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시장의 변화…ESG 불성실 회사, 상장 어렵다

머니투데이 윤덕찬 지속가능발전소 대표 2020.08.07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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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찬 지속가능발전소 대표/사진제공=지속가능발전소윤덕찬 지속가능발전소 대표/사진제공=지속가능발전소


팬데믹이 무색할 만큼 공모시장이 뜨겁다. '공모주 로또'라는 표현까지 등장할 만큼, 공모시장에 대한 투자자의 기대감은 매우 높다. 이와 함께 유가증권시장에서는 ESG 투자가 큰 관심을 받고 있다. ESG는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를 뜻하며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보는 지표이자, 비재무(non-financial) 리스크를 판단하는 도구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기관투자사들조차 “ESG가 뭐냐?”고 물을 만큼 전문용어 취급을 받았지만, 이제 ESG를 모르면 투자자로서 자격 미달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런 흐름에 따라 연기금을 중심으로 재무적 요소뿐 아니라 비재무적 요소까지 고려해 투자하는 ESG 투자 또는 책임투자(responsible investment)가 확산되고 있다.



ESG가 좋지 않으면 재무성과가 좋아도 투자하지 않거나 투자금을 회수하기도 한다. 해외에서는 폭스바겐의 디젤게이트가 대표적인 ESG 사건이고, 국내에서는 남양유업의 대리점 밀어내기, 대한항공의 땅콩회항 사건 등이 있다. 언급된 기업들은 평판과 브랜드 가치가 무너지고 끔찍한 주가와 매출 하락을 겪으며 기업 존립 자체까지 위협받았다.

기관투자자는 투자한 기업에서 심각한 ESG 문제가 발생하면, ‘주주관여(engagement)’라는 절차를 통해 개선을 요구하거나 주주총회를 통해 직접 의견을 관철해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고자 한다. 그런데도 개선되지 않으면 결국 주식을 내다 판다. 많은 해외 증권거래소는 상장사에게 ESG를 공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고, 아예 ESG를 상장의 요건으로 삼는 거래소도 생기고 있다.



그 결과 기업 공개(IPO) 과정에서 ESG 때문에 상장을 포기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의 위워크(WEWORK), 국내의 교촌에프앤비와 바디프랜드다.

사무실 공유 스타트업 위워크는 2019년 8월 IPO를 신청했지만, 수익성 문제에 창업자의 도덕적 해이가 겹쳐 결국 IPO를 포기했다. 현재 기업 가치는 29억 달러로 신청 당시의 1/16로 쪼그라들었다.

지난 4월 상장계획을 발표한 교촌에프앤비는 국내 프랜차이즈 1호 상장이라는 영예를 노리지만, 가맹점주와의 갈등이 발목을 잡고 있다. 이 회사는 2018년에도 오너 가족인 본부장이 직원을 폭행해 IPO가 무산된 바 있다. 지난 7월 상장을 신청한 바디프랜드 역시 지금까지 세 차례 상장 시도가 무산되었는데, 이 중 두 번이 오너 갑질, 임직원 인권침해, 부당 광고 등 ESG 문제 때문이었다.


사실 중소기업이 모든 ESG 이슈를 관리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상장을 준비하는 중소기업은 온 힘을 다해 신경을 써야 한다. 기업을 공개한다는 것은 대규모 자금 조달이 가능해져 사업을 확장할 기회를 얻는 중요한 사건이며, 창업자에게는 성공한 CEO 반열에 오르는 표상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상장에 성공하고 지속 성장하는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상장 전부터 자사의 ESG를 관리해야 한다.

이제 비즈니스를 잘하고 수익만 높다고 상장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2018년 미스터피자로 유명한 MP그룹 사례처럼, 기존 상장사도 ESG 이슈로 상장이 폐지되는 시대다. 기업의 어두운 부분을 숨기고 상장을 하더라도 그 기업은 안심할 수 없다. ESG는 이제 기업 공개와 상장을 위해서도 필수 요소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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