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복지’ 상징 서부산권 반려동물복지센터, 시작 전부터 ‘가시밭길’

뉴스1 제공 2020.08.06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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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주민 반대·구청 홍보 부족 등 소통부재 ‘지적’
사업부지 확보 못해…최악 경우 국비 반납 가능성도

부산 북구 구포시장 내 가축시장에서 동물을 가두는 용도로 사용했던 철제 우리가 철거되고 있다. 이날부터 구포 가축시장은 개 도축 및 전시를 금지해 사실상 폐업을 했다. 2019.7.1/뉴스1 © News1 여주연 기자부산 북구 구포시장 내 가축시장에서 동물을 가두는 용도로 사용했던 철제 우리가 철거되고 있다. 이날부터 구포 가축시장은 개 도축 및 전시를 금지해 사실상 폐업을 했다. 2019.7.1/뉴스1 © News1 여주연 기자


(부산=뉴스1) 박기범 기자,노경민 기자 = ‘동물학대 온상지’라는 꼬리표가 달렸던 구포개시장이 지난해 폐쇄됨에 따라 이곳 부지에 국내 첫 고양이 복지센터 ‘서부산권 동물복지센터’가 들어설 예정이었지만 시작 전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부산 북구청은 개시장 폐업과 함께 센터 건립 계획을 세우고 국비까지 확보했지만, 주민들의 반대와 구의 미온적인 준비 등으로 인해 사업이 지체되면서 국비 반납 가능성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6일 부산시와 북구청 등에 따르면 예산 20억(국비 6억·시비 14억)을 들여 구포1동에 고양이 관리를 전담하는 서부산권 동물복지센터 조성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센터는 고양이 입양카페, 전문병원, 보호·입양센터, 교육센터 등 4층으로 구성된다.



센터가 들어서는 곳은 과거 ‘구포개시장’이 자리한 곳으로, 동물들을 철장 속에서 사육하는 등 열악한 환경에 방치해 ‘동물학대’ 온상이란 지적을 받아왔다.

이러한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지난해 7월 민선 7기의 주도로 구청과 상인 간의 협약을 끌어내 구포가축시장을 전면 폐쇄했다. ‘동물학대 중심지’에서 사람과 반려동물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동물친화 동네’로 탈바꿈하는 구의 궁극적인 목표에 따른 조치였다.

이 때문에 센터는 부산지역 동물복지를 상징하는 역할로 기대 받았지만, 현재 사업은 ‘위기’ 상태다.


우선 확보한 국비 반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시는 지난해 12월25일 농업특별회계로 6억원의 국비를 확보했다. 만약 올해 사업이 추진되지 못하면 국비를 반납해야 한다.

센터는 공공시설인 만큼 ‘공유재산심의위원회’를 통과해야 하는데, 현재 부산시는 8월말과 9월초 심의위원회를 계획하고 있다. 만약 이번에 심의를 받지 못하면 사업 자체가 불투명해지고 이럴 경우 국비를 반납해야 한다.

다행히 6억원은 최근 균형발전특별회계로 전환된 상태다. 이에 따라 사업이 추진되지 못할 경우 이 예산을 부산시 예산으로 편입시키고, 내년도에 시 예산으로 편성할 수 있지만, 당장 확보한 국비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건립 입지의 토지 소유자가 구청이 아닌 개인이라는 점도 어려움을 더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땅을 전부 확보하지 못하면 사업 추진 과정 중 필수인 '공유재산 심의위원회' 조차 열지 못해 시작 문턱마저도 넘을 수 없다.

서부산권 동물복지센터 예상 조감도.(부산 북구청 제공)© 뉴스1서부산권 동물복지센터 예상 조감도.(부산 북구청 제공)© 뉴스1
사업 추진에 속력을 내지 못한 결정적인 이유로는 일부 주민들의 반발이 자리 잡고 있다. 동물학대 온상이었던 구포에 동물복지 시설이 들어서는데 찬성여론이 높지만 일부에서는 동물복지보다 사람 복지가 우선이라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강채연 구포1동 복지통장협의회장은 “키즈카페나 놀이터 등이 부족한 북구에서는 반려동물보다는 인간 복지를 먼저 생각하는 시설이 우선 들어서야 한다”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동물복지 차원에서 사업이 추진된 상황에서 동물이 아닌 사람 중심의 복지센터 건립이라는 이유로 사업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다소 무리라는 지적이 많다.

주민 복지 시설 확충을 위해선 기존 사업을 무산시키는 방법보다는 별도의 예산을 확보하는 구 자체의 노력과 동물복지와 별개의 사업으로 접근하는 자세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심인섭 동물보호단체 라이프 대표는 "사업 추진이 한창인 상황에서 주민복지센터를 만들라는 주장은 다소 이기적인 발상"이라며 "주민들을 위한 쉼터는 기존 사업을 흔드는 것이 아닌 구 자체의 노력이 별도로 필요한 부분"이라고 비판했다.

구청의 홍보 부족도 사업이 원활하지 못한 이유로 지적된다. 김태식 북구의원은 "구청에서 각 주민들과 직접 만나서 소통해야 하는데 조금 그러지 않은 것 같아 답답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일부 북구의원들은 센터건립과 관련해 자세한 내용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북구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신경을 쓰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며 "8월 중에 주민 토론회를 열고, 반응이 괜찮으면 9월 회기가 시작될 때 의회 동의안을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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