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목돈 없는 젊은 세대 위한 ‘지분적립형 분양주택’

머니투데이 천현숙 SH도시연구원 원장 2020.08.11 05:10
글자크기
나이든 사람들에게는 재형저축의 기억이 있다. 근로소득자를 위해 유리한 조건으로 장기간 저축을 통해 목돈을 마련하는데 도움이 됐던 제도다.

이러한 재형저축처럼 주택마련도 일시에 구입자금을 내지 않고 장기에 걸쳐 나눠서 내면서 내집을 마련할 수는 없을까. 이런 문제 의식에 대한 답이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이다.



이번 8.4 대책으로 발표된 지분적립형 주택은 자산이 충분하지 않은 3040세대가 주 대상이다. 분양가의 20~40%만 내면, 일단 내집이 되고, 나머지는 20~30년간 분할납부해 저축하듯이 소유권을 취득해나가는 개념이다.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한 공공지분만큼은 행복주택 수준의 임대료를 납부하면 된다. 전매 제한 기간이 지나면 주택을 매각할 수 있는데 주택 전체를 시세로 매각하되, 처분 시점의 지분 비율에 따라 공공과 나눠 갖는다.



정부가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모든 노력을 강구한 결과 우리나라 공공임대주택은 160만호로 총주택 재고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6%(2019년 기준)에 달한다. 2025년에는 240만호(10%)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8%)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공임대주택은 저소득층의 주거 안정과 주거비 부담 완화 외에도 임대차 시장 안정을 도모하는 순기능이 있다.

이러한 공공임대주택 확충에도 현재 주택시장은 여전히 불안하고 젊은 세대의 박탈감은 날로 커지고 있다. 이는 주거에 대한 국민들의 눈높이가 점점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주택을 통한 개발이익의 사유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소득 증가를 훨씬 뛰어넘는 주택 가격 상승은 젊은 세대의 불안감을 자극해 주택을 구매하려는 패닉바잉을 늘리며, 이는 또 다시 주택 가격을 끌어올리는 악순환으로 작용하고 있다.

주택은 자산 기반의 복지 시스템 역할을 해오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공공임대수요 외에도 내집 마련 수요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하면서 주택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되도록 해야 한다. 소득대비 적정한 비율의 주택을 구입할 수 있어야 하고, 내집 마련 계획이 예측 가능해야 하며, 다주택 보유의 실익이 없어지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런 문제점을 보완한 정책이 바로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이다. 지분적립형 주택은 청약당첨 가능성은 낮고, 자산은 부족한 신혼부부와 3040대 무주택 실수요자를 대상으로 대출이나 사적이전소득에 의존하지 않고도 안정적인 내집 마련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소득이 낮은 신혼부부들이나 생애최초 주택구입자 등 젊은 세대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열어주도록 설계했다.

지분적립형주택은 시간이 지날수록 수분양자의 지분비중이 높아지도록 설계해 단기 투기의 실익을 근절하고, 자연스럽게 장기 보유를 유도한다. 특히 분양계약 시점에 추가 지분 취득 가격을 미리 정해 분양 전환 공공임대주택이 분양 전환 시점에 갈등을 겪었던 분양 가격 갈등 문제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

지분적립형은 젊은 세대에 부담가능한 분양주택을 제공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100% 지분을 취득하기까지 장기 보유를 유도해 주택시장 안정에 기여한다는 장점이 있다.

서울시는 임대주택 복합화사업단지, 유휴부지 및 공공시설 복합화사업지구 등 신규사업대상지에 지분적립형 주택을 공급해 2028년까지 1만7000호를 공급할 계획이다. 지분적립형 주택이 젊은 세대에게 주택 마련의 희망을 주고 개발 이익을 사유화하는 문제점을 해소해 주택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정립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SH도시연구원장 천현숙SH도시연구원장 천현숙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