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2위였던 신라젠은 왜 퇴출 위기에 놓였나

머니투데이 구유나 기자 2020.08.06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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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최헌정 디자인기자/사진=최헌정 디자인기자


6일 오후 한국거래소 앞에는 '신라젠' 팻말을 든 주주들이 모였다. 이날 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이하 기심위)의 신라젠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최종 결과가 발표되기 때문이다.

신라젠 주식을 보유한 소액주주들은 총 16만8778명. 신라젠의 화려했던 위상을 보여주는 숫자다. 지금의 바이오 열풍 주역이었던 신라젠은 왜 주주들의 악몽이 된 걸까.



'꿈의 신약'의 배신
2006년 신라젠은 부산대 산학협력 바이오벤처로 설립됐다. 2013년 문은상 전 신라젠 대표가 경영권을 넘겨받으며 항암 바이러스 간암 치료제 '펙사벡'(Pexa-Vec) 개발이 본격화했다. 펙사벡은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파괴하는 '꿈의 신약'으로 기대를 모았다.

신라젠은 임상 비용 등을 마련하기 위해 2016년 12월 기술특례 상장으로 코스닥시장에 입성했다. 당시 문 대표는 "펙사벡을 2020년까지 상용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시장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건 2017년 하반기부터다. 펙사벡이 신약 출시 전 마지막 관문인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한다는 소식에 주가는 15만2300원 최고가까지 급등했다. 당시 신라젠 시가총액은 10조원으로 코스닥시장 시총 2위였다.

하지만 지난해 8월 미국에서 임상 중단을 권고받으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나흘 만에 주가는 4만4550원에서 1만5300원으로 반토막났다. 신라젠의 파이프라인은 펙사벡이 유일했기 때문에 파장이 더 컸다.

미리 지분 팔아치운 경영진
그런데 앞서 신라젠 임직원들이 지분을 대량매도 한 사실이 문제가 됐다. 이들이 2017년부터 2018년 8월 사이 대량의 주식을 처분해 시세 차익을 챙겼기 때문이다.


2018년 1월 공시된 내용에 따르면 문 대표와 특별관계자 4인은 보유주식 275만4497주를 장내 매도해 약 2700억원을 챙겼다.

검찰은 지난 5월4일 문 대표를 비롯한 신라젠 임직원들이 임상 실패 사실을 사전에 알고 주식을 매도해 손실을 회피했다는 혐의로 조사에 나섰다. 주식거래도 정지됐다.

문 대표 등은 2014년 3월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1918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도 받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6월19일 신라젠을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결정하고 회사의 상장 유지 여부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법원 판결이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펙사벡의 미래 가치가 거래재개 여부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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