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주도 펀드의 명암…"시장 왜곡될까 우려"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조준영 기자 2020.08.07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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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서울 중구 농협은행 본점에서 ‘NH-Amundi 필승코리아 펀드'에 가입하고 있다. / 사진제공=농협금융지주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서울 중구 농협은행 본점에서 ‘NH-Amundi 필승코리아 펀드'에 가입하고 있다. / 사진제공=농협금융지주


'뉴딜 펀드' 처럼 정부 주도의 펀드는 과거에도 여러차례 있었다. 증시 활성화, 핵심 산업 지원, 모험 자본 육성 등 명분은 여러가지다.

시장의 평가는 엇갈린다. 자본시장 활성화와 중소기업 지원에 도움이 상당했다는 평가가 있는 반면, 부실기업에도 투자금이 몰리는 등 자본시장을 왜곡하고 있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6일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주요 정부 주도 펀드들의 최근 3개월 수익률은 대부분 10~20%를 웃돈다. 코로나19(COVID-19)로 인한 3월 폭락장 이후 글로벌 유동성 공급과 정부 부양책 등으로 증시가 크게 반등한 영향이다.

대표적 정부 주도 펀드인 코스닥 벤처펀드는 현재 13개 펀드의 최근 3개월 수익률이 평균 29.72%에 달한다. 최근 한 달 수익률도 평균 10.61%를 기록했다.



저탄소·녹색성장 기업에 투자하는 녹생성장펀드는 3개 펀드가 최근 3개월 간 평균 23.34% 올랐다. 같은 기간 통일주펀드 6개의 평균 수익률은 16.6% 였다.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조성된 소부장 펀드 4개는 최근 3개월 간 평균 8.89% 올랐다.

이 중 가장 규모가 큰 것은 코스닥 벤처펀드다. 13개 펀드의 총 설정액은 2918억원으로 소부장 펀드(521억원) 녹색성장펀드(244억원) 통일주 펀드(231억원)를 압도한다.

코스닥 벤처펀드는 코스닥 시장 활성화를 목적으로 2018년 시작됐다. 당시 코스닥 시장은 연초부터 900선을 돌파하며 2000년대 초반 이후 최고의 호황을 누렸다.


이 같은 상승세를 이어가기 위해 코스닥 상장사의 신주와 벤처기업에 투자할 때 다양한 혜택을 주는 코스닥 벤처펀드가 추진됐다.

코스닥 벤처펀드는 전체 자산의 50% 이상을 코스닥 상장사와 벤처기업에 투자한다. 15%를 벤처기업 신주나 메자닌(주식으로 전환할 권리가 있는 채권)에, 35%를 코스닥 시장 상장 중소·중견기업의 신주와 구주에 투자한다. 투자자에게는 최대 300만원의 소득공제 혜택을 제공했다.

당시 코스닥 시장 호황 덕분에 코스닥 벤처펀드의 인기는 상당했다. 2018년4월 코스닥 벤처펀드가 출시된 지 한 달 만에 약 3조원에 달하는 자금이 몰렸다.

코스닥 시장으로 돈이 쏟아지면서 투자에 목이 마른 중소기업들은 CB(전환사채)나 BW(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으로 수월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부작용도 적잖았다. 정부 의도와 달리 펀드 자금 대부분이 사모시장에 몰리면서 다양한 투자자들이 혜택을 받지 못했다. IPO(기업공개) 시장은 되는 기업에만 돈이 몰리는 양극화가 심화했고, 과도한 메자닌 발행으로 인한 부작용도 상당했다.

대표적 문제가 부실기업에도 투자가 몰렸다는 것이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초 코스닥 벤처펀드가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기업은 엘앤케이바이오, 천보, 펄어비스 등이다.

이 중 엘앤케이바이오는 내부회계관리제도 2년 연속 비적정으로 지난해 4월11일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되면서 거래가 정지됐다. 지난 5월 거래가 풀리기까지 1년 넘게 주식을 거래할 수 없었다.

기대 이하의 수익률로 투자자들의 실망감도 컸다. 당초 의도는 코스닥 시장 활성화였으나 실제 효과는 미미했다. 900선을 넘던 코스닥 지수는 오히려 코스닥 벤처펀드 출범 이후 하락세로 전환했다. 지난 3월 폭락장에서는 400선까지 떨어졌다.

최근 증시 반등으로 코스닥 벤처펀드의 출범 이후 누적수익률은 플러스로 전환했지만 수익률에 실망한 투자자들은 대거 펀드에서 이탈했다. 초반 3조원에 달했던 설정액은 현재 10분의1 수준인 3000억원 미만으로 쪼그라들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정부 주도의 펀드들을 보면 긍정적 효과도 있지만 대개는 시장을 왜곡하는 부작용도 상당했다"며 "자본시장에 대한 세심한 고려가 다소 부족한 게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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