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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나 월세나 주거비용 똑같다고? "월세 살아보셨습니까"

머니투데이 이강준 기자, 정경훈 기자, 김남이 기자 2020.08.06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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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다가온 월세 시대, 빛과 그늘(상)-①

편집자주 임대차3법이 월세시대를 앞당겼다. 월세전환을 피할 수 없다면 살고 싶은 월세, 착한 월세를 만들어야 한다. 젊은층의 월세 부담을 대폭 낮추고 싼 월세를 공급 하는 집주인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향으로 월세제도를 구조조정해야 한다. 현장은 우려가 앞선다. 월세 제도 설계가 제대로 될지, 당장 월세 전환 압박이 시작되지 않을지, 걱정과 불만이 분출한다. 다가온 월세 시대의 빛과 그늘을 2회로 나눠 진단한다.


‘전세 소멸’이 앞당겨지고 있다. 수도권 부동산 시장에서는 벌써 전세 매물이 크게 줄었다. '임대차3법' 통과의 영향이다. 전세로 나와야 할 매물의 임대기간이 2년 연장되거나, 임대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바꾸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임대차3법이 전세난을 불러왔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여당에서는 "왜 전세로 서민이 고통받아야 하나"(소병훈 의원), "월세를 내 거나 은행에 이자 내 거나 결국 월 주거비용 나가는 것은 마찬가지"(윤준병 의원)라는 ‘월세 정상론’이 나왔다.

전세는 한국에만 있는 특수한 임대 형식이고 월세가 정상적이라는 해석이다. 하지만 현장에선 "세상 물정 모르는 이야기", "월세 살아봤냐"라는 비판이 쏟아진다. 현재의 저금리 기조라면 세입자 입장에선 전세가 유리할 수 밖에 없어서다.



세입자에게 유리한 전세...정부 정책대로 해도 월세가 돈 더 들어
전세나 월세나 주거비용 똑같다고? "월세 살아보셨습니까"


전세는 내 집 마련의 지렛대 역할을 했다. 월세에서 시작한 사회 초년생이 비교적 이자가 저렴한 전세자금 대출을 받아 목돈을 마련해 전세로 옮기고, 그 동안 월 지출을 아껴 '자가 마련의 꿈'을 이뤘다.

한때 대세를 이뤘던 전세는 월세로 바뀌고 있다. 국토교통부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2006년 전세 22.4%, 월세 19%(보증금 없는 월세 포함)였던 주거형태 비중은 2012년 전세 21.5%, 월세 21.9%로 역전됐다. 2016년에는 전세 15.5%, 월세 23.7%로 월세가 크게 앞섰다.

저금리 시대에 들어서면서 전세보증금을 통한 이자 수익확보가 어려워져서다. 또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로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선호하는 임대인이 늘면서 전세가 월세로 전환되고 있다.

임대인 입장에서는 전세보다 월세가 더 돈이 된다는 의미다. 반대로 보면 세입자에게는 전세가 더 유리하다.

정부가 발표한 전월세상한제(5%)와 기존의 전월세 전환율을 적용해도 월세 전환이 세입자에게 더 불리하다. 집주인이 1억원의 전세를 5% 올리고, 현재 법적 전월세전환율 4%를 적용해 월세로 바꾸면 세입자는 월 35만원을 월세로 내야 한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전세보증금 1억500만원을 모두 은행에서 빌렸을 때(22만원, 연금리 2.5% 기준)보다 월 주거비용을 13만원 더 내야 한다. 다만 현재 사는 집을 전세에서 월세로 바꾸려면 세입자의 동의가 필요하다.

신규 계약엔 전세전환율 무용지물...강남에선 월 비용 2배 차이 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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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시중금리와 전월세전환율의 차이에서 나오는 세입자의 불리함을 없애기 위해 전월세전환율을 시중금리 수준인 2%대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문제는 신규계약에는 전월세전환율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2+2 계약이 끝난 집주인이 월세를 100만원 올려도 규제할 방법이 없다. 시장에서 전월세 전환 충격을 2년 뒤로 미루는 것 뿐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도 세입자가 전세와 월세 신규계약에서 느끼는 차이가 매우 크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A아파트(102㎡)의 전세 시세는 6억8000만원, 월세 시세는 보증금 2억원에 월세 200만원이다.

2억원을 보유한 세입자가 전세를 얻으면 대출금액(4억8000만원)에 대한 월 이자 100만원(이하 연금리 2.5% 기준)만 내면 되지만, 월세를 선택하면 월 200만원을 지불해야 한다. 임대에 들어가는 월 비용이 2배나 차이 나는 셈이다.

서울 내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다. 같은 조건으로 마포구에 각각 전세 6억원, 7억원의 아파트를 보증 2억원의 월세로 얻을 경우 월 추가 비용은 각각 52만원, 16만원이 더 들었다. 금리가 낮은 전세대출을 구하면 월 추가 비용은 더 늘어난다.

2+2년 계약 뒤에는 더 가파른 월세 상승을 예상할 수 있다. 4년간 계약이 묶인다는 점에서 집주인은 부담을 갖게되고 이것이 집값에 반영될 수 있어서다.

지난해 법무부 용역연구 결과 보고서에는 "계약갱신청구권 제도 시행으로 임대인이 자유로운 재산권행사에 제약이 생긴다고 볼 경우 그 ‘위험 프리미엄’이 임대료 변동에 가장 큰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월세 충격' 2년 미루는 효과...전세 수요↑·공급↓ 가격 인상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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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는 벌써 전세가 사라지고 있다. 단기적으로 임대 계약이 추가 갱신되면서 공급량이 크게 줄었다. 당장 전세 이사를 계획한 사람들이 집을 구할 수 없다.

서울 광진구의 한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10년간 부동산을 했지만 지금처럼 전세 매물이 없었던 적은 처음"이라며 "임대차 3법과 다주택자 정부 규제로 매물이 쏙 들어갔다"고 전했다. 심지어 기자가 포털로 확인해 이곳에 문의한 전세 매물은 불과 방문 두 시간 전에 팔렸다.


갑작스러운 전세 매물 실종은 주택시장에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저금리로 전세 수요는 늘고 있는데, 임대차3법으로 전세 공급이 급격히 줄면서 전세가 인상에 부채질하는 모습이다. 2년 전과 비교해 상반기 서울의 아파트평균 전세가격은 3000만~4000만원이 올랐는데, 하반기는 인상률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세를 월세나 반전세로 돌리는 움직임이 확산하면서 전세 물건 공급이 줄어든다"며 "(임대차 3법이) 장기적으로는 전세의 월세화를 가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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