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는 한국에만 있는 특수한 임대 형식이고 월세가 정상적이라는 해석이다. 하지만 현장에선 "세상 물정 모르는 이야기", "월세 살아봤냐"라는 비판이 쏟아진다. 현재의 저금리 기조라면 세입자 입장에선 전세가 유리할 수 밖에 없어서다.
한때 대세를 이뤘던 전세는 월세로 바뀌고 있다. 국토교통부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2006년 전세 22.4%, 월세 19%(보증금 없는 월세 포함)였던 주거형태 비중은 2012년 전세 21.5%, 월세 21.9%로 역전됐다. 2016년에는 전세 15.5%, 월세 23.7%로 월세가 크게 앞섰다.
저금리 시대에 들어서면서 전세보증금을 통한 이자 수익확보가 어려워져서다. 또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로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선호하는 임대인이 늘면서 전세가 월세로 전환되고 있다.
임대인 입장에서는 전세보다 월세가 더 돈이 된다는 의미다. 반대로 보면 세입자에게는 전세가 더 유리하다.
정부가 발표한 전월세상한제(5%)와 기존의 전월세 전환율을 적용해도 월세 전환이 세입자에게 더 불리하다. 집주인이 1억원의 전세를 5% 올리고, 현재 법적 전월세전환율 4%를 적용해 월세로 바꾸면 세입자는 월 35만원을 월세로 내야 한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전세보증금 1억500만원을 모두 은행에서 빌렸을 때(22만원, 연금리 2.5% 기준)보다 월 주거비용을 13만원 더 내야 한다. 다만 현재 사는 집을 전세에서 월세로 바꾸려면 세입자의 동의가 필요하다.
신규 계약엔 전세전환율 무용지물...강남에선 월 비용 2배 차이 나기도
문제는 신규계약에는 전월세전환율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2+2 계약이 끝난 집주인이 월세를 100만원 올려도 규제할 방법이 없다. 시장에서 전월세 전환 충격을 2년 뒤로 미루는 것 뿐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도 세입자가 전세와 월세 신규계약에서 느끼는 차이가 매우 크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A아파트(102㎡)의 전세 시세는 6억8000만원, 월세 시세는 보증금 2억원에 월세 200만원이다.
2억원을 보유한 세입자가 전세를 얻으면 대출금액(4억8000만원)에 대한 월 이자 100만원(이하 연금리 2.5% 기준)만 내면 되지만, 월세를 선택하면 월 200만원을 지불해야 한다. 임대에 들어가는 월 비용이 2배나 차이 나는 셈이다.
서울 내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다. 같은 조건으로 마포구에 각각 전세 6억원, 7억원의 아파트를 보증 2억원의 월세로 얻을 경우 월 추가 비용은 각각 52만원, 16만원이 더 들었다. 금리가 낮은 전세대출을 구하면 월 추가 비용은 더 늘어난다.
2+2년 계약 뒤에는 더 가파른 월세 상승을 예상할 수 있다. 4년간 계약이 묶인다는 점에서 집주인은 부담을 갖게되고 이것이 집값에 반영될 수 있어서다.
지난해 법무부 용역연구 결과 보고서에는 "계약갱신청구권 제도 시행으로 임대인이 자유로운 재산권행사에 제약이 생긴다고 볼 경우 그 ‘위험 프리미엄’이 임대료 변동에 가장 큰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월세 충격' 2년 미루는 효과...전세 수요↑·공급↓ 가격 인상 불가피
서울 광진구의 한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10년간 부동산을 했지만 지금처럼 전세 매물이 없었던 적은 처음"이라며 "임대차 3법과 다주택자 정부 규제로 매물이 쏙 들어갔다"고 전했다. 심지어 기자가 포털로 확인해 이곳에 문의한 전세 매물은 불과 방문 두 시간 전에 팔렸다.
갑작스러운 전세 매물 실종은 주택시장에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저금리로 전세 수요는 늘고 있는데, 임대차3법으로 전세 공급이 급격히 줄면서 전세가 인상에 부채질하는 모습이다. 2년 전과 비교해 상반기 서울의 아파트평균 전세가격은 3000만~4000만원이 올랐는데, 하반기는 인상률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세를 월세나 반전세로 돌리는 움직임이 확산하면서 전세 물건 공급이 줄어든다"며 "(임대차 3법이) 장기적으로는 전세의 월세화를 가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