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리지도 않았는데 차기 대표 내정? '이상한' KDB생명 매각

머니투데이 전혜영 기자, 김도윤 기자, 박광범 기자 2020.08.07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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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B생명 로고/제공=KDB생명KDB생명 로고/제공=KDB생명


KDB생명의 매각 작업이 심상치 않게 흘러가고 있다. 최종 계약이 체결되기도 전에 우선협상대상자 측이 내정한 새로운 경영진이 외부에 공개되는 일이 발생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최종 계약 체결에 대한 자신감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M&A(인수합병)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중하지 못한 처사라는 지적도 나온다.

7일 IB(투자은행)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KDB생명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인 PEF(사모펀드) JC파트너스는 신승현 전 데일리금융 대표를 KDB생명의 신임 각자 대표로 내정했다. KDB생명의 인수가 마무리되면 신 대표는 대외 업무를 맡고 본업인 보험업은 또 다른 각자 대표가 맡을 예정이다.



JC파트너스는 지난 6월 KDB생명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현재 기관투자자(LP)를 모집하고 있다. 우선협상대상자는 사실상 언제든 협상이 불발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최종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새 경영진으로 내정된 인사가 외부에 알려지는 경우는 드물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우선협상대상자와의 협의 과정에서 차기 대표이사 내정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은 통상적인 협의 과정을 고려할 때 앞서 나간 측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매각 과정이 끝나기 전에 새 대표이사 내정과 관련된 내용이 공개되면 KDB생명 임직원의 사기에 좋지 않은 영향이 있기 때문에 이런 경우 양측 모두 극히 조심한다"고 말했다.



이종철 JC파트너스 대표이사는 이에 대해 "LP들에게 경영계획 등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새 경영진에 대한 구상이 흘러나간 것으로 공식적으로 각자 대표 선임에 대해 발표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현재 KDB생명의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특별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산은이 매각에 급급해 인수 가격 등 모든 면에서 우선협상대상자에 대해 '저자세'를 취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산은은 2010년 금호그룹 부실로 KDB생명(옛 금호생명)을 떠안은 이후 네 번째 매각을 추진 중이다.

산은은 2014∼2016년 세 차례 매각을 추진했지만 마땅한 인수자를 찾지 못했고, 몸값도 크게 낮춘 상태다. 특히 이동걸 산은 회장이 KDB생명에 공을 들였기 때문에 임기 내 매각에 대한 의지가 큰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서는 KDB생명 인수 후 공동재보험사로 전환하겠다는 JC파트너스의 구상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나온다. 원수보험사를 공동재보험사로 전환하는 것은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 작업이라 단기간 내 체질을 개선해 엑시트(투자금회수)를 해야 하는 사모펀드의 특성상 쉽지 않은 계획이라는 것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원수보험사가 공동재보험사로 전환하려면 우선 기존에 하던 영업을 모두 접어야 하고 이에 따른 대규모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한다"며 "상당 규모의 추가자본을 확충해야 하고 재보험 인력도 다수 확보해야 하는 데 국내 보험업계 여건상 제약이 많아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기존에 JC파트너스와 업무 협력을 논의하던 미국 칼라일그룹이 코리안리와 업무 제휴를 체결한 것도 부담이 될 전망이다. JC파트너스는 그간 LP를 모집하는 과정에서 칼라일그룹과 국내 공동재보험 시장 진출을 위해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는 점을 강조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칼라일그룹은 최근 국내 유일의 재보험사인 코리안리와 공동재보험 관련 업무 제휴를 체결했다. JC파트너스와도 제휴를 체결할 수 있지만 채널이 다변화하면 경쟁력도 분산된다.

보험업계 다른 관계자는 "저금리 장기화로 역마진 우려가 커진 데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까지 앞두고 있어 전반적으로 생명보험사에 대한 인수 매력이 떨어진 상황”이라며 “공동재보험이라는 새로운 경쟁력이 떨어지면 JC파트너스가 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제약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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