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반대하는 전국 전공의가 집단휴진에 들어간 7일 오전 대구 북구 엑스코(EXCO)에서 열리는 '2020 젊은의사 단체행동' 참석자들이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2020.8.7/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인턴과 레지던트 수련의 약 1만6000명이 속해 있는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이날 오전 7시부터 24시간 동안 집단휴진에 돌입했다.
이날 오전 7시 파업이 개시된 시각.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본관 로비에는 출근하는 직원들을 가로지르며 전공의로 보이는 젊은 의사들이 하나둘 걸어 나오고 있었다. 새하얀 얼굴에 얇은 반소매티를 입고 터벅터벅 걸어 나오는 모습에서 피곤함이 역력했다.
서울 서초구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에서는 오전 7시 집단휴진에 돌입한 전공의들이 병원 본관과 입구 앞에서 피켓(손팻말) 시위를 시작했다.
흰 가운을 입고 가슴팍에 '전공의입니다'라는 스티커를 붙인 의사들은 비가 오는 와중에도 한 손에는 우산을, 다른 한 손에는 손팻말을 들고 침묵시위를 이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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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명가량의 전공의들은 '휘청이는 공공병원 수련환경 보장하라', '무분별한 지역논리, 부실의대 재현말라' '비인기과 육성정책 강제복무 웬말이냐' 등의 손팻말을 들고 서 있었다. 따로 기자회견을 열거나 구호를 외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서 전공의들이 피켓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2020.08.07./뉴스1 © News1 김유승 기자
허리 치료를 받기 위해 제주도 서귀포에서 서울성모병원까지 왔다는 박정수씨(66)는 의사들의 피켓을 한참 살펴보다가 격앙된 목소리로 비난하기 시작했다.
박씨는 "지방 의료가 열악하니까 이렇게 서울까지 오는 거다"며 "가뜩이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터져서 의료도 시급한데 의사를 늘려서 지방으로 보내야지 않겠냐"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정부는 증원하는 의대 정원 총 4000명 중 3000명은 지방에서 의무적으로 일해야 하는 지방의사로 선발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50대 여성 A씨는 "의료정원을 제대로 늘리는 거면 괜찮은데 시골에 의대 만들어서 강제로 내려보내는 건 의사들 입장에서는 좀 아니지 않냐"며 "시민 의료질이 오히려 떨어질 거 같아서 파업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정부와의 협상이 잘 안 돼 파업이 장기화되지는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서울시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에 입원 중인 이모씨(50)는 "안 그래도 코로나19 때문에 병원이 다 비상시국인데 혹시나 파업이 장기화될까봐 걱정이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전공의 파업 사실은 몰랐다"며 "의료 공백을 거의 느끼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방안에 반대하는 전공의 집단 휴진을 하루 앞둔 6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의료진이 환자들 사이를 지나가고있다. 2020.8.6/뉴스1 © News1 이성철 기자
서울대병원의 한 직원은 "함께 일하는 인턴과 레지던트가 오늘 출근을 안했다"며 "평소의 100% 수준으로 일이 돌아가는 것은 아니지만 펠로우나 전임의 위에 분들이 나눠서 하고 있어 큰 차질은 없다"고 말했다.
세브란스병원에서 근무 중인 의사 B씨 역시 "우리 과는 전공의들 파업률이 별로 높지 않아서 평소와 상황이 크게 다르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수도권 중심으로 모든 정책이 있고, 사람이 많다 보니 서울에 의료진이 쏠릴 수밖에 없다"며 "이런 부분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의대 정원 늘려서 하겠다는 취지는 좋기 때문에 양쪽에서 협의점을 찾아가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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