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마을 침수 막으려 앞장서다…"아산 실종자들 안타까운 사고"

뉴스1 제공 2020.08.05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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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에도 걱정돼 나선 50대 결국 숨진 채 발견
실종 노인 2명, 배수로 살피다 휩쓸려…수색 중

지난 3일 충남 아산에서 폭우로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된 50대 남성 A씨가 실종 당시 휩쓸렸던 배수관. A씨는 휴일이었음에도 비 피해를 막아보고자 나섰다가 참변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 뉴스1지난 3일 충남 아산에서 폭우로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된 50대 남성 A씨가 실종 당시 휩쓸렸던 배수관. A씨는 휴일이었음에도 비 피해를 막아보고자 나섰다가 참변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 뉴스1


(대전=뉴스1) 김종서 기자 = 지난 3일 최대 250㎜의 폭우가 쏟아진 아산에서 실종된 3명이 모두 폭우 피해를 막으려고 나섰다가 참변을 당한 것으로 전해져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실종 다음날인 4일 오전 7시께 하천변에서 숨진 채 발견된 A씨는 탕정면의 한 어린이집과 인근 승마장의 시설 관리자였다.

많은 비가 내렸던 3일 A씨는 휴일이었지만, 승마장과 어린이집이 침수될까 걱정돼 출근했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승마장은 축사 목전까지 물에 잠기고, 어린이집 위쪽으로 늘어선 논을 타고 내려온 빗물이 허리까지 차오른 위험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A씨는 빗물을 빼내야겠다는 생각에 직접 인근 배수관을 찾아 들어갔다가 급류에 휩쓸렸다.

A씨가 실종된 장소에서 마주친 그의 지인은 A씨가 휴일 복지시설에서 자원봉사를 할 만큼 성실하고 바른 사람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알고 지낸지가 10년 정도 됐다. 워낙 성실하고 착해 이런저런 일을 부탁해도 마다하지 않았다”며 “다 큰 자녀 2명을 남겨두고 이렇게 허망하게 떠나갈지 누가 알았겠느냐”라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A씨는 4일 오전 어린이집에서 멀지 않은 곡교천 수풀에서 발견됐다. A씨의 장례는 아산제일장례식에서 치러졌다.

지난 3일 노인 2명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충남 아산시 송악면 유곡리에서 마을 주민이 복구작업에 나서고 있다. 실종자들은 거센 물길이 마을을 덮치자 배수로를 넓혀 피해를 막으려 나섰다가 사고를 당했다. © 뉴스1지난 3일 노인 2명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충남 아산시 송악면 유곡리에서 마을 주민이 복구작업에 나서고 있다. 실종자들은 거센 물길이 마을을 덮치자 배수로를 넓혀 피해를 막으려 나섰다가 사고를 당했다. © 뉴스1
같은 날 송악면 유곡리에서 실종된 B씨와 C씨 역시 연로한 나이임에도 마을이 침수되는 것을 막으려 나섰다가 사고를 당했다.

마을 위쪽 물길이 터지면서 갑작스레 급류가 들이치는 상황 속에서 배수로를 넓혀 피해를 막아보고자 발을 들였다가 금세 휩쓸려 떠내려갔다.

이들은 평소에도 비 피해를 우려하며 이런저런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마을의 큰 어른이었다. 마을 주민들은 B씨와 C씨를 떠올리면서 이번 사고는 방심이 부른 인재라고 입을 모았다.

복구 작업에 한창이던 한 주민은 “원래 물길이었던 곳을 논밭이나 건물로 메웠으니 예견된 참사였다”며 “그나마 있던 배수로가 역할을 하지 못해 노인들이 나섰다가 안타까운 일이 생겨났다”고 한숨을 지었다.

실종 후 수색 3일차에 접어들었지만 아직 발견되지 않고 있어, 사고 소식을 듣고 유곡리 모여든 이들의 가족들은 손을 모아 무사하기만을 기도하고 있다.

피해 복구에 한창인 마을 주민들도 폭우로 입은 피해가 크지만,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한 채 묵묵히 할 일만 하고 있을 뿐이다.

한편 B씨와 C씨를 찾기 위한 소방 및 아산시, 경찰 등의 합동수색이 5일 오전 7시부터 다시 재개됐다.

수색 당국은 총 인원 238명과 드론 및 보트 등 장비 28대를 동원해 실종자 발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폭우의 영향으로 흙탕물이 번지는 등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당국은 3일과 4일 최초 사고 지점인 유곡리를 중심으로 송악저수지까지 반경 2.5㎢ 수색에 주력했으나 발견하지 못해 5일 수색 반경을 8.5㎢까지 확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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