엿새째 철원지역에 최대 700㎜ 넘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6일 오전 철원군 동송읍 이길리 한 주민이 한탄천 범람으로 피해가 난 자신의 집을 바라보고 망연자실하고 있다. 한탄천 범람은 1999년 이후 처음으로 인근 마을들이 물에 잠기며 주민 780명이 긴급 대피한 상황이다.2020.8.6/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6일 오전 강원 철원군 동송읍 오덕리 오덕초등학교 대피소에서 만난 박영치씨(81)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평생 철원 일원에서 산 그는 이번 비처럼 순식간에 물이 덮친 게 처음이라고 말했다.
지난 1일부터의 철원 지역 강수량은 이들이 대피하기 전후인 5일 오후 1시까지 605.5㎜(철원 동송읍 장흥리)를 넘었고, 5일 오후 1시10분 기상청 '제08-100호 기상속보'에 따르면 1시간 강수량은 33.5㎜(철원읍 외촌리)에 달했다. 박씨는 "비 때문에 우산이 휘청이는데 살기 위해 뛰쳐나온 셈"이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독거 중인 정씨는 "집에 가봐야 하는데, 가기가 무서운 상황"이라며 "치울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도 걱정을 나타냈다.
구순을 바라보는 박범순씨(89)는 침수사태로 휴대전화가 고장나 아들과 연락이 닿지 않아 걱정이다. 박씨는 "전화번호를 외우지 못해서 숫자 1번을 누르면 큰 아들, 2번 누르면 작은아들, 3번은 며느리인데 통화를 못하니…"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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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양쪽 무릎 연골수술을 해서 침대에만 내내 지내다가 급히 대피했다. 밤새 빗줄기가 굵어지는 소리만 들으면 긴장됐다. "당뇨 때문에 배 고프면 금방 쓰러져서 약만 이틀치 들고 나왔는데, 여기 신세지기도 싫은데 지금은 있는 수 밖에 없으니 여기(재난구호쉘터) 있다"면서 어두운 표정을 내비쳤다.
철원군 곳곳을 휘감아 흐르는 한탄강 수위는 도로나 인도까지 높이가 1m 안팎만 남겨둔 상태다. 보호쉘터에 임시 거처를 둔 주민들은 추가적인 호우나 토실 유사 등으로 상황이 악화하지 않을지 계속 걱정하고 있다.
곳곳에서 주민들은 벌써 복구작업에 나섰다. 김화읍 생창리 일대 주민들은 흙탕물을 걷어내고 부서진 집기 등을 치우기 시작했다. 이날 오전 9시50분께 현장을 찾은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인력을 잘 지원하고, 최대한 돕겠다"면서 주민들을 안심시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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