신경쓰며 단기 투자성적에 매달린다. 그러면 100% 넘는 투자수익은 죽었다 깨나도 얻지 못하고 5~7% 수익률에 만족해야 한다. 심지어 2~3% 수익률만 되면 서둘러 차익실현에 나서는 개미들도 적지 않다.
현대차 임원들처럼 4개월만 참으면 100% 넘는 수익률을 거둘 수 있는데, 그걸 못 참고 2~3% 올랐을 때 처분해 버리면 안된다. 올해 증세는 오래 참는 자에게 가장 큰 이득이 돌아가는 장세가 펼쳐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