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는 바닥인데…주식 더 사라고 하는 이유는?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김영상 기자 2020.08.06 16:43
글자크기

2분기 GDP성장률 -3.3% 기록했지만 상장사 이익은 양호. 경기회복 내년에도 이어진다

경기는 바닥인데…주식 더 사라고 하는 이유는?


코스피지수가 2300선을 훌쩍 넘기며 증시 고점, 추가 상승 여력 등을 두고 말이 많다.

코로나19(COVID-19) 여파로 실물경제가 꺾인 상황에서 주가가 부담스러운 수준까지 올랐다는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매크로 경제에 비해 상장기업 이익훼손이 상대적으로 작았고 실적 회복이 빠르게 이어지고 있다는 데 주목한다. 증권가에선 랠리가 이어질 수 있는 기초체력이 마련됐다며 추가상승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코스피 2300·코스닥 850’ 흐름이 되자 적정 주가를 넘어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경제상황이 나쁘지 않았던 지난해보다 주가가 더 올랐기 때문이다.



지난해 코스피 고점은 4월 기록한 2248.63(종가기준)으로 현재 코스피는 이보다 4% 남짓 웃돈다. 치솟은 주가와 비교하면 실물경기 성적표는 초라하다.

올해 2분기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코로나19 여파로 마이너스(-) 3.3%까지 추락,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후 22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달 말 증권업계가 분석한 코스피 상장사들의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평균 전망치)는 25조9000억원으로 최근 10년 평균보다 31.4% 줄어든 수치다.


저금리에 정책지원까지 더해지며 풍부해진 시중 유동성이 일시에 증시로 몰려 주가가 올랐을 뿐 펀더멘탈 측면에서 코스피 2300선을 지지할 만한 기초체력은 부족해 보인다는 것이 신중론자들의 시각이다. 얼마 전까지 코스피지수 2100~220선이 강력한 저항대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 배경이기도 하다.

그러나 긍정론자들의 시각은 다르다. 매크로 측면에선 상황이 좋지 못한 것이 사실이지만 상장기업들의 상황을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GDP 성장률은 크게 둔화된 것이 맞지만, 상장기업들의 실적은 예상보다 타격이 적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인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경제구조 변화가 증시 펀더멘탈에 미치는 영향을 주목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경제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경제 성장률 자체는 낮아져도 대기업의 수익성은 오히려 개선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이는 한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이 동일한데 명목GDP 대비 상장사들의 영업이익 비중은 꾸준히 올라가는 추세”라고 말했다.

코스피지수는 상장사 영업이익 비중과 유사하게 움직이는 경향이 큰데 이 수치는 지난해 7% 초반에서 올해 6% 후반으로 다소 떨어졌다. 그러나 경기회복이 이뤄지는 내년에는 8% 후반까지 다시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내년에는 코로나19로 인한 침체에서 벗어나 가파른 경기회복 국면이 전개될 것이란 전망도 확산되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에 LG화학 등 2차전지 기업들의 흑자전환이 이어지는 등 상황이 나쁘지 않다.

올해 가장 큰 상승률을 보인 네이버와 카카오, LG화학 역시 매 분기 사상 최고 실적을 경신했다. 결국 세계에서 가장 빠른 주가 회복을 이뤄낸 국내 증시가 단순히 기대감이 아닌 구체적인 실적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얘기다.

최근 주가상승은 이를 선반영한 정도인데, 실적개선 속도에 따라 연내 코스피지수 2500 돌파도 어렵지 않다는 낙관론도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내년까지 경기와 기업이익 모멘텀이 가장 강한 지역은 한국이 될 것”이라며 “IT와 제약, 바이오 업종이 주도하는 상승장이 진행되면 내년에 코스피 역사적 고점이 경신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도 “MSCI코리아 지수의 이익수정비율은 4월(-28.0%) 바닥을 통과한 후 7월말 -0.9% 수준까지 회복됐다”며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과거 평균보다 1.9% 높은 38조1000억원이고, 4분기는 30.4% 늘어난 35조1000억원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기업들의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큰 원자재나 국제유가, 환율도 우호적이라는 설명이다. 일례로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LNG(액화천연가스) 가격도 무연탄 연료비를 하회 할 정도로 낮아진 상태다.

제약, 바이오 업체들이 주도하는 코스닥 시장전망도 나쁘지 않다. 코스닥 헬스케어 업종의 2015년 상반기, 2017년 하반기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은 40~60배에 달했다. 하지만 올해는 앞선 두 차례의 버블이 시작하기 전과 비슷한 30배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설명이다.

‘FAANG’, ‘MAGA’ 등으로 불리는 기술주들이 미국증시의 선두에 서 있는 상황이 한국에서도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산업구조가 변하는 상황에서 걱정이 많이 나왔지만 오히려 코로나19 사태 이후 배터리, IT 등 분야의 국내 기업이 글로벌 가치사슬(밸류체인)에서 가지는 경쟁력을 입증하는 계기가 됐다”며 “카카오, 네이버 역시 언택트(비대면) 국면에서 가치를 증명하면서 재조명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